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에 새벽·휴일근무 지시, 거절하자 채용거부...대법 "부당"

워킹맘에 새벽·휴일근무 지시, 거절하자 채용거부...대법 "부당"

2023.12.11. 오전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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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에 새벽·휴일근무 지시, 거절하자 채용거부...대법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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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 새벽·공휴일 근무를 강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자 채용을 거부한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배려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지난달 16일 도로관리 용역업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판정 취소 소송에서 업체 측 손을 들어줬던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08년부터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근무한 여성 A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며 어린 두 아이를 키워왔다. 회사는 이를 고려해 매달 3~5차례 돌아오는 초번근무(오전 6시~오후 3시)를 면제해 줬다. 아울러 공휴일에는 A씨를 비롯한 모든 일근제 근로자들에게 연차 휴가를 사용해 쉴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2017년 4월 새로운 용역업체가 들어서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이 업체는 기존 직원과 수습 기간을 거친 뒤 본채용하는 시용 계약을 맺었는데, A씨에게 초번 근무를 하다가 자녀 어린이집 등원 시간에 외출하라고 했으며 공휴일 근무도 지시했다. A씨가 "오랜 근무형태를 하루아침에 변경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의하자 외출마저 금지 당했다. 당시 A씨의 아이는 1살, 6살이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두 달간 초번·공휴일 근무를 거부했다. 결국 A씨는 근태가 불량하다며 '본채용 거부통보'를 받았다. A씨는 같은 해 7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가 맞다"고 판정했다.

이후 회사가 불복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졌고 1심은 A씨의 손을, 2심은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육아기 근로자라는 사정만으로 근로계약과 취업규칙상 인정되는 초번·공휴일 근무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면서도 "회사가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아 채용을 거부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므로 채용 거부 통보의 합리적 이유,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는 A씨가 초번 근무 시간이나 공휴일에 근무해야 할 경우 양육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수년간 지속한 근무 형태를 갑작스럽게 바꿔 보육시설이 운영되지 않는 공휴일에 매번 출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자녀 양육에 큰 저해가 되는 반면 회사의 경영상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남녀고용평등법 19조의5는 '사업주는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해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사업주 배려의무가 인정된다'는 것을 도출해 명시한 첫 판결"이라며 "사업주가 부담하는 배려의무의 구체적 정도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도 처음 제시했다"라고 설명했다.

YTN 서미량 (tjalfi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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