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760억 들인 방제선 '엔담호'...필수 장비 불량에 '불법 준설'까지

세금 760억 들인 방제선 '엔담호'...필수 장비 불량에 '불법 준설'까지

2022.11.16. 오후 5:1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YTN은 국가 예산 7백억 원을 들여 만든 초대형 방제선 '엔담호'가 필수 장비 불량을 숨긴 채 취항했다는 단독 보도 전해 드렸습니다. 엔담호는 방제뿐 아니라 무려 120억 원을 들여 준설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이 작업은 현행법상 아예 허용될 수 없는 것으로 YTN 취재결과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엔담호 문제를 계속 추적하고 있는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강민경 기자.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엔담호라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 엔담호는 방제선, 그러니까 바다에 유출된 기름을 제거할 수 있도록 만든 선박입니다. 사실 방제선 원래부터 있었는데 이 엔담호가 특별한 방제선이기는 합니다. 엔담호가 만들어진 계기가 2007년에 태안에 굉장히 기름이 많이 유출됐을 때가 있는데요.

그 당시에 날씨가 안 좋아서 기름 방제선들이 현장으로 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작업 속도가 느려졌는데요. 이때 아무래도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새로운 방제선을 하나 만들어야겠다라고 해서 시작한 게 초대형 방제선으로 불리는 엔담호입니다. 엔담호의 특징을 설명드리면 엔담호는 무려 5000톤급의 선박인데요.

이게 다른 방제선하고 비교를 해보면 약 10배 정도 이상 큰 선박이라고 알고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 건조 목적에 맞게 어떤 날씨에도 출항이 가능합니다. 엔담호는 일단 이 정도의 성능을 가진 선박이다 보니까 사실 금액도 굉장히 많이 들었는데요. 국가예산만 엔담호를 건조하는 데 760억 원이 든 상태입니다.

[앵커]
지금 태안 기름 유출로 처음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데 그런데 강 기자가 처음으로 보도한 문제가 오일 펜스라는 장비가 문제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저희가 처음으로 문제를 인지하게 된 시점 자체가 오일 펜스였는데 이 오일 펜스가 뭔지 간단하게 설명드리면 일단 엔담호가 방제선이라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오일, 기름이 흘렀을 때 이 기름이 더 이상 바다로 확산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장비라고 알아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일 펜스, 굉장히 긴 튜브라고 생각을 해 주시면 되는데 당연히 바다의 기름을 차단해야 되니까 이 튜브가 바다 위에 떠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둥그렇게 기름 확산한 것을 차단을 해야 되는데 지금 엔담호에 탑재된 첫 오일 펜스는 이 튜브가 바다에 가라앉습니다.

그러니까 기름을 차단할 수가 없는 상태인 거죠. 엔담호의 담당이 해양환경공단인데 해양환경공단은 취항식 직전인 지난 5월 말에 이미 시운전에서 이 문제를 처음 발견하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제조사에 수리까지 요청을 했는데 정상 작동이 결국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는데요.

그러나 해양환경공단은 이런 사실을 숨긴 채 그냥 취항식을 해버려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때 해양환경공단의 해명 자체가 어떻게 나갔냐면 배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장비의 문제다 보니까 장비만 바꾸면 된다라고 설명을 해 주기는 했는데요. 그런데 엔담호가 그냥 단순히 수송선이라든지 고기잡이 배가 아니거든요.

결국 기름을 차단하는 게 원래 목적인데 그 기름을 차단하지 못하는 핵심 장비가 고장이 난 상태인데 그들을 취항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드는 상황입니다.

[앵커]
문제를 알고도 취항을 밀어붙였다로 요약이 되는데 그러면 오일 펜스 장비 문제는 잘 해결된 상태입니까, 그러면?

[기자]
일단 저희 YTN 보도가 나가기 전에도 해양환경공단 역시 문제를 인지하고 있어서 미리 새로운 오일 펜스를 신청을 해 둔 상태라고는 합니다. 그런데 공단 측의 설명으로는 추가 예산은 들지 않는다고 하고요. 오일 펜스를 담당하는 제조사의 잘못이 분명하니까 그쪽에 돈을 내서 교체해 주기로, 그쪽이 교체해 주겠다, 이런 논리입니다.

그런데 아직 교체 작업이 마무리되지는 않은 상태라서 지금은 현재 다른 배에 있는 대체 오일 펜스를 설치해둔 상태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아까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엔담호가 다른 방제선에 비해서 10배 정도 규모가 큰 상태라서 딱 적합한 오일 펜스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은 변치 않는 것 같습니다.

