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킥보드 탔다가 '면허 취소'…법원 "과도한 처분"

술 먹고 킥보드 탔다가 '면허 취소'…법원 "과도한 처분"

2023.08.01. 오후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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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먹고 킥보드 탔다가 '면허 취소'…법원 "과도한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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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고 전동 킥보드를 타다가 적발됐다고 모든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행정단독(판사 허이훈)은 A씨가 경북경찰청을 상대로 제기한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1일 대구 동구 율하동의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인근 아파트 단지 정문까지 약 500m를 전동 킥보드로 이동했다. 이후 헬멧 미착용으로 경찰 단속에 걸렸고, 음주 단속에도 적발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07%. 경찰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A씨의 제1종 대형, 제1종 보통, 제2종 소형, 제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등 운전면허를 취소했다.

A씨는 처분이 너무 가혹하다며 반발했다. 자신이 자동차부품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차량을 이용해 거래처에 직접 납품을 하고 영업까지 해야하는 상황에서 생계상 운전면허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또 전동 킥보드가 음주 운전으로 단속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점, 운전한 거리가 짧은 점, 종별 면허를 모두 취소하는 것은 형평에 반하는 점 등을 강조했다.

A씨는 지난 4월 3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관련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결국 대구지법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개인형 이동장치는 사고 시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재물에 피해를 줄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며 "음주 운전으로 인한 위험성이 현저히 다른 경우라면 면허취소 및 정지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개인형 이동장치를 음주 운전한 경우 경미한 범죄로 취급해 범칙금만 부과하고 있는 점 ▲운전면허가 생계유지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점 ▲일률적으로 모든 운전면허를 취소 또는 정지하는 것은 위반행위에 비해 과도한 행정제재라고 판단되는 점 등을 종합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YTN 서미량 (tjalfi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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