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 사용 교사들 암 투병...오염된 교실

3D프린터 사용 교사들 암 투병...오염된 교실

2021.12.10. 오후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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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김영수 앵커, 박상연 앵커
■ 출연 : 김지환 / 기획탐사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교육현장에 대규모로 보급된 3D프린터의 유해성 문제를 저희가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3D프린터를 수업 교재로 쓴 교사들이 각종 질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고 질병에 걸린 이유를 밝히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고 자체 실험도 진행했습니다.

[앵커]
지난 넉 달 동안 이 문제를 취재해 온 기획탐사팀 김지환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앵커]
일단 기사가 충격적입니다. 이게 교육현장에 많이 보급됐고 이미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인데 이 취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지 궁금하네요.

[기자]
3D 프린터로 오랫동안 교육해 온 교사가 지난해 7월에 육종암으로 숨졌습니다. 동료 교사는 물론이고 다른 과학고 교사까지 모두 3명이 육종암 판정을 받았는데요. 비슷한 업무를 한 선생님 3명이 희귀암에 걸렸다는 자체가 3D 프린터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이후 YTN 기획탐사팀은 전국 선생님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고요. 3D프린터만 아니었으면 건강했을 선생님 이렇게 접근했고 가족력이라든지 병력까지 다 조사를 하고 전문가 자문까지 받은 다음에 최종적으로 우선 7명을 파악을 했습니다.

[앵커]
교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암과 질병에 걸린 건가요?

[기자]
우선 교사 3명이 걸린 육종암은 발병 확률이 0.01%의 희귀암입니다.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발암 원인도 밝혀지지 않을 정도로 희귀암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육종암에 걸린 교사 3명은 애초에 증상이 굉장히 비슷했는데 어떤 증상이 나왔는지는 전문가 설명을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원재(가명) / 고등학교 교사 : 허리디스크가 아픈 것처럼 (다른 선생님들과) 증상이 거의 비슷했거든요. (의사가) ‘꼬리뼈가 녹아 있는 것 같다. 조금 더 큰 병원으로 가는 게 좋겠다’라고 말씀하셔서 큰 병원으로 가서 (육종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보통 꼬리뼈 통증과 어지럼증이 있었는데 현재 다른 교사 2명이 똑같은 증상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아무런 진단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급성 유방암과 자중경부암에 동시에 걸린 교사도 있었는데 이 교사 같은 경우에는 진단을 받기 1년 전까지만 해도 건강검진에서는 아무런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교사 1명은 자율신경계 이상 진단을 받아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기도 했었는데요. 이렇게 각종 질병에 걸린 선생님들은 근무환경에도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 공통점은 전문가 설명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지나 / 노무사 : (최소 2~3년) 집중적으로 3D프린터를 사용하면서 노출되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리고 상대적으로 빨리 발병해서 진단을 받으셨죠.그리고 작업 환경에 있어서는 밀폐된 작업 환경에서 아무런 보호구 없이….]

[앵커]
실제 현장에서 쓰였던 제품으로 저희가 실험을 진행했잖아요.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YTN이 대전대 김선태 교수팀과 3D프린터 2대로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1대는 돌아가신 선생님이 실제로 쓰셨던 제품이고. 이건 유족이 제공해 주셨습니다. 나머지 1대 같은 경우에는 현재 국내에서 구할 수가 없는 제품이어서 실제로 선생님이 쓰셨던 제품과 비슷한 시기에 제조된 똑같은 제품을 전문가에게 제공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3D프린터 같은 경우에는 가느다란 실 모양의 플라스틱 필라멘트라는 걸 사용하는데 이것도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거든요. ABS도 있고 PLA가 있는데 선생님들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열정적으로 사용을 하셨었기 때문에 구분 없이 다 사용했었습니다. 그래서 그중에서도 그래도 가장 많이 사용했다는 ABS, PLA 제품을 저희가 구했고요. 교사들에게 들었던 환경과 최대한 비슷하게 환경을 만들어서 사흘 동안 3D프린터를 가동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초창기 3D프린터 모델들은 불안정했거든요. 그랬던 모델들이 지금 시기도 지난 상황이어서 수시로 멈추고 고장이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취재진이 전문가 도움을 받기 위해서 여러 차례 지방도 가고 13번 수리하고 실패한 끝에 실험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실험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우선 3D프린터를 가동하자 미세먼지가 최고 15배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리고 톨루엔 등 1급 발암물질과 함께 환경부 지정 유독물인 자일렌이라는 물질이 나왔는데요. 이 자일렌이라는 물질을 특히 연구진이 주목을 했는데 어떤 물질인지는 실험을 함께 진행한 연구진 설명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선태 / 대전대 환경공학과 교수 : 오 자일렌(o-xylene) 같은 경우는 일반 환경에서는 우리가 거의 볼 수 없는 물질입니다. 산업단지, 소각장, 이런 곳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물질인데….]