[앵커]
이번에 또 추가로 보도가 나온 게 준설 작업 관련 내용인데 준석 작업이라는 게 법적으로 엔담호가 할 수 없는 작업인데 일단 장비부터 설치해 놓고 본 거, 이거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저희가 엔담호를 다루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결국 여기에 많은 예산이 들어갔다는 거거든요. 엔담호에 소요된 예산이 760억 원인데 이 중에서 건조 외에 준설 작업이라고 하는 사업을 위해서 약 120억이 투자가 됐습니다. 해양 준설 작업이라는 게 뭐냐 하면 바다 바닥을 긁어내거나 아니면 뱃길을 만들기 위해서 바다 밑의 작업을 하는 과정을 얘기하는데요.

우리가 도로에 아스팔트를 깔고 정비작업을 하는 것과 비슷한 작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게 일종의 사업이다 보니까 결과적으로는 추가로 이 사업을 수주를 받아서 진행을 하는 건데 엔담호를 가지고 있는 곳이 해양환경공단인데 이곳이 알고 보니까 공기업이어서 이런 사업을 수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단 무턱대고 그 장비를 설치를 했다, 이렇게 알아주시면 될 것 같고요. 결국 수익 사업을 진행하려는 법적 토대 같은 것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배를 만들면서 120억 원의 장비를 넣었다, 이런 상황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러니까 엔담호를 담당하는 건 해양환경공단이랑 해양수산부인데 앞으로 그러면 엔담호를 어떻게 하겠다는 방침인가요?

[기자]
일단 해양환경공단 측은 저희가 이번에 김태원 기자하고 같이 리포트를 만들었을 때 해양환경공단 측의 설명은 공단의 준설 사업을 허용하자는 내용의 해양환경관리법 개정안을 일단 발의했다, 이렇게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따로 준설 사업을 별도로 할 것 없이 문제가 없다는 건데요.

그런데 해양환경관리법이라는 개정안이 당장 어제, 오늘 이렇게 발의된 게 아니라 이미 1년 전에 발의가 됐고 국회에 여전히 계류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또 사실 전망도 밝지 않은 게 이 사업을 총괄하는 담당이 원래 국토교통부거든요. 그런데 국토교통부 자체가 공기업이 이런 사업을 하는 게 맞느냐, 이런 입장이어서 사실 좀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이렇게 주무부처가 부정적인 입장을 내는 상황에서 과연 엔담호가 이 사업을 제대로 수주할 수 있을지, 이 준설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황입니다.

[앵커]
그냥 작은 부품 하나 단 것도 아니고 법리 검토도 없이 120억 원이나 되는 장비를 달았다는 게 참 황당한 일일 수밖에 없는데 준설작업을 아예 할 수 없는 겁니까?

[기자]
일단 아예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은 조금 설명을 드리면 일단 엔담호 준설 장비를 사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해양환경공단이 직접 엔담호를 끌고 준설작업에 참여하는 거고요. 다른 하나는 엔담호를 준설 사업을 하는 다른 사기업에 엔담호 자체를 빌려주는 겁니다.

그런데 전자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사실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인데 일단 법이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국회에 계류되어 있고 엔담호도 사용할 수 없는 거고요. 후자, 그러니까 배 자체를 빌려주는 것은 개정 없이 할 수 있기는 한데 사실 해수부도 공단에 따로 선박 대여 등록을 안 해놓고 있다가 저희 YTN 취재가 시작되니까 그제서야 등록을 해 놓은 상태이기는 합니다.

해수부는 이전부터 대여업을 계속 하려고 준비를 했다, 이런 입장이기는 한데요. 등록 절차가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등록이 저희 취재가 시작되자마자 했다는 것에서 다소 해명이 미심쩍은 상황이기는 합니다.

[앵커]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시작된 사업들도 많다는 얘기인데 끝으로 제보의 중요성이라 해야 될까요? 덧붙여서 한 말씀 해 주시죠.

[기자]
사실 저희가 해양환경공단과 엔담호의 문제를 다루게 된 게 해양환경공단이라는 곳이 사실은 주무부처, 해양수산부 이런 부처가 아니다 보니까 감시를 소홀히 받는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공단이 감시를 소홀히 받는다는 것과 큰 사업을 다룬다는 건 별개의 문제거든요.

제대로 된 감시와 감시의 시선이 없이는 이렇게 큰 예산이 다루어지는 문제가 허투루 쓰여질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또 이렇게 저희가 취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정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앞으로 이런 문제들 말고도 따로 각종 사회 비위라든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추적하고 또 취재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사회1부 강민경 기자 메일로 제보하시면 강 기자가 취재에 나설 거라고 생각이 되고,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엔담호 뜻이 사방을 둘러싼 담이더라고요. 국민 공모전인데 이 이름 만든 분은 허탈할 것 같습니다. 사회1부 강민경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YTN 강민경 (kmk0210@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