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라이더] "외교부 의견서, 강제동원 피해자 손발 묶은 것...공개 사과해야"

[뉴스라이더] "외교부 의견서, 강제동원 피해자 손발 묶은 것...공개 사과해야"

2022.08.05. 오전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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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안보라 앵커
■ 출연 : 이국언 / (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여기 1000원이 있습니다. 요즘 물가로는 껌 한 통 사기도 쉽지 않은 금액이죠.

그런데 1000원도 안 되는 금액, 931원이 92살, 정신영 할머니께로 들어왔습니다. 정 할머니는 77년 전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십니다.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일제 강점기 시절 일한 뒤 연금 탈퇴한 돈이라며 보내온 돈이 99엔이었고요. 우리 돈으로 1000원도 안 되는 931원어치입니다.

77년 전 일본은 10대 어린 아이들까지 강제로 끌고가 밤낮으로 일만 시켰습니다. 피해자들은 30년 전부터 이를 사죄하고 보상을 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했고요. 전범 기업이 배상해라, 법원 판결도 났습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입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보낸 돈이고작 99엔, 931원인 것입니다.

관련된 이야기 이국언 (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님 연결해서 들어보겠습니다. 이사장님 나와 계시죠?

[이국언]
네.

[앵커]
이사장님, 일본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99엔을 보냈습니다. 이게 구체적으로 어떤 명목으로 보낸 돈입니까?

[이국언]
후생연금 탈퇴수당금이라고 하는 명목입니다. 그러니까 임금의 일부인데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정부가 의무적으로 가입시켰고 원천공제했던 금액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게 99엔이라고 하면 너무나 적은 금액으로 보이는데 이게 우리 돈으로 환산을 하면 931원이잖아요. 이게 맞는 금액이기는 한 겁니까? 99엔이라는 돈이.

[이국언]
원래대로 하자고 하면 이게 지금 77년 전, 그러니까 1945년 일본에서 한국으로 귀환할 당시에 일본 정부가 먼저 가입 사실을 통보하고 돌려줬어야 될 금액이죠. 그런데 본인이 확인하기 전까지는 일본 정부가 이것이 있는지 없는지 그 존재조차 본인들한테는 알려주지 않았었고 뒤늦게 그걸 청구하자 77년 전 액면가 그대로 지급을 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만약 그 당시에 지급됐다라고 하면 지금 1000원도 안 되는 이 돈이 안 됐을 텐데 뒤늦게 70년이 지나면서 그동안 화폐가치랄지 또 물가 변동됐던 이런 사정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액면가 그대로만 지급을 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70년 전에 예를 들어서 짚신 한 켤레를 외상으로 샀는데 샀는데 70년이 지나가지고 당시 짚신값이다 하고 그동안 화폐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것 고려 없이 그 돈만 지급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화폐가치를 반영할 규정이 없어서 77년 전의 금액을 기준으로 99엔, 931원을 보냈다는 말씀이신 거고요. 그런데 이것도 사실은 어렵게 받으신 거라고 들었습니다.

[이국언]
그렇습니다. 작년 3월달에 지금 광주지방법원에 소송을 하고 계시는 모두 열한 분이 일본 후생노동성 사회보험연금기구에 소송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본인들의 후생연금 가입 사실 조회 신청을 하게 됐습니다.

그랬는데 6월달에 11명 신청자 전원 그런 기록이 없다고 통지를 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왜 없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도 밝히지 않았었고요. 그런데 이번에 논란이 됐던 정신영 할머니의 자료와 관련해서는 이미 1998년에 일본의 시민단체가 조사활동을 하면서 입시했던 구체적인 후생연금 번호까지 확보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은 백번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정신영 할머니의 기록이 없을 수가 없다. 그래서 야당 국회의원한테 협조 요청을 하게 됐고 국회의원 역시 이것은 누가 보더라도 타당하지 않으니까 재조사해서 그 경위를 통보해 달라고 하니까 마지못해서 그 기록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정말 힘없는 피해자들이 일본 시민단체의 도움을 얻어서 알아보려고 할 때는 어떤 경위인지조차 알리지 않고 무조건 없다고 통보했다가 국회의원이 나서자 그때 뒤늦게서야 그 기록이 있다, 이렇게 얘기를 했던 것입니다.

[앵커]
돈을 이번에 받으신 92살의 정신영 할머님은 이 금액 받으시고 어떤 반응 보이셨습니까?

