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아들 총기 살해 60대 사건을 다룬 언론의 문제점

[열린라디오 YTN] 아들 총기 살해 60대 사건을 다룬 언론의 문제점

2025.07.27. 오후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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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7월 26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하 김언경) : 안녕하세요.

◆ 최휘 : 아버지가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한 사건을 두고 언론의 관심이 도를 넘어서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 관련한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 김언경 : 사건은 7월 20일 오후 9시경,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습니다. 60대 아버지가 직접 제작한 사제 총기로 30대 아들을 저격했고, 아들은 병원 이송 90분 만에 사망했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A씨가 사제총기 제작용 금속 파이프를 구매한 사실도 확인한 상태입니다. 당시 집에서는 사제 폭발물과 타이머, 신나 등의 폭발물 제작 도구도 함께 검거돼 주민 105명이 대피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20일 밤에 발생한 사건인데 다음날부터 엄청나게 많은 보도가 나왔습니다.
7월 20일부터 24일 낮 12시까지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에서 ‘인천 총기’로 검색해보면 관련보도가 총 764건으로 나옵니다. 일단 보도량으로 봤을 때는 단일 사건에 대한 관심치고는 매우 높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중 가정 불화를 언급한 보도가 233건, 이혼을 언급한 보도는 206건, 손주를 언급한 보도는 287건이었습니다.

◆ 최휘 : 네. 지금 가정불화, 이혼, 손주라는 표현이 포함된 보도량을 이야기해주신 이유가 있을텐데요. 제가 느낄 때도 이번 보도는 지나치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추측하는 보도들이 많고, 피해자의 가정에 대한 사생활 침해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관련 보도에서 그 문제가 가장 두드러진거죠?

◇ 김언경 : 네. 그렇습니다. 연수구에서 발생한 사제 총기 살인사건 유족이 언론을 향해 피의자의 범행 동기를 ‘가정 불화’라고 전하는 등의 추측성 보도를 자제하고, 피의자·피해자 가족 신상 정보가 퍼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저는 이런 사건 보도에서 기본적으로 피의자의 범행 동기라는 것이 과연 정확한 진술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피의자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살해를 했다고 말한다고, 그것을 경찰이 다 브리핑하고, 언론이 사실인 양 받아쓰든 것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것이죠. 물론 정확한 범행동기, 범죄 수법을 파악하는 것은 진상을 파악하여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고요. 공적으로도 범죄예방 측면에서 우리가 분석하고 알아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의자의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범행 동기를 언론이 섣부르게 그래도 받아적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N번방 사건 당시 많이 회자되었던 표현으로 “범죄자의 서사에 스피커를 들이대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았습니까. 좀더 정밀한 조사를 한 이후에 발표해도 될 것은 너무 성급하게 발표하고, 또 그것을 받아쓰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최휘 : 피해자의 어머니가 유명 업체 임원이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여기에서도 오보의 요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 김언경 : 맞습니다. 보도 자체에서 해당 회사의 명칭이 바로 뜨는 내용은 빅카인즈에서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네이버에서 해당 회사명을 치면, 위메이크 뉴스에서 21일 <단독/ 인천 총격 사건 피해자, 모 회사 대표 일가족이었다>라고 보도가 되었습니다. 제가 말하나는 이 기사에서는 모 회사의 업체명을 그대로 공개했습니다. 이후 SNS나 댓글 등에는 공공연히 ‘모 회사 대표 일가족 사건’이라는 언급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7월 22일 모 회사는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냈습니다. “피의자는 당사의 주주나 임직원이 아니며 당사의 경영활동과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고요. 이 회사에서는 “최근 사고와 관련된 문의, 보도로 인해 회사 내부 업무 처리와 직원들의 일상에 혼선과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이번 사고와 관련해 당사를 둘러싼 추측성 보도 내지 의혹들이 더 이상 생산 및 확대되지 않도록 간곡한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제가 빅카인즈에서는 이 모 회사가 포함된 기사가 있난 검색해보니 총 23건 있었는데요. 모두 해당 입장문을 전하는 보도였습니다. 우먼센스는 7월 22일 보도에서 “피해자 모친은 모 회사 대표가 아닌 등기이사”라고 전했는데요. 저는 기본적으로 피해자의 모친이 모 회사 대표였거나 아니거나, 굳이 이렇게 업체명을 밝힐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해당 회사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잘못인데요. 현재 가정불화 등등의 원인을 이야기하게 되면서 모 회사명이 드러나니까, 결과적으로 모 회사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업무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 최휘 : 네. 피해자 가족들이 신상 정보 유출에 유의해달라고 하셨는데요. 이런 보도도 있나요?

◇ 김언경 : 사실 이런 강력범죄가 터지면 피의자 신상공개를 하라는 요구가 많은데요. 이번 경우 가족이다보니 가족의 신상이 다 드러나잖아요. 그런 점에서 신상공개는 당연히 하지 말아야한다고 생각되고요. 실제로 피해자 유족 측은 “공개된 피의자의 신상정보로 피해자의 유족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되므로 신상공개에 반대한다”며 “특히 나이가 어린 피해자의 자녀가 잔혹한 범행을 직접 목격한 것 뿐만 아니라, 피의자의 얼굴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신상공개는 어린 자녀들에게도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기에 신상공개는 절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신상공개를 안한다고 해서 안전할까요? 안타깝게도 모 회사의 업체명, 피해자가 어떤 업종의 사업을 했다는 등의 내용, 아파트의 위치 등등 많은 정보가 노출되었고요. 이를 토대로 해서 피해자의 이름과 그 모친의 이름, 피의자 이름까지 노출한 글이 떠돌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이렇게 말할겁니다. 그건 우리 책임이 아니지 않냐. 우리는 누구라고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신상 정보 유출이라는 것은 실명과 주민번호 정확한 주소만 알려주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아무리 조심해도 결국은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최대한 관련 정보를 구체적으로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런 내용도 참 아쉽습니다.

◆ 최휘 : 우리가 범죄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를 언론이 보도하는 것은 그런 행위가 가진 순기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많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 그런 아쉬운 생각이 드네요.

◇ 김언경 :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 하는 것은 피의자의 범행 동기가 아니라, 경찰의 대응이 적절했는가, 사제 총기·폭발물 제작의 허점이 있다는 점이 또 다시 드러났는데 이에 대해 우리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등이라고 봅니다. 분명하지도 않은 범행동기를 추측하느라 모든 언론의 에너지를 다 써버리는 이유는 저는 흥미위주의 보도로 돈을 벌어보려는 언론사의 상업적 속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종편 등 방송에서는 이 사고로 핏대를 세우면서 아이들이 걱정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걱정이면, 이런 추측성 이야기를 그만하고, 차분하게 해당 사고로 우리가 돌아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짚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하니까, 뭐든지 알려줘야한다고 착각하는 언론인들이 있는 것 같은데요. 필요없는 내용은 하지 마시고, 정말 공적으로 분명하게 짚어야 할 정보를 찾아서 알 권리를 충족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최휘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함께했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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