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뜬금없이 레스토랑 상표를 출원한 까닭은?

'테슬라' 뜬금없이 레스토랑 상표를 출원한 까닭은?

2023.03.22. 오후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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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뜬금없이 레스토랑 상표를 출원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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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3년 3월 22일 (수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임소진 한국지식재산연구원 특허통계센터 경제산업연구실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슬기로운 생활을 위한 생활백서, 매주 수요일은 대한민국 특허청과 함께하는 '독특허지~ 기특허지~' 시간입니다. 빅데이터의 시대라고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전 세계의 최신기술 동향을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 분야가 바로 특허 데이터라고 합니다. 이 특허 데이터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한국지식재산연구원 특허통계센터의 임소진 경제산업연구실장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임소진 한국지식재산연구원 특허통계센터 경제산업연구실장(이하 임소진): 안녕하세요.

◇ 이현웅: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임소진: 안녕하세요,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내에 새롭게 개소한 특허통계센터에서 특허통계 분석 업무를 맡고 있는 임소진이라고 합니다.

◇ 이현웅: 특허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특허 데이터라는 게 무엇인가요?

◆ 임소진: 특허 데이터를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특허의 유래에서부터 출발해야 될 것 같습니다. 르네상스 시기의 기술자들은 자신의 발명이 공개될 경우에 발명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잃어버릴까 두려워서 발명을 암호와 같은 방법으로 표현했는데, 이후에 이러한 발명이 계속 비밀로 유지되면 기술발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게 된 것이 특허법 제정의 배경입니다. 그래서 특허를 의미하는 ‘Patent’는 원래 ‘Open’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입니다. 14세기 영국에서 국왕이 발명자에게 특허권을 부여할 때 다른 사람도 볼 수 있게 개봉된 상태로 수여했다는데 그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특허라는 것은 산업의 발전을 위해 기술을 공개하는 대가로 일정 기간 동안 발명가에게 주어지는 독점권이기 때문에 특허 문서에는 그 발명에 대한 자세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특허 문서에 담겨 있는 자세한 정보들을 특허 데이터라고 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300만 건 이상 특허가 출원되면서 전체 누적 데이터는 약 5억건 이상으로, 특허 빅데이터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현웅: 그럼 특허 데이터라는 게 왜 중요한지도 설명해주시면?

◆ 임소진: 1997년 독일 막스프랑크 연구소는 ‘신지식의 75%가 특허문헌만으로 공개된다’는 사실을 발표했고, 1983년 미국 특허청은 ‘화학분야에서 특허문헌에 공 개된 71%가 다른 문헌에는 공개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결국 연구개발 단계에서 특허 데이터를 참고하지 않는다면, 70% 이상의 선행 기술정보를 무시한 상태로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같이, 특허 데이터는 최신 기술 트렌드를 담고 있으며 그 어떤 기술 자료보다도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 정책수립 측면에서도 특허 데이터를 통해서 특정 국가의 기술 경쟁력이나 강약점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기술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이현웅: 특허 데이터에 기반한 성공 사례도 있습니까?

◆ 임소진: 특허 데이터에 기반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면도날로 유명한 질레트가 있습니다. 질레트는 면도날에 대한 모든 기존의 특허를 조사하고, 그 권리범위를 분석해서 경쟁업체가 극복하기 힘든 디자인을 선택해서 이것을 모두 특허로 등록했습니다. 그리고 카트리지, 날의 각도, 손잡이 등 센서 면도기에 관련된 모든 개량 발명까지도 특허로 등록해서 면도기 시장에서 아직까지도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니치아와의 특허분쟁에서 성공한 서울반도체를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니치아는 백색 LED 조명에 필수적인 청색 LED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시장점유율 1위의 글로벌 기업으로, 후발기업인 서울반도체를 견제하기 위해 5개국에서 동시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서울반도체는 사전에 니치아를 포함한 경쟁사들의 핵심 특허를 모두 파악한 후, 해외 유망 특허들을 매입하고, R&D를 통해 새로운 원천특허를 확보하게 됩니다. 이렇게 확보한 특허로 니치아에 맞소송을 제기하고, 니치아의 청색 LED 원천특허와 크로스 라이선싱을 맺고 소송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 이현웅: 상표 데이터도 특허 못지않게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 임소진: 맞습니다. 상표는 주로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출원되기 때문에 상표 빅데이터는 기업의 가까운 미래 사업영역에 대한 정보와 사업화 의지를 담고 있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테슬라가 2021년 5월부터 10월까지 “알코올, 음료, 맥주”, “레스토랑업, 테이크아웃 레스토랑 서비스업” 분야에 상표를 출원했는데, 이러한 출원정보를 통해 테슬라가 보유한 전 세계 2만 5천개 이상의 전기차 충전소를 활용해서 충전 시간 동안 고객들이 이용할 레스토랑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

◇ 이현웅: 이렇게 중요한 특허나 상표 데이터를 분석하는 조직이 꼭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 임소진: 특허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경제·통계·산업 전문가로 구성된 특허데이터 분석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분석한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국가 주요 정책에 반영하는 한편 민간에도 분석 결과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특허청도 지난 1월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특허통계센터'를 개소했습니다. 그동안의 분석이 단순 통계 제공과 현황 파악에 머물러 있었다면 특허통계센터 개소를 통해 각계 전문가가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이현웅: 어떤 분들이 특허통계센터에서 일하고 있고, 어떤 연구를 진행 중인지도 소개해주시면?

◆ 임소진: 현재 특허통계센터는 경제학, 경영학, 산업공학, 통계학을 전공한 박사급 10명 등 총 20여명의 연구원들로 구성되어 있고, 특허 데이터를 경제, 산업 데이터와 연계해서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특허, 디자인, 상표의 국내외 출원 데이터를 세부 기술별, 산업별로 모니터링해서 최근 떠오르는 기술분야나 외국에 비해 경쟁력이 약화되는 분야를 조기에 파악하고, 해당 산업의 산업적 요인이나 거시경제 요인을 통해 그 원인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술 분야별 미래 특허출원량을 예측하고, 특허, 디자인, 상표가 집중되어 있는 산업의 GDP 기여율 등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연례보고서를 매년 발간할 예정입니다.

◇ 이현웅: 특허통계센터에서 이렇게 연구를 하시면 결과물들이 나올텐데요. 이 결과물들은 어떤 분들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 임소진: 우선, R&D전략이나 시장 전략을 수립하는 기업들이 1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의 특허와 상표데이터를 통해 최신 기술과 제품 트렌드를 먼저 파악한다면 시장변화에 좀 더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의 경제·산업·안보 정책 수립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허데이터를 수출입 통계 데이터와 연계해서 품목별 공급망을 분석함으로써 위기가 예상되는 산업분야를 조기 파악함으로써 대응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허통계센터의 연구 결과물은 한국지식재산연구원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이현웅: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임소진: 특허데이터 분석의 궁극적인 목표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특허통계센터에서는 특허 데이터에 R&D, 기업, 무역 데이터 등 이종 데이터를 연계해서 AI기반 예측 시스템을 구현하고, 예측분야를 점차적으로 다양화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특허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도산 확률을 예측함으로써 IP금융시장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고, 특허의 사업화 가능성 예측 결과는 특허가치평가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특허통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분석분야를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 이현웅: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지식재산연구원 특허통계센터의 임소진 경제산업연구실장였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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