[이국언]
할머니께서 얼른 무슨 말씀을 잘 못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이 돈은 애들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고 껌 한 통도, 물 한 통도 살 수 없는데 내가 15살에 끌려가서 거지도 그 밥은 안 먹을 그런 밥을 준 것을 먹고 그 고생 끝에 와서 내가 벌써 할머니가 됐다.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하면서 매우 상심해하셨습니다.

[앵커]
이 말씀을 듣는 저희도 지금 울화가 치밀어서 어떻게 말을 이어나갈 수가 없을 수준입니다. 연금탈퇴 수당으로, 그 명목으로 99엔을 보낸 건데 이게 일본 국내법을 위반했다는 소지도 있다고 하던데 이건 어떤 내용입니까?

[이국언]
그렇습니다. 1973년 후생연금보험법이 개정이 돼서 납입할 당시와 수령할 당시의 화폐가치나 이런 것들을 반영을 해서 그 차액을 보전하도록 하는 규정이 이미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본 국민들한테는 모두 그것을 적용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 거주하는 피해자들한테는 그 적용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규정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거주 피해자들한테는 그 법을 적용하지 않고 77년 전 액면가 그대로 지급하다 보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번 건 말고도 강제동원 피해 관련해서 전반적인 상황을 여쭐게요. 지금 시민모임에서 여러 소송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어떤 소송에 참여하고 계십니까?

[이국언]
저희 단체가 소송 지원하고 있는 전체 소송 건수는 18건이고요. 원고로는 98명입니다. 그중에 2018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확정이 됐고요. 지금 현재 대법원에 2건이 계류 중이고 나머지 15건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입니다.

[앵커]
앞서 미쓰비시 소송 말입니다. 양금덕 할머니 건도 함께 진행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 소송을 진행하셨던 할머니들 중의 일부는 이미 세상을 떠나신 분들도 있으시다고요?

[이국언]
그렇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인데 지금 양금덕 할머니와 관련한 사건이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을 받을 당시만 하더라도 소송 원고 다섯 분이 모두 생존해계셨습니다.

그런데 벌써 4년이 지났고 4년이 지나도록 미쓰비시가 정말 요지부동, 한국 대법원의 판결마저 이렇게 조롱하듯이 무시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 안타깝게도 원고 세 분이 내리 별세하시고 말았고 지금 현재 양금덕 할머니, 김성주 할머니 두 분만 생존해 계시는데 두 분 역시 병마와 사투를 벌이다시피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앵커]
남아 계신 두 분도 건강상태가 좋지 않으시군요. 여전히 일본 기업 측은 별다른 반응, 이를테면 사과의 말, 어떤 보상의 움직임은 전혀 없는 겁니까?

[이국언]
그렇습니다. 심지어 만나자라고 하는 이 요청마저도 뿌리치고 있습니다. 사죄도 지금 못 받고 법원 판결문도 휴짓조각 취급을 하고 만나자고 하는 이 제의도 거부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미쓰비시 중공업이 가지고 있는 한국 내 자산, 특허권과 상표권 일부를 압류한 상태이고 그다음에 법원은 매각 명령까지 받았습니다마는 미쓰비시 측은 불복 조치로 현재 마지막 대법원의 판결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 부분에서 저는 굉장히 화가 났습니다. 중국 측 피해자에 대해서는 우리와는 다른 대응을 하고 있다던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 겁니까?

[이국언]
예를 들어서 니시마츠건설이라고 하는 대형 회사가 있습니다. 중국인 피해자들이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마는 일본 법원은 최종 원고들에게 기각 판결을 내린 대신에 회사 측에는 자발적으로 피해자들에 대해서 구제 노력을 하도록 이렇게 조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요. 그러자 니시마츠건설이 소송에 참가한 원고뿐만 아니라 소송에 참가하지 않았던 피해자들까지도 수소문을 해서 중국 피해자들에 대해서 서로 합의하고 그다음에 사죄문도 발표하고 또 사죄금도 지불하고 또 추도랄지 여러 가지 이런 조치들도 하게 됐습니다.

