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이후 일상은 연기처럼 사라져"...남겨진 고통

"참사 이후 일상은 연기처럼 사라져"...남겨진 고통

2023.02.04. 오전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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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후 100일…일상에 남겨진 유가족들
장례 후에야 보인 의문점…"자발적으로 모여"
YTN에 모인 형제자매 유가족들…"서로가 버팀목"
제대로 이별 못 한 후유증, 일상 복귀 가로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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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태원 참사 100일을 맞아 YTN이 희생자 유족 한분 한분을 만나 어렵게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들은 참사 이후 자신들의 일상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고 입을 모읍니다.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강민경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은 한순간에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고준희 / 고 김용건 씨 숙모 : 생기가 없어졌다고 할까요. 아이들과의 대화 주제도 너무 많이 바뀐 거죠. (낯선 사람들과) 더는 얘기하고 싶지 않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고….]

갑자기 찾아온 소중한 이의 부재는 주변 관계부터 삶의 전체 형태까지, 모든 걸 바꿔 놓았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이때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준희 / 고 김용건 씨 숙모 : (딸이) 어디 이렇게 좀 많이 모여있다고 하면 못 가겠대요. 무섭대요. 그냥 그 생각이 나서 무섭고….]

이전에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큰 아픔은 뉴스에서나 접할 수 있는 그저 남의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종관 / 고 이민아 씨 아버지 : 세월호 그 분들, 유족분들에게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어요. 당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강 건너 불 보듯 했고….]

경황없이 장례를 치르고 난 뒤에야 수많은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분향소를 떠날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이종관 / 고 이민아 씨 아버지 : 순리적으로 처리했으면 저희가 여기 와서 분향소 왜 차립니까. 유가족 대책본부를 전혀 할 수 없다, 자기들은 개인정보라서 안 된다, 이건 사실상 찢어놓기 아닙니까.]

온전히 유가족을 위로할 자리가 필요했습니다.

늘 함께했던 형제자매를 잃은 유족들을 위해 YTN이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친구도 만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던 지난 100일.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의 만남 자체가 큰 위로입니다.

[박진성 / 참사 생존자·고 박지혜 씨 동생 : 저는 참사 이후로 아직 친구나 지인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는데요. (다른) 유가족을 만나니까 솔직한 제 심정을 이야기할 수 있었고 거기서 치유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사랑하는 가족과 제대로 이별하지 못한 후유증이 유족 모두에게 있습니다.

이 고통은 일상으로 돌아갈 길목을 틀어막고 있는 듯합니다.

[최연화 / 고 최보성 씨 누나 : 동생이 없는 저의 삶은 뭔가, TV가 딱 꺼진 것처럼 10월 29일에 딱 멈춘 것 같아요.]

유가족이 바라는 건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김유진 / 고 김유나 씨 언니 : 희생자분들이 그 마지막 순간에 그 CPR 한 번이라도 받았는지, 응급처치 한 번이라도 받았는지, 찬 바닥에 얼마나 오래 방치되었는지….]

유족끼리 더 자주 만나 위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조경선 / 고 조경철 씨 동생 : 유가족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와 추모 공간, 온전히 우리가 추모할 수 있게.]

자신들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을 멈춰달라는 아주 작은 바람입니다.

[송지은 / 고 송영주 씨 언니 : 댓글 쓰시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이 참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고 왜 이런 사고가 났는지에 대해 알고서 의견을 남겨주시면….]

YTN 강민경입니다.



YTN 강민경 (kmk02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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