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 38도' 씻지도 못하는 건설현장 10곳 중 7곳

'체감온도 38도' 씻지도 못하는 건설현장 10곳 중 7곳

2021.07.21. 오후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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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기상청이 발표한 경기도 수원 지역 낮 최고 기온은 32.2도였지만 같은 날 수원 지역 건설 현장 온도계는 38도에서 40도를 가리켰다. 콘크리트에서 발생한 열과 달궈진 철로 인해 온도가 다른 곳보다 높지만 건설 현장 노동자들은 무더위에도 안전화에 긴 바지·긴 소매를 입고 버프로 목을 감싼 뒤 안전모와 마스크를 착용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열사병 예방 3대 기본 수칙 가이드’에 따르면 체감온도 33도가 이틀 이상 지속되면 무더위 시간대(오후 2시에서 5시) 옥외 작업을 단축하거나 작업 시간을 조정하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 이틀 이상 지속되면 무더위 시간대에 옥외 작업을 중지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건설노동자 1,45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폭염 특보 발령 시(체감 온도 33도 이상) 1시간 일하고 10분~15분 이상 규칙적 휴식을 가지는 경우는 22.8%밖에 되지 않았다. 작업 시간을 단축하거나 작업 중지를 하는 경우가 없다는 응답은 76.1%로 건설 현장 10개 중 7곳은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가이드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보건법 39조(사업주의 보건 조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566조(휴식 등)에는 휴식 시간 보장과 식수 제공, 휴식 장소 제공 등을 규정하고 있다. 사업주는 적정 휴식 시간과 그늘진 휴게장소를 제공해야 하고 지키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 규칙을 지키지 않아 처벌받는 건설사는 없다.

민주노총의 설문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 세면장이 없는 경우는 26.3%로 나타났고, 씻을만한 설비를 갖추지 않은 현장은 68.9%, 시원한 물을 제공하지 않는 현장도 1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햇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곳에서 쉴 수 있는 경우는 22.6%밖에 되지 않고, 휴게실이 있어도 부족한 경우가 많아 그늘을 찾아 작업장 근처 아무 데서나 쉬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차 또는 편의점에 들어가 에어컨 바람을 쐰다고 응답했다.

민주노총은 정부 기관이 발주한 공공공사 현장도 일반 사기업 현장과 다르지 않다면서 휴게시간에 아무 데서나 쉰다는 응답이 68%로 나타났고, 물도 주지 않는다는 응답이 16%에 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2018년부터 설문을 하지만 통계치가 나아지지 않는다”면서 “폭염 시기마다 정부는 대책을 쏟아내고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논의가 오가지만 행정력이 닿지 않아 폭염 대책이 휴짓조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현장에서는 폭염 대책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로 정부당국의 관리·감독 부실과 물량 도급 관행으로 쉬는 시간이 없이 일하는 건설 현장의 조직문화를 꼽았다. 최저가 낙찰제 등으로 폭염으로 인한 공사 기간 연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폭염 관련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려면 폭염에 따른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임금 보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적으로 공사 기간 연장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법적으로 명시되어야 건설노동자의 쉴 권리가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기후 여건에 따른 건설 노동환경 개선 권고’에서 발주자나 원청 건설사가 폭염으로 인한 작업 중지 및 공기 연장에 따른 임금 보전을 권고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21일,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 기간에 임금을 보전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즉각 수용하고, 고용노동부가 책임지라”는 목소리를 내고 고용노동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YTN digital 최가영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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