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두 명 잇따라 숨졌는데…학교는 "단순 추락사" 은폐 정황

교사 두 명 잇따라 숨졌는데…학교는 "단순 추락사" 은폐 정황

2023.08.08. 오전 09:2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교사 두 명 잇따라 숨졌는데…학교는 "단순 추락사" 은폐 정황
MBC 보도 화면 캡처
AD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사이 두 명의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7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의정부 소재 초등학교에서 5학년 3반과 4반 담임을 맡았던 교사 故 김은지 씨와 故 이영승 씨가 그해 6월과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두 사람의 사망 원인을 모두 '단순 추락사'로 보고했고, 교육청은 언론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유가족들은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교사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교사는 발령 한 달 만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김 교사의 부모는 "학생들이 서로 뺨 때리면서 치고받고 싸우는 걸 보고 애가 충격을 받았다"며 "그 뒤로 집에 와서 자기 침대에 앉아서 계속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돼'(라고 말했다)"고 매체에 전했다.

이후 사직서를 냈지만 학교가 만류했고 음악 전담 교사로 발령됐다. 하지만 1년 뒤 다시 담임을 맡아야 했다. 김 교사의 아버지는 "퇴근해서도 학부형들한테 전화받는 걸 수시로 봤다. 애가 어쩔 줄 몰라서 '죄송합니다'. 굉장히 전화받는 걸 두려워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남긴 일기장에는 '애들이 내 머리 위에 있어', '긴급회의가 있으니 학교로 오라는 문자를 받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내 탓이 아니야'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몇 차례 병가를 냈지만 5학년 담임을 맡은 지 4개월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교사 역시 부임 첫해부터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아이가 페트병을 자르다가 손을 다쳤는데, 학부모가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는 등 보상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이듬해 휴직하고 군 입대를 했지만, 요구는 계속됐다. 이에 학교 측이 군대까지 전화해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오지 않게 하든지, 돈을 주든지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5학년 담임을 맡은 2021년에는 장기 결석한 학생의 학부모와 400개가 넘는 문자 메시지를 나눈 정황도 나타났다.

이외에도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 부모로부터 받은 메시지 내용도 공개됐다. 이 학부모는 '교우 관계와 학교생활에 대한 염려가 크다. 상담 부탁드린다', '아이들끼리 자율로 조를 짜게 하면 친구가 없는 아이는 어떻게 하냐', '줌 시간에 익명 채팅창을 닫아달라'는 등의 요청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부모는 급기야 교실까지 찾아와 "왜 얘만 이렇게 당해야 되고, 선생님은 그걸 아시면서도 그렇게 처리했냐. 그 아이들의 선생님이기만 하고 우리 아이를 버렸냐"고 말하며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날 새벽 이 교사는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YTN 서미량 (tjalfid@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YTN 프로그램 개편 기념 특별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