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기업' 응징하는 불매운동...부작용 우려도

'죽음의 기업' 응징하는 불매운동...부작용 우려도

2022.12.03. 오전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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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0월 SPC 계열사 빵 공장에서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이어졌는데 SPC의 대처가 연일 논란을 일으키면서 불매운동까지 벌어졌죠.

불매운동은 대리점 갑질 사태로 물의를 빚은 남양유업부터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공분을 부른 옥시까지 논란이 된 기업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도 했는데,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나 또 다른 갈등을 빚을 수도 있는 만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태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계열사 공장에서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진 사고와 관련해 SPC 총수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SPC 계열사 상표가 찍힌 검은 포스터를 찢으며 분노를 표현합니다.

지난 10월 '평택 제빵공장 사망 사고'로 안전 관리부실 의혹이 불거졌던 SPC.

숨진 직원의 장례식장에 빵을 보내는 등 배려 없는 사후 대처까지 알려지면서, 시민들 사이에선 SPC 제품을 사지 말자는 불매운동이 벌어졌습니다.

[임유진 / 서울 발산동 : 빵 사는 것도 (SPC) 계열사 안 가고 동네 빵집이나 그런 쪽으로 더 이제 가게 된 거 같아요. (주변에) 다들 저처럼 마음먹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요.]

소비자 소송이 일상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불매운동은 소비자들이 논란을 빚은 기업을 응징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입니다.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로 논란을 빚은 남양유업은 불매운동의 여파로 영업이익이 꾸준히 줄어 지금도 적자 상태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불러온 옥시는 7년 전부터 이어진 불매 운동으로 대형 마트 등에서 사실상 퇴출당해 매출이 90% 가까이 줄어든 거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불매운동이 의도치 않게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 경우도 있습니다.

[SPC 계열 매장 점주 : 보통 170~200만 원 팔던 매장이 지금 120~150만 원도 못 팔고 있고. 매출은 줄었지만 지금 줄었다고 대놓고 말도 못하겠어요.]

불매운동 과정에서 촉발된 분노가 전혀 상관없는 소비자로 향하면서 또 다른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한 학생이 SNS에 올린 식단에 SPC 계열사 제품이 포함됐단 이유로 비판 댓글이 쇄도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김예빈 / 서울 도화동 : 그 회사가 한 것에 대해서 그게 잘못이다, 아니다 이렇게 나누는 것은 개인의 자유니까 그걸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불매운동의 본질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이라는 인식을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이영애 /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무차별적으로 비판하는 건 사실 또 다른 폭력일 수 있어서, (불매) 운동의 본질이나 프레임 자체를 왜곡하거나 훼손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특히 일시적인 불매운동을 넘어 기업의 문제점을 계속 환기하고 감시의 눈을 떼지 않을 때 기업 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YTN 김태원입니다.




YTN 김태원 (woni041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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