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옷 남성이 흉기를"...중학생과 경찰의 추격전, 결말은? [띵동 이슈배달]

"검은옷 남성이 흉기를"...중학생과 경찰의 추격전, 결말은? [띵동 이슈배달]

2023.08.07. 오전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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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화에서나 봤던 시커먼 장갑차, 완전무장 경찰특공대가 도심 한복판에 등장했습니다.

칼부림을 예고하는 글이 수십 개가 올라왔고, 불안을 넘어 공포가 확산했기 때문입니다.

신도림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지금까지 54명이 검거됐는데, 면면을 보면 절반 가까이가 10대입니다.

검거돼서 하는 말,

"장난이었습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고, 호기심에 올린 장난 글에 치안력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인', '칼부림' 같은 단어는요, 장난으로라도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범죄 용어입니다.

경찰과 검찰도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습니다.

우철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에버랜드에 가는데 눈에 보이는 사람들을 다 죽이겠다."

놀이공원을 발칵 뒤집어놓은 이 글의 작성자는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게임에서 알게 된 친구의 욕설에 화가 났다는 게 글을 쓴 이유입니다.

워터파크 캐리비안베이와 중학교에서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겠다고 예고한 중학생들도 있습니다.

덜미가 잡힌 뒤엔 모두 장난으로 벌인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작성자들이 줄줄이 붙잡히고 있는데, 10대 청소년이 절반에 이를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일단은 엄벌주의 기조로 가는 게 맞다. 왜냐면 그런 기조 자체가 교육이 되니까…. 그러면 이제 경각심을 갖기 시작하겠죠."]

경찰과 검찰도 살인 예고 글을 심각한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 기조를 재확인했습니다.

[우종수 / 경찰 국가수사본부장 : "피의자 검거 후 수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범죄 실행 의사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구속 수사를 적극 진행하겠습니다."]

또, 단순 협박죄가 아니라 살인 예비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더 무겁게 처벌할 수 있는지도 면밀하게 들여다볼 계획입니다.

[앵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되는 세상이 됐습니다.

조금만 수상쩍어도, 왠지 모르게 불안해도 신고 전화에 손이 가는 겁니다.

어제(6) 저녁에는 서울 지하철에 난동범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오인 신고였는데, 이게 확인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잖아요?

불안한 마음에 대피하던 시민들이 다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안전한 사회'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합니다.

조태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경찰과 소방이 지하철역에 출동했습니다.

승객들은 불안해하며 밖을 내다봅니다.

어제저녁(6일) 8시 40분쯤 서울 지하철 9호선 열차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고 사람들이 뛰어다니고 있다는 신고가 소방에 접수됐습니다.

비슷한 시각 경찰에는 역사 안에 난동범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조사 결과,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급히 뛰쳐나가던 승객 7명이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습니다.

최근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오인 신고까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오인신고가 잇따르면 선량한 피해자도 나오기 마련입니다.

애꿎은 중학생이 피해를 봤습니다.

조깅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사복 경찰을 맞닥뜨린 중학생은 보시는 것처럼 온몸에 찰과상을 입었습니다.

그젯밤(5) 9시쯤 일어난 일입니다.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 부용천 인근에서 모자가 달린 검은색 상의를 입은 남성이 흉기를 들고 다닌다는 112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당시 부용천에서는 피해자인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조깅을 하던 중이었다고 해요.

예상하시는 대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습니다.

별안간 범죄자에게 쫓긴다고 생각한 중학생과 범죄자가 달아난다고 생각한 경찰.

양측 모두 사활을 건 질주였으리라 예상합니다.

결과적으로 오인 신고였고, 상처만 남았습니다.

학생의 아버지는 인터넷에 글을 올려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사복 경찰 2명이 신분이나 소속을 알리지도 않은 채 아들을 붙잡으려 했다.

아들이 겁이 나서 뛰다 넘어졌고 죽을까 싶어 중학생이라고 소리쳤는데도, 강압적으로 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됐다, 온몸에는 찰과상과 멍 투성이었다"는 주장입니다.

경찰은 "신고를 받은 뒤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진 남성에 불심검문을 시도했지만, 학생이 바로 달아나는 과정에서 스스로 넘어져 다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수갑 관련한 논란에서는 "저항이 너무 심해 안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잠깐 수갑을 채웠을 뿐, 흉기가 없는 걸 확인한 뒤 현장에서 바로 풀어줬다"면서 "당시 장면이 모두 영상으로 남아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앵커]
앵커브리핑 끝으로 학교 얘기 좀 해보겠습니다.

교실에서의 사소한 훈육도 '아동학대' 신고의 빌미가 된다는 현실에 대해 보도해드리고 있는데요, 아동학대 신고를 빌미로 교사를 압박하는 건 학부모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교사의 직장 상사이자 선배인 교장이 <보복 신고> 가해자라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제보자인 교사는 "조퇴하려면 임신하라는 막말을 교장이 했고, 이를 교육청에 '갑질 신고'했던 게 화근"이라며,

자신을 아동학대 혐의로 '보복 신고'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해당 교사는 남자 선생님이세요.

[앵커]
하지만 교장은 자신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라 소임을 다 했을 뿐, 보복 의도는 없다고 부인했는데요,

관련 아동학대 혐의와 관련해 경찰은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습니다.

강민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에 있는 사립초등학교 교사인 A 씨는 지난 2월, 경찰에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A 씨가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6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욕하고, 목을 조르거나 때렸다는 게 신고 내용인데, A 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A 씨 / 사립초등학교 교사 : "화장실 너무 어지럽히지 말고 잘 사용하자고 이야기하고 '잘 해보자'라며 어깨를 토닥였는데 학생들은 '헤드락을 걸었다'고 학교장에게 가서 그대로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학교장이 연가 사용을 방해하고 '조퇴하려면 임신하라'는 식으로 막말했다는 신고서를 지난 1월 서울시교육청에 냈던 게 화근이 된 것 같다고 의심합니다.

교장이 이른바 '보복 신고'를 했다는 겁니다.

교장이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을 왜곡해 뒤늦게 신고했다며,

방학에 몇몇 학생만 불러 A 씨에 대한 부정적인 답변을 유도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A 씨 / 사립초등학교 교사 : "방학 캠프 때 설문조사를 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제가 학생들에게 했던 행동들을, 마음에 안 드는 행동들을 다 적으라는 식의 설문 조사였다고 해요.(단체 대화방에 초대됐는데) 가만히 있으니까 (아이들이) '선생님 처 읽고 있는 것이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더라고요."]

지난 6월 경찰은 A 씨에 대해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습니다.

학교장은 입장을 묻는 YTN의 질의에 "신고 의무자의 소임을 했을 뿐"이라며, 보복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지난해 10월 학부모 투서를 계기로 A 씨에 대한 반 전체 설문조사와 학부모 상담을 했고, 여기서 아동학대 정황이 포착돼 신고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아동학대 정황을 포착한 즉시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그때는 신고가 의무인지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교장은 또, A 씨에게 폭언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A 씨가 이유 없이 조퇴하려 해 반대했고, '아이를 낳으면 마음대로 육아 조퇴를 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은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YTN 안보라 (anbor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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