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있저] 시각장애인의 학습권 문제...당사자가 직접 취재해보니

[뉴있저] 시각장애인의 학습권 문제...당사자가 직접 취재해보니

2022.08.18. 오후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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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달 동안,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파헤쳐보는 월간 뉴있저, 이번 달은 장애와 비장애가 주제인데요.

오늘은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일일 명예 기자가 돼서 시각장애인의 학습권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권희범 PD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피디]
네, 안녕하세요.

[앵커]
월간 뉴있저, 이번에는 시각장애인이 직접 리포트를 전달한다고요?

[피디]
맞습니다. 오늘은 시각장애인 정승원 씨가 직접 취재한 내용을, 본인의 목소리로 전달하는데요.

장애인 당사자가 삶 속에서 겪은 문제점을 본인이 직접 알린다는 취지입니다.

현재 대학교 4학년으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승원 씨는 시각장애인으로서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이 내용 다룬 리포트 먼저 보시겠습니다.

[명예 기자]
안녕하세요. YTN 시청자 여러분.

저는 오늘 뉴스가 있는 저녁, 일일 명예 기자로서 여러분께 리포트를 전해드릴 정승원입니다.

저는 대학교 재학 중인 학생이자, 중증 시각장애인인데요.

제가 전해드릴 내용은 다름 아닌, '시각장애인의 학습권'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 화면은, 대학생들이 논문 등 학술자료를 이용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학술정보 사이트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접속해서 자료를 열람해보니, 이용할 수 없는 자료가 많습니다.

시각장애인이 학술 자료를 읽으려면, 글자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프로그램이 꼭 필요한데, 이 논문처럼 사진으로만 업로드된 파일은 프로그램이 인식할 수 없습니다.

논문을 클릭해도, 정보과 관계없는 음성만 나와 전혀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겁니다.

"골뱅이, 골뱅이 p…."

이런 경우,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 자료 제작을 별도로 요청해야 하는데, 이 역시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심지어 대학 필수 교재의 경우엔, 학기 절반이 지나갈 무렵에야 받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허우령 / 시각장애인 대학생 : 제가 학기 초에 (대체자료 제작을) 맡겨도 거의 중간고사쯤에 교재가 도착하는 거예요. 그러면 저는 중간고사 준비를 못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거의 정말 늦을 때는 한 석 달, 두 달을 교재 없이 수업만 들어간 적이 많고….]

음성 변환 등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체자료 제작률은 지난해 기준, 전체 도서 출판량의 15% 정도.

시중에 출판되는 책 열 권 중 한두 권 정도만 장애인들이 문제없이, 읽을 수 있는 겁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해 봤을 때 턱없이 작은 수치입니다.

장애인을 위한 대체자료를 제작하는 국립 장애인도서관에 찾아가 봤습니다.

확인해보니, 출판사가 장애인도서관에 제출한 자료 가운데 쉽게 대체자료로 변환이 가능한 자료는 전체의 63% 정도였습니다.

나머지 40% 정도는 직접 수작업으로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저작권을 이유로 원본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주된 이윱니다.

[원종필 / 국립장애인도서관장 : (원본이 없으면) 오·탈자 (확인을) 해야 하거나 또 스캔해서 자료를 수작업으로 많이 고쳐야 하기 때문에 제작 기간들이 상당히 길 수밖에 없고….]

학술정보사이트를 운영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도 문의했습니다.

학술정보원은, 대학 등 제공기관에 대체자료 변환이 가능한 파일 형식으로 자료를 올리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고 설명합니다.

또 정보원 자체적으로 파일을 변환하려면, 인력과 예산이 더 필요하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영일 / 조선대 특수교육과 교수 : 대체 자료를 제작해 줄 수 있는 제작 인력을 확충해야 하는데… 이런 특수한 영역에 대해서 시장에서 해결할 수 없는 그런 영역에 대해서는 국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현행법은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저 같은 시각장애인들은 언제쯤 평등한 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YTN 일일 명예기자, 정승원입니다.

[앵커]
리포트를 보니 시각장애인으로서 자료를 읽거나, 정보를 찾는 일도 어려움이 많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는데요.

이번에 같이 취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피디]
네, 저도 시각장애인과 오랜 시간 같이 지내본 적이 없었는데요.

이번에 승원 씨와 같이 취재하고 기사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시각장애인의 삶을 조금이나마 간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비장애인에겐 쉬운 일들이 장애인인 승원 씨에겐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번 주제는 승원 씨가 직접 발제해서, 직접 취재한다는 원칙을 정했는데요.

눈으로 보는 것 대신, 청각이나 촉각에 의지해 일상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고, 자료를 읽는 방식 자체가 비장애인과는 다른데요.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고요.

취재를 위해 이동할 때도, 장애인 콜택시를 40분 넘게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승원 씨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제작 과정이었을 텐데, 중간중간 좋은 아이디어도 내고, 제작진이 모르는 내용도 친절하게 알려주는 등 일일 명예 기자로서 역할을 잘해냈습니다.

[앵커]
네, 그랬군요. 승원 씨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으면 합니다.

내용으로 돌아오면, 앞서 리포트에서, 장애인 학생들이 학술 정보 접근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었고요.

하지만 관계 기관은 인력과 예산 문제 등 현실적인 이유로 당장 눈에 띄는 개선은 어렵다고 밝혔는데요.

국회의 입법 움직임은 없나요?

[피디]
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회의 움직임도 있습니다.

역시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인데요.

현행법은 어문저작물, 그러니까 음성이나 글로 된 저작물만, 대체자료로 제작·배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그렇다 보니, 논문 등 학술 자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표나 그림, 영상 등은 대체자료를 만들 필요가 없었습니다.

김 의원의 개정안에는 이 '어문저작물'이라는 단어를 삭제해서 다양한 형태의 자료를 대체제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아직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입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대체자료 제작률을 2025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3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네, 장애인 학생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기관의 관심과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이네요.

월간 뉴있저, 다음 주는 어떤 이야기가 준비돼 있나요?

[피디]
네, 다음 주는 장애인 스포츠 선수단 이야깁니다.

장애인 스포츠의 대표적 종목으로 휠체어 농구가 있습니다.

지난 두 차례의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고, 지난해는 21년 만에 도쿄 패럴림픽 본선에 진출하는 쾌거도 달성했는데요.

휠체어 농구 국가대표 선수를 만나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앵커]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YTN 권희범 (kwonhb054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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