두 차례에 걸쳐서 한국 돈으로 약 47억 원 정도를 보상을 했었고요. 그뿐만 아니라 군함도 탄광을 운영했던 미쓰비시머터리얼의 전신 미쓰비시광업의 경우에도 중국 피해자들이 중국 피해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해서 소송을 중국에서 제기하려고 하자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과 결국 합의를 했고 또 사죄문도 발표하고 얼마 전에는 일본에 추도비도 건설하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인권침해 사실을 조사하기 위한 조사 비용 2억 엔도 부담을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수력발전소 현장, 똑같은 군함도에는 중국인뿐만 아니라 우리 한국인들도 끌려가서 모진 고초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한국인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해야 할 것이 없다 하면서 지금 10원 한푼도 보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중국 측 피해자에게는 사과도 하고 배상도 하고 적극적으로 피해를 복구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데 우리 피해자에게는 전혀 사과와 배상이 없고 그마저도 연금 탈퇴한 돈이라면서 931원을 보낸 상황입니다.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텐데 우리 정부는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이국언]
최근 정부의 행보가 매우 위험스러울 뿐만 아니라 국민적 자존심마저 무너지게 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 일본 정부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망언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고 그것을 시정해야 되고 그다음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문제 해결책을 오히려 한국이 제시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우리 초등학생들한테 물어본다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사과해야 되는지, 아니면 피해자가 사과하고 해결책을 내야 되는지 우리 초등학생들도 잘 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지금 얼마 전 지난달 일본을 찾아가서 일본 하야시 외무상, 그다음에 기시다 총리를 만나서 그 해결책을 한국이 내겠고, 그다음에 지금 현금화가 임박해 있는 미쓰비시 자산이 현금화되지 않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아마 이러한 한일 간의 역사를 잘 모르시는 외국분이 생각할 때는 아마도 한국이 가해자였나 보다 하고 이렇게 오해하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지금 정부의 태도는 피해자들한테도 매우 굴욕감을 안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외교부가 지난달 26일입니다.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어요. 민관 협의의 개최 등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겠다. 외교부가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서 의견서를 낸 것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그 재상고심이 진행 중이던 2016년 이후 처음이거든요.

그러니까 연장선인 것 같은데 외교부가 의견서를 제출한 건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이국언]
사실상 강제집행을 막겠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피해자들의 손과 발을 묶겠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묶여 있던 미쓰비시의 손발을 불어주는 대신에 피해자의 손발을 묶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일제의 고통으로부터 피해자를 해방시킨 것이 아니라 전범기업 미쓰비시를 강제집행 위기에서 탈출시키고 해방시킨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지금 대법원 판결 4년이 지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사죄도 못 받고 만나자는 제의도 거부당하고 판결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마지막 수단이 강제집행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군다나 이 피해자들이 연세가 어떻게 됩니까? 지금 94세, 93세시면 하루이틀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것마저 할 수 있는 그 수단을 끊어버린 것은 이것은 미쓰비시의 심부름꾼이나 미쓰비시가 고용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그 일을 우리 외교부가 했다고 하는 것이고 외교부가 어느 사건에 대해서 이런 의견서를 제출한 적이 언제 있습니까?

외교부 태어나고 나서 딱 두 번인데 말씀하신 대로 첫 번째가 2016년 이 사건이 대법원 마지막 판단을 기다리고 있을 때 하급심 판단, 그러니까 원고들이 패소 판결해야 된다고 하는 그 의견서를 대법원에 보냈던 것이고 그리고 이번에 마지막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 어떻게 보면 채권 확보의 수단, 이것 말고도 다른 수단이 없는데 그것을 발로 걷어찬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저는 정부가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될 뿐만 아니라 이 사실을 듣는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국민적 자존감이 무너질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이사장님, 저희가 피해자분들의 말씀을 충분히 듣고 싶어서요. 혹시 제가 질문하지 못한 부분이나 말씀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국언]
최근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표명을 하지 않았습니다마는 일종의 대위변제한, 그러니까 당연히 피고 기업이 배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나 피고 기업은 그에 움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대신 한국 정부나 또는 한국 기업들 돈을 뜯거나 아니면 국민들의 혈세를 충당해서 피해자들한테 대신 그 금액을 지급하는 안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가해자로부터 사죄를 받고 배상을 받고자 하는 것이지 국민들의 혈세에 동정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하면 우리 공부하는 청소년들, 역사를 배우는 우리 학생들이 오늘의 이 상황을 나중에 어떻게 기억을 할 것입니까?

정부가 정말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지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고 김성주 할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당연히 미쓰비시가 배상해야 된다. 그런데 왜 피해국인 한국 정부가 그 방안을 낸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 만약 미쓰비시가 하지 않는다고 하면 일본이 끌고 갔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그 책임을 져야 될 것 아니냐.

이 명쾌하고도 단순명료하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이 말에 우리 정부가 어떻게 화답할 것인지 정부가 이제는 답을 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모쪼록 고령의 피해자분들이 건강히 오래오래 계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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