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소노동자 처우개선 요구에 '외주화'로 답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처우개선 요구에 '외주화'로 답했다?

2021.09.16. 오전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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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청소노동자 처우개선 요구에 '외주화'로 답했다?
YTN 자료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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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 서울대가 관악학생생활관 주말 청소 업무를 외부업체에 맡기겠다고 노동자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서울대의 통보 이후 9월부터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주말에 출근해 기숙사를 청소하고 있다.

15일,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은 성명을 내고 “기숙사 당국은 노동자들이 요구해온 인력 충원을 통한 노동강도 완화를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기존 청소노동자들의 주말 근무를 외주화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비서공은 청소업체가 맡은 주말 업무 범위에 화장실과 샤워실 청소 등은 포함되지 않아 청소상태가 미흡해 청소노동자들의 주중 노동 강도가 오히려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이번 조치는 노동강도를 실질적으로 완화하지도 못하면서 매달 약 23만 원에 달하는 기존 노동자의 휴일 수당만 없앴다고 비판하며 “최저시급을 받는 청소노동자에게 연 300만 원에 달하는 임금 삭감은 생계에 큰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무엇보다 이번 외주화 조치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이루어진 '서울대학교 용역 파견근로자 정규직 전환 합의'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기숙사 청소업무를 일부라도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것은 서울대가 스스로 공언해 온 정규직화 약속을 파기하고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간접고용 관행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서 공동행동은 "간접고용을 부활시키고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조치가 과연 청소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청소노동자 사망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고개 숙였던 오세정 서울대 총장의 사과가 위선이 아니라면 서울대는 외주화를 즉각 철회하고 인력을 충원해 청소노동자 노동강도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14일 서울대학교 인권센터는 안전관리팀장이 청소노동자들에게 회의 참석 때 정장 착용을 강요하고 두 번의 문답 시험을 친 행동이 인권침해라고 밝혔다. 또, 청소노동자의 점심시간을 확인한 것은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센터의 결정에 따라 기숙사는 안전관리팀장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고, 인권교육 이수 의무 부과 등을 결정했고, 또 청소노동자 처우와 기숙사 운영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YTN 최가영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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