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청소로 모은 12억 전재산 기부하고 떠난 홍계향 할머니

노점상·청소로 모은 12억 전재산 기부하고 떠난 홍계향 할머니

2024.05.22. 오후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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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등으로 모은 전 재산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한 홍계향 할머니(90)가 별세했다.

22일 경기 성남시는 "홍 할머니가 19일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연고자가 없어 시가 주관해 장례를 치르며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며 "할머니가 살던 4층 규모 다세대주택(2014년 기부 약정·현재 시세 12억 원 상당)은 생전 밝힌 뜻에 따라 지역 저소득층을 위해 소중히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1934년 부산에서 태어난 홍 할머니는 21살에 결혼한 뒤 서울로 상경해 김·미역 노점상, 폐지 줍기 등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오다 49살 때인 1983년 성남에 정착했다. 이후 지하철 청소, 공장 노동자 등으로 일하며 돈을 벌었다.

홍 할머니는 어렵게 모은 돈으로 중원구 성남동 소재 4층 규모 주택을 마련했다. 평소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던 할머니는 슬하에 하나 있던 딸이 2010년 질병으로 죽고 치매를 앓던 남편마저 2013년 12월 세상을 떠나자, 재산 기부 절차를 밟았다.

2014년 6월 전 재산을 사후에 성남시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기금에 사용하도록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 성남시 첫 '행복한 유산'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또 홍 할머니는 지역사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꾸준히 하며, 2006년에는 서울대학교병원에 '사후 장기 기증'도 약속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낙상사고로 왼쪽 다리뼈가 골절돼 수술 후 재활치료를 받아왔고 올해 2월엔 오른쪽 다리뼈마저 골절돼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병원에서 생활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21일 저녁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신 시장은 "두 달 전 할머니를 찾아뵙고 빠른 회복을 기원했는데 안타깝다"며 "기부한 유산은 고인의 바람대로 소중히 쓰겠다"고 했다.

발인식은 이날 오전 성남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홍 할머니는 화장 뒤 성남시립 추모원에 안치된다.

디지털뉴스팀 이은비 기자

YTN digital 이은비 (eunb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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