에이즈 감염 사실 숨긴채 성관계한 50대 男, 집행유예 가능성도?

에이즈 감염 사실 숨긴채 성관계한 50대 男, 집행유예 가능성도?

2025.07.30. 오전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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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7월 30일 (수)
■ 진행 : 송영은 변호사
■ 대담 : 노범래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송영은 변호사(이하 송영은): 에이즈를 앓고 있단 사실을 알고도 8살 난 자신의 친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남성. 재판부는 과연 이 남성에게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일단 그 전에, 다른 사건도 하나 짚어보겠습니다. 50대 남성 B씨는 채팅을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를 상대로 수차례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긴급 체포됐습니다. 그렇게 경찰로부터 수사를 받던 중, 엄청난 사실이 하나 드러났죠.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잡혀왔던 B씨,B씨는 에이즈 감염자였습니다. 하지만 관련된 피해자들 모두 B씨가 에이즈에 감염돼있단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하죠. B씨는 과연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송영은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노범래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노범래 변호사(이하 노범래):안녕하세요. 로엘법무법인의 노범래 변호사입니다. 반갑습니다.

◆송영은: 사건을 보다보면, 세상에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나 싶은 일들이 진짜 많잖아요. 오늘 변호사님과 함께 이야기해볼 이 사건 역시 그랬던 것 같거든요.

◇노범래: 네, 살다보면 정말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사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 남성이 자신이 가장 먼저 보호해줘야 할 존재인 친딸을 세 차례나 성폭행한 사건인데요.

◆송영은: 8살밖에 안 된, 심지어 자신의 친딸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나,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오는데 이 만행, 어떻게 드러난 겁니까?

◇노범래: 네, 정말 기가 막히고 분통이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은 피해 아동이 자신이 성폭행 당한 사실을 다니던 학교의 상담 선생님에게 털어놓으면서 밝혀졌습니다. 선생님은 피해 아동으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전해들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의 수사를 통해 비로소 가해자의 만행이 세상에 드러난 겁니다. 해당 남성은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딸에게 성적 학대를 가한 것은 맞지만 성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해 아동의 진술이 어린 나이에 직접 겪지 않고는 하기 어려운 정도로 구체적이고 일관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남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송영은: 성폭력처벌법 적용되는 건가요?

◇노범래: 네, 피해아동이 13세 미만 아동에 해당하므로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됩니다. 그 중에서도 이 사건은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에 해당되어 성폭력처벌법 제5조에 의해 7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선고될 수 있는 매우 큰 중범죄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사건이 단순한 성폭행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남성이 범행 당시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즉 에이즈를 앓고 있었던 것인데요. 가장 사랑하고 지켜줘야 할 자신의 친딸을 에이즈에 걸린 상태로 성폭행했다니 피해아동에게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송영은: 이 부분, 아마 잘 모르는 분들도 계실 텐데,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에이즈라고 하죠. 아직까지는 완치가 불가능한 바이러스 감염병이기 때문에, 관련해서 법이 따로 나와 있죠?

◇노범래: 네, 현재 에이즈 감염인을 별도로 관리·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일명 에이즈예방법이라는 법률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에이즈예방법의 제19조에서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타인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송영은: 처벌 수위는 어떻게 돼있죠?

◇노범래: 네, 만약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타인에게 에이즈 전파매개행위를 할 경우에는 에이즈예방법의 제25조 제2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송영은: 그러면 방금 이야기 나눈 이 사건 역시 에이즈예방법 위반 혐의, 이것도 함께 적용이 됐겠다 싶습니다.

◇노범래: 맞습니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 뿐만 아니라 에이즈예방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정말 천만 다행이게도, 피해아동은 에이즈 바이러스에는 감염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아동이 건강히 성장하도록 보호하고 양육할 의무가 있는 친부가 피해아동을 성폭행하고, 에이즈 매개 행위까지 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성폭행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이에 대해 남성이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남성의 항소를 기각했죠. 그런데 문제는 이 사건 말고도 에이즈예방법을 위반한 유사한 사건이 여럿 있다는 점인데요. 광주광역시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50대 전문직 남성이, 에이즈 감염사실을 숨긴 채 모바일 오픈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중학교 여학생 성관계를 맺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송영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죠.

◇노범래: 이후 경찰의 추가 수사 과정에서 이 50대 남성이 과거에도 다수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상습적인 성매매나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졌고, 수사 중 “고혈압·당뇨 약을 가져다 달라”는 남성의 요청에 남성의 차량을 찾은 경찰이 차 안에서 에이즈 치료용 항바이러스제를 발견하면서 에이즈 감염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후 이 남성은 ‘미성년자 의제강간’ 및 에이즈예방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다만 다행히도 피해 청소년들에 대해 에이즈 검사를 실시했는데, 전부 음성판정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송영은: 피해자가 감염이 됐는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처벌 수위나 혐의 적용에 있어서 차이가 있나요?

