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축구 감독을 '매니저'라고 부르는 이유 [와이파일]

유럽에서 축구 감독을 '매니저'라고 부르는 이유 [와이파일]

2024.02.16. 오전 11:57.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영국을 비롯한 유럽 축구에선 축구 감독을 매니저(manager)라고 부릅니다. 미국 등 비유럽에서 사용하는 코치(coach)라는 용어와 다릅니다. 유럽에서 축구 감독을 코치라고 부를 경우 모욕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입니다. 유럽 축구에서 코치라는 표현은 주로 훈련과 경기 중 전술 지시에 초점을 맞춘 역할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매니저와 코치, 축구 감독을 지칭하는 표현의 차이에는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배경이 있습니다.

유럽 축구에서 매니저는 단순히 팀의 전술이나 경기 운영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 영입, 계약 관리, 훈련 방식 설정, 팀 전략 및 철학의 결정까지 포함한 보다 포괄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축구의 현대적인 형태가 영국에서 시작된 만큼, 축구에 대한 용어와 역할 또한 영국의 문화적 관습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초기 축구 클럽에서는 매니저가 팀의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하는 동시에 경기 전략을 결정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도 이 용어는 변하지 않고 계속 사용되었습니다.

매니저와 코치 사이의 구분은 또한 각각의 스포츠 문화와 조직 구조에서 비롯된 차이를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여러 종류의 스포츠에서 코치라는 표현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며, 이는 주로 경기 및 훈련에 초점을 맞춘 역할을 의미합니다. 대신 미국에선 유럽의 감독들이 하는 매니저 역할을 단장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코치는 경기 전술과 운영에만 집중하고, 매니저는 경기 전술과 운영을 포함해 팀의 전반적인 관리와 전략적 결정까지 아우르는 더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결론적으로 매니저라는 용어는 축구 감독의 역할이 단순한 코칭을 넘어선, 팀의 전체적인 운영과 전략을 포함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매니저로서 감독의 역할이 중요한 순간 중 하나가 팀에 이른바 빅스타 선수들이 있을 때 어떻게 팀을 운영하느냐입니다.

감독이 빅스타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manage)에 따라 경기 결과는 물론 팀의 정체성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빅스타 선수가 있는 팀을 운영하는 것은 특별한 도전이며, 이때 감독의 역할이 코치에서 매니저로 확장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빅스타 선수는 자연스럽게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게 됩니다. 이러한 선수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감독이 단순한 기술 코칭을 넘어서, 팀 내에서의 선수 역할 분배, 선수 간의 관계 관리, 그리고 선수의 개인적인 목표와 팀의 목표 간의 균형을 맞추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이는 매니저로서의 역할이며, 팀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빅스타 선수는 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며, 이는 팀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매니저는 이러한 미디어 관계를 관리하고, 선수의 이미지가 팀의 긍정적인 브랜드 가치를 증진시키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이나 문제에 대해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역할도 중요합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 전략적 대응을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참고로 조광래 감독 시절부터 벤투 감독 취임 초기까지 축구 취재를 10년 가까이 경험한 필자 입장에서 선수들 사이 갈등이나 다툼은 그렇게 특별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가족이나 사회 생활 등 2명 이상이 모인 조직에서 갈등이 일상 다반사인 것처럼 말이죠. 중요한 건 발생한 갈등과 불화를 어떻게 관리하느냐 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빅스타 선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팀 전체의 전술과 전략이 그 선수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는 감독이 전략적 사고와 팀 관리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영역이며,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팀 전체의 조화를 이루는 전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클린스만 감독이 특정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고 싶었다면 그 선수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팀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전술을 개발했어야 합니다.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맡겨두기만 하는 것은 자율이 아닌 방치, 더 나아가 책임 회피입니다.

마지막으로, 감독은 팀 문화와 가치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빅스타 선수가 팀에 있을 때, 그들의 행동과 태도는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감독은 모든 선수가 팀의 가치를 공유하고, 긍정적인 팀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우리 대표팀에는 예전보다 이른바 유럽파 선수가 비약적으로 늘었습니다. 단순한 수치적 증가에 그치지 않고 유럽 5대리그 명문팀을 넘어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까지 보유하고 있으니 과거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니다. 이런 쟁쟁한 선수들을 '원팀'으로 만드는 건 온전히 감독의 책임이고, 그 책임이 바로 감독의 능력입니다.

결론적으로 축구에서 감독이 매니저로 불리기 위해선 기술적인 코칭을 넘어서, 팀의 전략적 운영, 선수 관리, 미디어 관리, 그리고 팀 문화의 확립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축구에서 감독을 매니저로 지칭하는 것은 단순한 명칭의 차이를 넘어서, 그들의 역할과 책임의 깊이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독일 출신인 클린스만 감독은 유럽 축구 문화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누구보다 유럽 축구에서 감독에게 기대하는 매니저의 능력과 문화,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이 전성기 이후 생활을 대부분 미국에서 보냈다는 점에서 축구 감독에 대한 접근 방식에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미국에서는 코치라는 용어가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며, 이는 주로 경기 및 훈련에 초점을 맞춘 역할을 지칭합니다.

클린스만 감독님, 당신은 매니저인가요? 코치인가요?

부디, 매니저도, 코치도 아닌...그런 감독은 아니기를 바랍니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