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입자 없음' 신종사기로 불법 대출...허점 드러난 '전입세대 열람내역'

단독 '세입자 없음' 신종사기로 불법 대출...허점 드러난 '전입세대 열람내역'

2022.02.09. 오전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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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세를 끼고 소형 주택을 매수한 뒤 세입자가 없다는 가짜 증빙 서류로 수억 원대 담보대출을 받아낸 40대 '갭 투자꾼'이 구속기소 됐습니다.

부동산 담보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관련 공문서 발급 체계의 허점을 노린 건데, 검찰은 신종 부동산 대출 사기로 보고 있습니다.

나혜인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재작년 9월, 42살 A 씨는 5억 원의 빚을 안고 서울 송파구 신축 빌라 두 채를 '갭 투자' 방식으로 매입했습니다.

두 달 뒤엔 서울 강남에 있는 대부업체를 찾아가, 해당 주택들을 담보로 4억 원의 대출을 받았습니다.

애초 전세를 끼고 산 집인 만큼 보증금 우선변제권이 있는 세입자들이 버젓이 살고 있었지만, 대부업체엔 1순위 근저당권을 약속했습니다.

대출이 가능했던 건 관공서에서 해당 주택엔 '세입자가 없다'는 '전입세대 열람 내역서'를 받아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컴퓨터 등으로 서류를 위조한 사례는 있었지만, A 씨는 등록된 주소와 글자 하나라도 다르면 세입자가 없다고 나오는 발급 체계의 허점을 노렸습니다.

같은 수법으로, 서울 광진구와 중랑구에 있는 빌라를 갖고도 사기 담보대출 3억8천만 원을 받아냈습니다.

대부업체 직원이 확인차 현장을 방문하면, 같은 빌라 빈방과 호실 명패만 바꿔 속였습니다.

A 씨는 앞서 같은 수법으로 대부업자들을 속여 47억 원어치 담보대출을 받아낸 혐의로 구속기소 된 30대 사기범에게서 범행 수법을 배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갭 투자꾼' 사이에선 이미 공연히 악용되는 수법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A 씨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긴 관할 검찰청은 이번 사례를 부동산 신종 대출 사기로 규정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대검찰청에 보고했습니다.

YTN 나혜인입니다.

[앵커]
이런 신종 사기가 가능했던 건 바로 '전입세대 열람 내역서'라는 공문서 발급 과정에 큰 허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손쉽게 꼼수를 써서 마치 세입자가 없는 것처럼 발급이 가능했는데, 검찰은 제도 개선 요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우철희 기자입니다.

[기자]
'갭 투자'를 통한 담보 대출 사기로 8억 원 가까이 챙긴 A 씨의 범행은 '전입세대 열람 내역서'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임대차 계약이나 대출 과정에서 세입자 등 누가 실제로 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주로 쓰이는데,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직접 주민센터에 가서 발급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검찰 수사를 통해 발급 과정에 큰 구멍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정확한 주소와 조금만 다르게 발급을 신청하면, 발급되지 않는 게 아니라,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버젓이 거주하고 있어도 빈집인 것처럼 기재되는 겁니다.

저와 후배 기자가 직접 주민센터에 와서 살고 있는 집의 전입세대 열람 내역서를 떼봤습니다.

한 글자를 덧붙이거나 지번 주소로 발급받을 경우 '세대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역서가 나오게 됩니다.

A 씨도 바로 이런 허점을 노렸습니다.

세입자가 분명히 있는데도, 503호나 601호를 '제503호' 또는 '제601호'로 발급 신청을 한 뒤에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전입세대 열람 내역서를 멀쩡히 발급받아 대부업자에게 제출했습니다.

세입자가 있을 경우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등 잘못되면 대부업자나 금융기관이 최우선적으로 돈을 받을 수 없어 대출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신종 사기 수법으로 더 많은 대출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A 씨는 상대적으로 확인이 허술한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지만, 전입세대 열람 내역서는 은행 등 1금융권 대출 때도 내야 하는 문서입니다.

[은행 관계자 : (전입세대 열람 내역서를) 주민센터에서 떼 오면 임대차 계약서도 같이 받아서 확인을 한답니다.]

검찰은 일선 주민센터를 방문해 간담회를 열어 전입세대 열람 내역서 발급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제도 개선을 건의한 가운데, 건의를 받은 대검찰청도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김승걸 / 전주지검 군산지청 부장검사 : 큰 문제점은 해당 주소의 세대주가 존재하지 않음으로 마치 전입 세대가 없는 것처럼 표기되는 부분입니다. '등록되지 않은 주소지'라는 식으로 수정해서 서민 피해를 예방해야….]

검찰 관계자는 시스템 개선이 없는 한 전입세대 열람 내역서를 확인해야 할 경우, 다른 여러 공문서와 꼼꼼히 대조하거나 직접 방문해 세입자 거주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YTN 우철희입니다.


YTN 나혜인 (nahi8@ytn.co.kr)
YTN 우철희 (woo7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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