◇노범래: 아닙니다. 에이즈예방법 제19조는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이어서, 법 문언 상 상대방이 이미 HIV 감염자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감염인이 전파 위험이 있는 성행위를 했는지가 중요할 뿐 실제로 바이러스가 전파되었는지, 또는 상대방이 이미 감염 상태인지는 처벌 수위나 혐의 적용의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참고로 이 사건은 오는 2025년 8월 22일 선고 예정입니다.

◆송영은: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되는 거 아니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던데 왜 이런 우려가 나오는 거죠?

◇노범래: 네, 이미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고 성관계를 가진 감염자들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다수의 선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에이즈가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은 채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강성교, 항문성교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에 1년이 선고되었고,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태로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상대와 성관계를 맺은 남성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에 2년이 선고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저희가 앞서 본 이번 사건은 유사사건과는 달리 에이즈예방법 뿐만 아니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가 함께 적용되고, 해당 남성이 이전에도 아동청소년 성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어 실형이 나올 가능성도 높은 상태입니다.

◆송영은: 그런데 앞서서 저도 질문 드렸습니다만 피해자가 감염 됐는지 여부에 따라 처벌이 달라질 수 있는 건지 혹은 체액을 통해 전파되면 안 된다,라는 규정이 있는데 이 체액이 어디까지를 말하는 건지 좀 애매한 부분들이 있긴 하거든요?

◇노범래: 네, 좀 애매한 부분이 많습니다. 먼저 ‘피해자가 실제로 감염됐는지’와 상관없이, 에이즈예방법은 감염인은 혈액·체액을 통해 전파매개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전파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처벌 대상이 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체액’이 정액·질 분비액만 해당하는지 아니면 눈물·땀 같은 다른 체액도 포함되는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아 재판부와 수사기관이 어떤 행위까지 처벌 대상으로 봐야 할지에 대해 해석상 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에이즈예방법이 처음으로 제정된 1987년에는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극심해, 예방 목적 위주로 매우 엄격히 제정됐으나, 현재는 치료제 발달로 전파 위험이 크게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관련해서 헌법재판소에 꾸준히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2019년에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담당재판부가 에이즈예방법 제19조 및 제25조 제2항의 불명확성을 지적하며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기도 하였는데요.

◆송영은: 당시 어떤 사건이 진행 중이었던 거죠?

◇노범래: 에이즈 감염자인 한 남성이 자신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긴 채 콘돔 없이 구강성교 같은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재판이었습니다. 해당 사건의 경우는 유사성행위가 이루어져 관점에 따라 '체액'을 통한 '전파매개'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지점이 있었던 것이죠.

◆송영은: 재판부가 지적했던 대목은 어떤 거였죠?

◇노범래: 재판부는 에이즈예방법 제19조 및 제25조 제2항의 ‘체액’·‘전파매개행위’가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상대에게 에이즈를 실제 감염시킨 사람을 처벌하는 것인지,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인지, HIV바이러스가 조금이라도 포함된 혈액이나 체액을 전파매개하는 행위가 있으면 바로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정액이나 질 분비액처럼 전형적인 전파매개체가 아니라 눈물이나 땀처럼 다른 체액이 전파되면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콘돔 없는 성행위나 유사성행위를 위험한 행위로 상정하고 그 자체로 구성요건 해당성이 있다고 보는지 의문이라는 점을 지적했죠.

◆송영은: HIV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에 대해 헌재가 의견을 내놓는 게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과연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많은 관심이 쏠렸던 것 같은데 공개변론도 굉장히 뜨거웠겠다 싶습니다?

◇노범래: 맞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다뤄진 적 없던 ‘에이즈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첫 공개변론이어서, 관심이 정말 뜨거웠습니다. 의학기술 발달로 에이즈의 전파 위험이 크게 줄어든 현재, 공익 보호라는 명분만으로 개인의 사생활·행동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건 아닌지, 에이즈예방법상의 ‘체액’과 ‘전파매개행위’의 범위가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지에 대해 정말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의료전문가들은 “눈물·땀 같은 비전형적 체액까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너무 광범위하고, 현재는 치료제 발달로 전파 위험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며 에이즈예방법 조항을 비판했고, 반면 질병관리청 측은 “치료 중단 시 재유행 우려가 있고, 예방 조치 없이 전파 위험이 있는 행위는 사회적 비용이 크고, 감염인이 예방 조치 없이 성행위를 할 경우 공익적 피해가 막대하다”며 맞섰죠. 양측 변론이 끝난 뒤에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직접 “전파매개행위의 범위를 어떻게 한정할 것인가”를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송영은: 그래서 헌재의 결론은 뭐였죠?

◇노범래: 네, 헌법재판소는 2023년 10월 26일, 4명의 합헌, 5명의 일부위헌 의견으로 최종적으로는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의 수가 더 많았으나 위헌 결정 정족수(6명)에 미달해 조항은 유지됐습니다. 다만, 합헌 의견 재판관들도 “의학적 치료로 전파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이 상대방에게 알리고 동의를 받을 경우, 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혀, 법 적용 범위에 대한 ‘합헌적 해석’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해당 조항은 논쟁의 중심에 있고, 앞으로 입법·사법 해석을 통해 어떻게 보완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송영은: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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