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취해 무차별 폭행·살해...20분간 '수십 명 방관' 문제점은?

마약 취해 무차별 폭행·살해...20분간 '수십 명 방관' 문제점은?

2022.05.12. 오전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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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김선영·김대근 앵커
■ 출연 :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이번 사건은 이른바 묻지마 폭행, 살인 사건입니다.

그런데 사건을 좀더 살펴보니까요, 피해자가 쓰러진 뒤 오가는 사람들이 수십 명 있었는데 제대로 구호조치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던 걸까요?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와 이번 사건을 좀 더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사건 현장 화면을 보셨을 텐데 어떻습니까? 전형적인 묻지마 살인사건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겁니까?

[이수정]
네, 무차별 폭행, 묻지마 살인사건이 맞다고 보이고요. 지금 전혀 비면식 관계에서 지나가다가 가장 약자를 상대로 지금 그야말로 화풀이성 폭력 비슷하게 시작이 돼서 결국 치명적인 물건으로 머리를 내리쳐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인데요. 그리고 나서도 멈추지 않고 다시 또 달아나서 또 다른 피해자에게 폭행을 시도하다가 결국은 신고가 돼서 검거된 사건입니다.

[앵커]
교수님, 그러면 이런 사건에서 피해자를 지목하는 방식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냥 눈에 띄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겁니까?

[이수정]
그냥 무차별적이라는 용어는 있으나 사실은 선택을 합니다. 완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가장 방어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상대로 폭행을 하게 되고요. 그러다 보니까 이번 사건은 노인분들을 대상으로 폭행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지금 나오는 얘기 보면 마약으로 환각상태였다고 하던데 지금 피의자 행동을 보면 폭행 이후에 주머니를 뒤져서 소지품까지 가져가거든요. 이런 행동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됩니까?

[이수정]
말이 당시에 정신이 없었다는 것이지, 이 사람은 원래 금품을 절도하는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이고요. 나중에 알려지게 된 바에 따르면 마약 중독 상태였다, 마약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마약범죄자들은 제3범죄를 함께 일으킵니다, 일반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그런 습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앵커]
그런데 이게 마약에 취해 있었다 그러면 수사가 제대로 진행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피의자가 범행 당시 상황을 기억을 못한다고 하면서 수사가 지연되는 견 아닌지 이런 걱정도 있거든요. 어떨까요?

[이수정]
지금은 그런 피의자의 진술이 없으면 입증하기가 어려운 상태는 전혀 아니고요. 왜냐하면 지금 CCTV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객관적 증거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를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다만 형사책임을 피해 볼까 하고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그전에도 비슷한 마약 중독자들은 그전으로 마약으로 인해서 환각 상태에 이른 경우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마약을 해서 자기가 어떻게 인사불성이 됐는지를 만일 아는 상태에서 또 마약을 하고 또 폭행을 저지른 것이라면, 예컨대 지금 초범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지금 책임을 조각해 줘야 되는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렇게 판단할 수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현장 CCTV를 저희가 쭉 자세히 보니까 폭행 이후에 안타까운 상황이 있습니다. 사건 현장 CCTV를 보면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CCTV 좀 보여주시죠. 지금 피해자가 화면 위쪽에 쓰러져 있는 걸 확인해 볼 수 있고요. 지금 보면 오른쪽에 보이시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상을 계속 보다 보면 이렇게 피해자가 쓰러져 있는 현장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계속 보이는데요. 피해자가 지금 가려져 있지만 피도 상당히 많이 흘리는 상황이라고 하는데 보시다시피 경찰에 신고를 하는 사람이 없는 거죠.

[앵커]
사건이 발생한 게 새벽 6시쯤이고 소방에 사람이 다쳤다는 사고 접수가 있었다고는 합니다, 6시 9분쯤이요. 그래서 경찰이 온 게 17분인데 그사이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나갔다는 거예요. 그런데 적극적인 구호 조치가 있지는 않았다는 거죠. 교수님, 이런 상황 어떻게 봐야 될까요?

[이수정]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인데요. 한 10분 정도의 시간 공백. 신고가 조금 더 일찍 이루어졌으면 목숨을 건질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때문에 지금 이 10분에 대한 쟁점들이 부각이 되는데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실은 이 지역의 특성과 이 시간대의 특성 같은 것이 사람들에게 이런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게 만든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해볼 수가 있겠는데요. 그 지역은 외지인들이 많이 생활하는 지역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음주 상태에서 일어나는 폭행 사건이 많아서 주민들이 쉽게 개입을 하고 신고를 하고 이렇게 하기가 어렵다, 이런 회피할 수밖에 없는 공간적 특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요.

그리고는 시간대가 아침 6시다 보니까 모두 출근을 서두르는 시간대였거든요. 그래서 지나가는 분들을 뵈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걸음걸이를 옮기시는 것들을 볼 수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냥 단순히 책임감의 분산이다, 이렇게만 얘기하기에는 지금 이 공간과 시간대의 특성이 조금 고려돼야 되는 것 아니냐. 만약에 이런 상황이라면 순찰을 자주 돌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사실 남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지나간 시민들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지금 이렇게 위험이 계속 발생하는 지역이라면 조금 더 치안에 노력들을 해야 된다,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시스템적으로 순찰을 강화하는 게 상당히 중요한 지역일 것 같고요. 그리고 교수님, 이런 게 궁금합니다. 사실 지금 신고 안 하고 지나가는 시민들이 야속하기는 하지만 저런 현장을 보면 누구든 겁을 먹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범인을 또 자극할 수도 있고요. 이럴 경우에 신속하게 도와주면서 범인을 자극하지 않으려면 시민 입장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이수정]
일단 주의를 기울이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대도시고 사람들이 많아도 누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지를 주의를 기울이려는 노력들이 필요하고요. 다른 사건에 개입하는 것, 남들이 일으키는 사건에 직접 개입하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시는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지금 멀리서 보시다가 112에 신고만이라도 해 주시면, 또는 지금 도움이 필요하니까 119에 신고만이라도 해 주시면 그 10분 이전에 만약에 신고가 됐었으면 지금 돌아가시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신고를 좀 더 열심히 하는 것이 결국 시민들의 책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앵커]
적극적으로 신고를 열심히 해달라, 이런 말씀을 해 주셨고요. 교수님, 그리고 이번 사건도 결국 마약과 연관된 사건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난해 마약 압수량을 봤더니 1.2톤으로 역대 최다 규모라고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우리나라를 마약 청정국이다 이렇게 불렀던 것 같은데 더 이상 그렇게 부르기도 어려운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고요. 어떤 상황인가요?

[이수정]
지금 아주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사건으로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될 부분은 묻지마 폭행뿐만 아니라 사실은 마약범죄입니다. 지금 지난 3년 동안 마약 범죄 단속한 것만 해도 거의 40%가 지난 4~5년 전보다 늘었다 할 정도로 지금 거의 1만 건이 넘어가는 수치가 유지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게 급속히 늘어나는 데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뭐냐. 과거에는 어떤 조직 범죄자들이 마약을 밀수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요. 이제는 일반인들이 SNS를 통해서 우편으로 송달을 받는 이런 형태로 마약 범죄가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런 부분에 대해서 혹시 허술한 부분은 없는지, 특히 온라인에서 점조직으로 움직이는 마약 거래들을 조금 더 미리미리 사이버수사팀이 확인할 길은 없는지 이런 것들이 토론이 되어야 된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누군가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처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참 안타까운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수정]
고맙습니다.

YTN 염혜원 (hye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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