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쉬고 온다더니…폭염·과로 속 택배기사 연이어 사망

차에서 쉬고 온다더니…폭염·과로 속 택배기사 연이어 사망

2025.07.11. 오후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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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쉬고 온다더니…폭염·과로 속 택배기사 연이어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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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 연이은 폭염 속에서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노동계가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숨진 노동자들은 모두 30도를 넘는 폭염 속에서 장시간 노동한 뒤 차량이나 자택에서 휴식 중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에 따르면, 4일 인천의 한 택배대리점 소장 A씨(43)는 오전 분류작업을 마치고 차량에서 휴식하던 중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7일에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 활동하던 택배기사 B씨(51)가 출근 직후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8일에는 경기 연천지역의 C씨(53)가 자택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뒤 사망했다.

사망자들은 모두 당뇨,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정확한 사인은 조사 중이다.

다만, 이달 초부터 본격화된 폭염이 건강 상태에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노동계는 또 이 같은 사망 사고의 배경으로 '주 7일 배송' 확대에 따른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에도 지목했다. 올해부터 CJ대한통운 등 주요 택배사들이 소비자 편의를 이유로 전국 일부 지역에 일요일 배송을 확대 시행하면서 기존 인력 체계에 무리가 가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평소엔 택배영업점마다 배송기사가 3~4인 1조로 구성되는 것과 달리 일요일에는 모든 물량과 구역을 1명에게 몰아주는 관행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노조는 "일요일엔 물량은 줄어도 구역이 넓어져 이동 거리와 노동 강도가 더 높아진다"며 "기사가 번갈아 휴식할 수 있도록 대체 인력을 확보하는 구조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021년 택배기사의 과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분류작업을 별도 인력에 맡기기로 합의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택배기사가 직접 분류에 참여하고 있다.

반면 쿠팡은 주 7일 배송을 시행하면서도 고정 인력 외에 '백업 기사'를 고용하도록 계약화하고 분류 전담 인력을 직접 채용해 기사들의 부담을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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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폭염 대응을 위한 제도적 보완도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산업안전보건기준규칙에는 '2시간 근무 후 20분 휴식' 등 폭염 대응 지침이 있으나, 특수고용 노동자인 택배노동자에게는 사실상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택배노조는 ▲에어컨이 설치된 휴게 공간 마련 ▲충분한 물·얼음·소금 제공 ▲작업 중지권 보장 ▲냉각 조끼 지급 등 구체적 보호 조치 마련을 정부와 기업에 촉구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택배사업자의 의지만 있으면 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지 않고도 주 7일 배송이 가능하다"며 "택배노동자의 분류작업 완전배제와 추가인력 투입없는 주 7일 배송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기상청은 현재까지도 폭염 경보가 유지되고 있으며, 당분간 체감온도가 35도에 이르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YTN digital 류청희 (chee09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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