사실 그동안 3D프린터 유해성이 조금씩은 알려지기는 했었거든요. 그래서 흔히 ABS가 위험한 거지. PLA는 친환경이라 괜찮다, 이런 인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실험을 해 보니까 이게 정도만 덜할 뿐이지 값싼 중국산 PLA에서도 유해물질이 많이 뿜어져 나왔거든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PLA를 설명하고 홍보할 때 친환경이라는 문구도 빼야 한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 취재진이 했던 자체 실험에서도 드러났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의 경고도 꽤 많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해외에서는 2013년부터 경고가 나왔고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YTN은 연구를 진행했던 하버드대 연구원 그리고 미국 국립산업안전 보건연구원들과 접촉해서 화상인터뷰까지 진행했는데요. 호흡기질환부터 암까지 경고했습니다.

[파햄 아지미 / 美 하버드대학교 연구원 : 작은 입자들이 많이 방출됩니다. 이러한 입자 물질이 천식과 일부 암을 유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지난 9월에는 미국에서 북미 최대 규모의 3D프린터 박람회가 열렸거든요. 이게 학술대회도 겸했는데 여기서 미국의 유명 안전인증기업도 3D프린터 배출물이 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 이렇게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유해성 경고도 많고 숨진 교사까지 나온 만큼 확실한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데 바뀐 게 있습니까?

[기자]
교사가 숨지고 난 두 달 뒤에 정부가 우선 학교용 사용 매뉴얼이라는 걸 보급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저희가 취재해 보니까 이 매뉴얼은 지난 2018년 1월에 마련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만들어놓고도 2년 넘게 배포를 안 하다가 교사가 숨지니까 두 달 만에 부랴부랴 배포한 건데요.

지금 자료화면에 나가고 있지만 초안을 입수해서 저희가 비교해 보니까 제목에서는 안전이 이렇게 쾌적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초안에서는 해외 논문까지 인용을 해서 3D프린터 유해성을 설명하고 그 종류량 영향까지도 담겨 있었는데 최종 매뉴얼에서는 내용이 다 삭제가 됐고요. 오히려 3D프린터 장점을 소개해 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사실상 안전문제를 은폐한 셈이다, 이런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3D프린터가 현장에 많이 보급이 됐으면 관련 법이 있었을 것 같은데 거기에 안전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까?

[기자]
저희가 그래서 좀 찾아봤는데요. 3D프린터 관련법의 정확한 이름은 3차원 프린팅 산업 진흥법입니다. 그래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안전보다는 산업 육성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요. 그래서 저희가 안전과 관련된 부분을 좀 더 찾아봤는데 제10조에 있는 3D프린터와 필라멘트 품질인증 이 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조항들도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규정을 해놨습니다. 그러니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셈인데요. 법이 이렇다 보니까 법이 생긴 지 5년이 됐는데 지금까지 인증기관은커녕 인증기준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담당 부처인 과기부에 실제로 물어봤는데요. 산업이 아직 미성숙하고 인증이 생기면 인증비용이 들기 때문에 업체들에게 되려 규제가 될 수 있다는 황당한 답변이 왔는데요. 어떤 설명인지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 : 품질인증까지 가려면 평가 방법 플러스 평가 기준 2가지가 나와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 가이드라인은 평가 방법까지만 개발이 돼 있는 거예요. 평가 기준 만드는 데도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앵커]
결국 예산과 의지의 문제로 보이는데. 내년 예산안 규모가 정해졌잖아요. 3D프린터 안전문제는 어떻습니까?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예산이 전액 삭감됐습니다. 그래서 안전문제가 이렇게 불거지니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예산을 신청하기는 했습니다.

찾아보니까 소재인증과 3D프린터 안전 고도화 명목으로 이렇게 73억 원 규모를 신청했는데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안전문제가 뒷전인 사이에 지금 이 순간에도 뭘로 만들었는지 모르는 값싼 중국산 플라스틱 필라멘트들이 검증도 없이 국경을 넘어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인증기준이 이렇게 없지만 고품질 3D프린터와 필라멘트를 만드는 국내 업체들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안전문제가 뒷전으로 밀릴수록 이용자들은 물론이고 국내 업체들까지 애꿎은 피해자가 되고 있습니다.

[앵커]
저희가 취재를 해서 보도를 하고 있지만 비판에 그치지 않고 대책 마련까지 저희가 신경을 써야 될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이 필요합니까?

[기자]
일단 교사들은 물론이고 학생들에 대한 역학조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저희 실험에서도 드러났지만 유해물질은 프린터 주위뿐만 아니라 교실 전체로 균일하게 퍼져나갔었습니다. 특히 암에 걸린 선생님들이 현재 공무상 재해까지 신청을 해 놓은 상황이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인사혁신처에 연락을 해 보니까 조사는 하고 있는데 결론이 나려면 몇 년은 걸린다, 이렇게 설명을 했습니다. 지금 피해교사 추가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만큼 빠른 조사와 결론이 필요하다고 보여지고요.

그리고 3D프린터는 산업현장에서 더 많이 다루기 때문에 산업현장 피해가 없는지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3D프린팅 산업이 발전해야 되는 건 맞는 거거든요. 그래서 법을 개정해서 품질인증과 기관 지정도 강제를 해서 국내 산업도 보호를 해야 할 것 같고. 무엇보다 이용자들은 3D프린터를 가동할 때 환기를 하고 보호구까지 써서 주의를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기획탐사팀 김지환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YTN 김지환 (kimjh070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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