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있저] 산책 안 시켜도 학대?...'동물 선진국' 사례 살펴봤더니

[뉴있저] 산책 안 시켜도 학대?...'동물 선진국' 사례 살펴봤더니

2022.09.15. 오후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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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전체에 개 짖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집니다.

소리가 시작된 곳은 허름해 보이는 한 주택.

담장 너머로 보이는 마당에는 동물 사료 봉지 등 생활 쓰레기와 분뇨가 잔뜩 쌓여 있습니다.

개집도 듬성듬성 놓였는데, 집마다 두세 마리가 비좁게 몸을 비비고 있습니다.

일부는 목줄이 뒤엉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합니다.

이웃 주민들이 동물 학대라며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김승현 / 마을주민 : 저는 학대라고 생각해요. 그 안에 그 환경이 개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에요.]

[A 씨 / 마을주민 : 개똥 치운 지가 벌써 언제야. 그거 누가 봐도 학대지.]

왜 이렇게 많은 개를 키우고 있는 걸까?

[이 모 씨 / 개 집단 사육 주인 : 그런 것도 조금 있겠지. 사랑에 대한 그런 마음 그런 것도 있겠고, 또 얘네들이 이상하게 가엾고 불쌍하고 또 보호해주고 싶어. (지금은 그럼 몇 마리예요?) 60마리 넘어 한 70마리 가까이 될 거야.]

11년 전 개 3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는 이 씨는 이후 동네 떠돌이 개 등을 모으기 시작했고, 식구는 순식간에 70마리 가까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연로한 나이와 경제 여건상 사료조차 제대로 먹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 모 씨 / 개 집단 사육 주인 : 애들 좀 깔끔하게 개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이렇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나는 그건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글쎄 내가 학대? 나는 너무 과보호하는 것 같은데….]

이 씨의 개 사랑을 어떻게 봐야 할까.

뉴있저 제작진의 분석 의뢰를 받은 전문가는 이 씨의 행태가 전형적인 '애니멀 호더'라고 진단합니다.

기르는 일에는 무관심하고 방치하면서, 동물을 모으는 것 자체에만 집착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우희종 /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 이렇게 특히 이 관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수의 동물을 키우는 것이 '애니멀 호더'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캐나다 토론토 등 일부 지역은 반려견을 3마리 이상 키울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고, 호주는 4마리 이상 키우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마땅한 기준이 없습니다.

70마리를 키우는 이 씨의 사례처럼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해도, 반려 인구가 천4백만 명을 넘어서고 다수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이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또 반려동물의 수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한 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더라도 그에 맞는 환경과 습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학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희종 /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집 안에서 한 마리나 두 마리를 키운다 해도 사실은 삶의 기본적인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이것은 일종의 애니멀 호더로서 동물 학대라는 인식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것들은 가정에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실제, 지난해 발표된 한 설문조사를 보면 반려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은 반려동물을 일주일에 한 번도 산책시키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4명 중 3명은, 하루 5시간 이상 반려동물을 집에 혼자 남겨둔다고 답했습니다.

[설채현 / 수의사 : 사실 우리가 하는 행동 중에서 학대라고 생각하지 않고 하는 경우들도 상당히 많거든요. 동물의 입장에서 이 행위가 정말로 좋은 것인지, 동물들의 입장에서는 이게 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더 나아가서는 학대가 되지 않는지 이런 것들은 꼭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YTN 민대홍입니다.



YTN 민대홍 (mindh092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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