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앤팩트] 구멍 뚫린 군 휴가 시스템...전역 5년 됐는데 돈 내라?

[취재앤팩트] 구멍 뚫린 군 휴가 시스템...전역 5년 됐는데 돈 내라?

2023.12.06. 오후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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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5년 됐는데…군 "연차 초과 사용 돈 내라"
"돈은 내라면서 정확한 설명 해주지 않아"
온라인 커뮤니티 올려 논란되자 군에서 연락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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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방부가 한참 전 전역한 간부에게 연락해 군 복무 시절 규정보다 휴가를 많이 갔다며 돈을 내라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휴가 시스템 오류로 문제가 발생했고, 환수 가능한 시효도 지나 군 행정 체계에 총체적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윤웅성 기자!

[앵커]
어떻게 5년 전 전역한 간부에게 군에서 연락이 간 겁니까?

[기자]
네, 예비역 중사 A 씨는 최근 본인이 근무했던 부대로부터 황당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난 2018년 전역했는데, 군 복무 시절 규정보다 연차 일주일을 더 사용했다며 수십만 원을 물어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돈을 내라고만 했지, 어느 부대에서도 정확한 사유는 설명해 주지 않았습니다.

억울한 마음에 A 씨는 어떤 경위로 본인이 연차를 더 사용했는지 알기 위해 전화 이곳저곳을 돌려야 했습니다.

군부대와 기관들이 하나같이 서로 다른 곳으로 문의해보라고 떠넘겨 알아보는 과정에서 불편도 겪어야 했습니다.

당시 군 관계자들의 통화 내용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국군재정관리단 관계자 : 17보병사단 재정부에 있는 XXX 주무관이라고 있습니다. 군번 대시고 말씀하시면 되고요.]

[17사단 관계자 : 소속 조회를 해보니까 저희 사단 소속이 애초에 아니셔서 제가 아무것도 검색을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갑자기 연락 와서 휴가를 더 사용했다면서 돈으로 갚으라는 것도 황당한데, 애초에 제보자는 환수 대상도 아니었다면서요?

[기자]
A 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린 뒤에야 진상을 알게 됐습니다.

A 씨가 자신의 황당한 사연을 인터넷에 올린 뒤 댓글이 수백 개가 달릴 정도로 화제가 됐는데요.

그제야 군에서는 A 씨의 연차 초과 사용과 관련해 재차 점검한 뒤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연차 초과 사용이 발생한 건 쉽게 말해 군의 휴가 시스템 오류 때문이었습니다.

군은 장기 복무한 간부들이 사회에 나오기 전에 일종의 사회화를 위한 교육을 시켜주는데요.

이 교육 기간에는 연차가 생기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휴가 시스템에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으면서 규정보다 더 많은 연차를 사용하게 된 것 같다고 군은 설명했습니다.

더 황당한 건 환수를 통보한 시점입니다.

A 씨가 군에서 연락받았을 때는 이미 전역한 지 5년 3개월이 지난 뒤였습니다.

그런데 관련 법을 살펴보면 문제가 발생해도 5년이 지나면 시효가 만료돼 환수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이 제보자의 경우 이미 전역한 지 5년이 훌쩍 지나서 환수 대상이 될 수 없었던 겁니다.

군은 이런 설명과 함께 돈을 내지 않아도 되니 논란이 된 글을 좀 지워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제보자의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A 씨 / 예비역 중사 : '이건 무조건 (돈을) 내는 게 맞다'라고 설명했는데, 막상 공론화가 되고 나니까 다음 날 바로 전화 와서 어차피 너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그 내용을 기록할 이유가 있냐….]

[앵커]
그런데 제보자처럼 연차를 정해진 규정보다 초과 사용한 간부가 한둘이 아니라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군재정관리단에서 예하 부대로 보낸 연차 초과자 처리 관련 공문을 저희 취재진이 확보했는데요.

내용을 보면 최근 5년 동안 전·현직 간부 6천5백여 명이 연차를 초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마다 간부 천 명 이상이 휴가를 정해진 규정보다 더 사용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부분 A 씨처럼 휴가 시스템상에 전역을 앞두고 교육 파견 등으로 적게 부여됐어야 할 연차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로 추정됩니다.

그러니까 간부들 입장에서는 시스템상 가능한 휴가를 신청했을 뿐인데, 군에서는 나중에 알고 보니 규정보다 더 많이 나갔다면서 환수를 통보하고 있는 건데요.

애초에 전산에 남은 휴가를 썼고, 당시 승인을 받아 절차대로 다녀왔다면 나중에 비용을 청구하는 환수 행태는 법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남석 / 변호사 : 군인들이 무단으로 나간 것도 아니고, 시스템상 군대의 승인을 받아서 휴가를 간 거기 때문에 이건 법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인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개인에게만 책임을 지울 게 아니라, 연차 초과 사용이 반복되고 있는 전산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YTN 윤웅성 (yws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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