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반복되는 구룡마을...재개발은 10여 년째 제자리

재해 반복되는 구룡마을...재개발은 10여 년째 제자리

2023.01.30. 오전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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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설 연휴를 앞두고 서울 강남구에 있는 판자촌 구룡마을에서 큰불이 나, 60채가 소실됐는데요,

이런 재해가 반복되면서 10여 년 전부터 재개발 논의가 있었지만, 주민과 지자체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임성재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서울 강남구에 있는 판자촌 구룡마을입니다.

다닥다닥 붙어있던 집들은 온데간데없고, 집터에는 까만 잿더미만 남았습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0일 화마가 마을을 덮치며 주택 60채가 타 버린 겁니다.

화재가 난 현장입니다.

얼기설기 지어진 판잣집 등 화재에 취약한 환경 속에 지난 10년 동안 이곳 마을에는 4차례 큰불이 났습니다.

[화재 피해 주민 : 문 열고 나오니깐 우리 앞집이 불타고 있어요. 안 죽고 살아나온 것만 해도 감사하고….]

550여 세대가 살고 있는 구룡마을은 겨울철 화재뿐만 아니라, 여름철엔 수해 위험에도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비닐이나 합판으로 지어진 낡은 집이 많고, 배수로 등 기본적인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재해가 되풀이된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시도 지난 2011년 마을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직접 공영 개발에 나서기로 결정했지만,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주민과 지자체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평생 살아온 터전을 내주는 대가로 지자체가 제시한 임대주택을 받을 수는 없다며, 아파트 분양권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형희 / 화재 피해 주민 : 임대 주택이라는 것이 한 달 지나면 임대료를 내야 하는…. 재계약을 하지 않았을 때 나가야 하는 불안감 또 임대주택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그러나 서울시는 공영 개발을 할 때 이주 대상자에게 주택을 공급할 수는 있지만, 구룡마을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허가 건축물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반박합니다.

무허가 건축물이라고 해도 예외적으로 보상 대상에 포함되려면, 1989년 이전에 지어졌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할 장부나 서류도 없다는 설명입니다.

일각에선 땅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건물은 원래 거주자가 소유하는 이른바 '반값 아파트' 분양 방식도 거론되지만,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행된 건 없습니다.

오는 2025년까지 구룡마을 재개발 사업을 마친다는 목표 달성도 요원해진 상황.

결국, 구룡마을 주민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며 각종 재해가 벌어질까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현실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YTN 임성재입니다.



YTN 임성재 (lsj6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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