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인정한 차별?...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장애인 노동자

법으로 인정한 차별?...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장애인 노동자

2022.08.13. 오전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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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행법에 따라 근로 능력이 낮은 일부 장애인들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장애인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장애인 고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나옵니다.

문제는 무엇이고, 대안은 없는지, 민대홍 PD가 취재했습니다.

[PD]
지난해 7월, 24살 중증 지적장애인 A 씨는 서울의 한 장애인 지원센터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하루 네 시간씩 야외에 설치된 간이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책을 정리하는 것이 주 업무였는데,

6개월 동안 받은 급여는 모두 합쳐 2백여만 원.

월급 35만 원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3천880원으로 지난해 최저 시급 8천72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A 씨 / 중증 지적장애인 : 작년에 서고 정리했어요. 4시간씩 했어요. 4시간씩. 한 달에 35만 원 받았습니다. 한 달에 35만 너무 적었어요.]

현행법은 장애 등을 이유로 근로 능력이 낮은 사람은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A 씨와 비슷한 처우를 받고 일하는 장애인 노동자들이 많은 이윱니다.

실제, 지난해 8월 기준,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한 장애인 노동자는 6천547명.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은 36만여 원으로 월 최저임금 1백82만 원의 20%가 채 안 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장애인 단체는 지난 2017년부터 해당 법 조항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은커녕, 임금의 하한선조차 없어, 장애인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겁니다.

[정창조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노동권위원회 간사 : 장애인들이 배제될 수 있는 조항이 최저임금법에 마련이 되어 있다 보니까 결국에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과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빼앗기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에 대한 최저임금 보장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최저임금을 강제했을 때 오히려 장애인 고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김대일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생산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똑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사람들이 장애인 고용을 꺼리거든요. 실제로 7조만 없앤다고 하면 오히려 그분들의 고용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많거든요.]

다른 나라의 사례는 어떨까?

OECD 회원 38개국 가운데 장애인들의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는 나라는 모두 9개국.

이중 별도 특례제도 등을 통해 장애인 임금의 하한선조차 정해놓지 않은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3개국(한국, 뉴질랜드, 캐나다 일부)뿐입니다.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은 기업이 보장하지 못하는 최저임금 차액을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조규준 /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 : 장기적으로 (최저임금법 7조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인데, 생산성의 면에서도 고려해야 할 측면이 있기에, 임금 보조에 대해서도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장기적으로 옳지 않나 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을 늘릴 유인책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나운환 / 대구대 직업재활학과 교수 : 경영을 컨설팅해준다든지, 장애인들의 직업적 능력을 생산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필요한 직무 조정, 예를 들어서 일정 부분을 자동화하든지…. 생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예요.]

지난 2014년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최저임금에서 배제된 장애인 노동자의 임금을 보조해주는 제도 도입을 권고했습니다.

YTN 민대홍입니다.



YTN 민대홍 (mindh092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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