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70% 어지럼증"...기록적 폭염 속 위기의 노동자들

"건설현장 70% 어지럼증"...기록적 폭염 속 위기의 노동자들

2023.08.02. 오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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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야외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덥고 습한 찜통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폭염에도 건설, 물류 노동자들의 일손은 멈출 새도 없이 분주합니다.

노동자들이 온열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70%가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로 현장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요즘 폭염 관련 취재로 고생이 많죠? 사회부 사건팀 기자와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폭염 속 불필요한 극한 노동에 내몰렸던 아파트 경비 노동자 이야기 이틀 전 전해 드렸는데요.

먼저 내용 먼저 다시 정리해 볼까요?

[기자]
화면 보면서 우선 설명해드리겠습니다.

5천 세대가 넘는 대형 아파트 단지 경비원이 주차 방문증 발급기기 뒤, 비좁은 공간에 서 있는 모습입니다.

차량이 오면 일일이 방문증을 수기로 끊어줍니다.

취재 당시 체감온도가 31도에 달했던 터라, 연신 부채질을 하는 모습도 포착됩니다.

이곳 아파트 경비원들은 대부분 60-70대 고령인데요.

해당 방문증 발급기는 정상적으로 작동되지만 외부인들의 주차를 막기 위해 특정 시간대 경비원들을 투입한 겁니다.

YTN이 접촉한 경비원은 아파트 일부 구성원들이 비인간적이라고 지적했고 상당수 입주민도 노동자들을 극한 상황으로 내몰았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관할 노동청에서도 중단을 권고했지만, 경비원들의 작업 투입은 중단되지 않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YTN 등 언론 보도 이후 아파트 내부에서도 자성 어린 목소리가 나왔고 현재는 야외 작업 투입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다행입니다. 폭염 속 가장 힘든 분들이 야외에서 육체 노동을 하는 건설 노동자들인데요. 무더위에 노출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죠?

[기자]
네, 서울 봉천동에 있는 건설현장에도 YTN 취재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건설 노동자들은 폭염 속에서도 무거운 자재를 쉴 새 없이 옮겨야만 합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선풍기가 달려있는 여름용 작업복을 입었지만, 더운 날씨 속 고된 작업에 큰 효과를 거두진 못합니다.

[레탄미 / 외국인 건설 노동자 : 땀이 많이 나요. 진짜 땀이 많이 나요. 어지러움도 많이 있어요. 머리가 아프고 몸이 피곤해요.]

해당 건설현장에선 노동자들이 온열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물과 포도당을 마련하고 휴게 시간 동안 휴게실에서 에어컨을 쐴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나 이 사례와 달리 현실은 건설 노동자들의 휴게 여건이 잘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기자]
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3천200여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25%는 휴게실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또, 노동자들의 20%는 시원한 물을 제공 받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폭염에도 별도 중단 없이 일한다고 답한 경우는 82%에 달했습니다.

이 때문에 건설노동자들의 70%가 어지럼증을 느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조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강한수 /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 : 공사 기간 단축만을 위해서 우리 건설노동자들이 이 더운 여름, 노동부의 지켜지지도 않는 권고가 현장에서는 전혀 먹혀들지 않을 현실이 두렵습니다.]

[앵커]
이번엔 물류 노동자들의 상황도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최근 미국 아마존 배송기사들이 폭염으로 파업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국내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폭염 대책 요구에 나섰죠?

[기자]
네,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배송 기한을 맞추기 위해 쉴 새 없이 물건을 실어 날라야 합니다.

고된 작업 속 노동자들을 더 지치게 만드는 건 열악한 환경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물류센터 안에 냉방기기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심지어 1시간에 10~15분씩 휴게 시간을 부여하라는 고용노동부 권고도 지켜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읍니다.

[A 씨 /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 무더위 속에서 계속 걷고 있는 느낌, 쓰러져 죽을 정도로 힘든 느낌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난달 30일에는 노동자 한 명이 일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쿠팡 노조원 일부는 이런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파업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쿠팡 측은 법정 휴게 시간 외에도 추가 휴게 시간을 부여하고 냉방 장치를 운영한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앵커]
폭염 속에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일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별다른 대책 없이 폭염에 내몰리다 보니까, 지난 6월 다국적 유통업체인 코스트코에서는 노동자 한 명이 숨지는 일도 빚어졌잖아요.

