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인정률 1%인데..."난민 심사는 더 바늘구멍"

난민인정률 1%인데..."난민 심사는 더 바늘구멍"

2023.03.28. 오전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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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가치관 생기기에 어려"…난민 신청 반려
친구들 국민 청원과 시위에 힘입어 난민 인정
난민 인정률 1%…OECD 국가 최하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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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3년 사이 우리나라 난민 인정률은 1%를 겨우 웃돌아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난민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시민 단체와 난민들은 난민 심사가 지금보다 더 까다로워질 거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다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0년 아버지를 따라 이란에서 한국으로 온 김민혁 씨는 가톨릭 신자입니다.

고국으로 돌아가면 종교 때문에 탄압을 받을까 두려워 난민 신청을 했다가 나이가 어려 종교적 가치관이 생기기 어렵다는 이유로 한 차례 반려됐습니다.

이후 김 씨는 중학교 친구들의 국민 청원과 시위에 힘입어 가까스로 난민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김민혁 / 난민 인권 활동가 : 지금 교회에 다니고 있으면 찬송가를 불러 봐라, 기도문을 외워 봐라. 이런 식으로 3시간가량 인터뷰를 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 이런 질문들을 다 알고 있을까 이런 생각도 좀 들었고….]

최근 3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난민 심사가 완료된 사례는 만 8천여 건.

여기서 1%에 해당하는 300여 명만 난민으로 인정됐습니다.

나머지 99%는 김 씨처럼 험난한 과정을 거치고도 결국 난민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OECD 국가 최하위 수준의 난민 인정률입니다.

또, 아예 심사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서, 최근엔 강제 징집을 피해 한국으로 도망쳐 온 러시아 남성들이 심사받을 자격을 얻지 못해 공항에서 숙식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재작년 12월엔 난민 심사를 더욱 엄격하게 하는 '난민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 다시 난민 인정 신청을 하면, 지금은 횟수 제한 없이 재심사를 받는 게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재심사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심사부터 거치도록 하는 게 개정안의 핵심입니다.

적격 심사에서 신청자에게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다고 판단할 때만 재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인데, 법무부는 난민심사 제도가 체류를 연장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거라고 설명합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난민 신청자 대부분을 제도를 남용하는 사람으로 바라본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은경 /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활동가 : 법무부의 난민법 개정 법률안은 대부분의 난민 신청자를 남용적인 신청자로 낙인찍고 거부해온 기존의 행정 관행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며 신속히 난민들을 추방하려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 난민법 개정안은 난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보다 신속히 추방하는 것에 집중한 '개악'이라고 비판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난민기구도 우려를 표시하는 가운데, 난민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곧 논의될 전망입니다.

YTN 김다현입니다.


YTN 김다현 (dasam08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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