[기자]
네, 코스트코에서 주차 관리 업무를 하며 철제 카트를 정리하는 업무에 투입됐던 김동호 씨는 지난 6월 19일 숨졌습니다.

사인은 폐색전증과 온열에 따른 과도한 탈수입니다. 김 씨는 철제 카트를 옮기는 일을 했는데요.

김 씨가 숨지기 이틀 전엔 4만3천 보, 사망 전날엔 3만6천 보, 사망 당일엔 2만9천 보를 걸었던 것으로 건강 관리 앱에 기록됐습니다.

하루 이동량만 보더라도 얼마나 고된 작업에 내몰렸는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유족은 김 씨가 숨지기 전 힘들다고 털어놓았다며 원통함을 드러냈습니다.

[김길성 / 고 김동호 씨 부친 : 그날 퇴근하고 와서 자기 엄마한테 대자로 눕더니 엄마, 나 4만3,000보 걸었어. 너무 힘들어,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코스트코 측은 고 김동호 씨를 조문하면서 질병을 숨기고 입사했다는 등의 막말을 퍼부으며 오히려 고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입니다.

고 김동호 씨의 49재를 나흘 앞둔 오늘, 민주노총 마트노조 조합원들은 추모 집회를 열고, 코스트코 사측이 유족에게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또, 김 씨가 숨진 건 휴식공간과 냉방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앵커]
농가도 상황도 좋진 않습니다. 최근 농사 일을 하다가 숨지는 일도 잇따르고 있지 않나요?

[기자]
네, 어제 경북 성주의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던 90대 여성이 숨졌고, 경북 영천에서도 70대 여성이 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비닐하우스의 경우 한낮 내부 온도는 40도에서 50도까지 치솟습니다. 차양막을 설치한다고 해도 큰 효과가 없습니다.

야외인 만큼, 냉방 시설 등을 갖추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일손을 멈출 수도 없다고 합니다.

장마 이후 폭염이 덮치면서 농작물이 상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수확하지 않으면 한해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농민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한권녕 / 농민 : 갑자기 고온이 될 때 이 물건 상태가 하루아침에 망가져요. 그러기 때문에 거의 출하를 못 할 때가 많아요. 온도가 안 맞으면 물건이 상하니까…]

[앵커]
폭염으로 인해 안타까운 피해가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네요.

정부도 온열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휴게 시간 보장 등을 내용으로 하는 근무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네, 고용노동부는 온열 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뒀습니다.

실외는 물, 그늘 휴식, 실내는 물, 바람, 휴식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규칙적으로 제공하고 휴식 시간을 시간당 10~15분씩 부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실내와 실외를 나눠 각각 그늘진 장소, 냉방장치를 마련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앵커]
가이드라인까지 있는데 왜 현장에선 잘 안 지켜지는 겁니까?

[기자]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 권고 사항일 뿐 강제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이드라인의 모호한 표현이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실외와 실내 상관 없이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무더위 시간대엔 옥외 작업을 최소화하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화라는 표현부터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현장에선 가이드라인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또, 폭염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상황은 저마다 다른데,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이 작성됐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실제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건설 현장 등 일부 상황에 맞춰 작성된 측면이 있다며, 각각 상황에 맞게 가이드라인이 제작되면 좋을 것이라고 토로합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각각의 현장 상황에 맞춰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앵커]
작업 환경이 개선되는 게 우선이긴 하겠지만, 노동자들 어떤 부분을 유의하는 게 좋을까요?

[기자]
우선 온열 질환은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돼 열로 인해 생기는 급성 질환입니다.

두통과 어지러움, 피로, 메스꺼움, 근육 경련,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있습니다.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경우 바로 병원 진료를 봐야 합니다.

온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합니다.

또, 어두운 복장보다는 밝은 색의 옷이 좋고, 모자 등을 이용해 쬐는 햇빛을 피하는 게 좋습니다.

당분간 고온다습한 찜통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반 시민, 노동자들 모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YTN 윤성훈 (ysh0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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