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공군 감찰실 간부가 본 '중사 성추행 사망'..."마지막 보루 사라진 셈"

前 공군 감찰실 간부가 본 '중사 성추행 사망'..."마지막 보루 사라진 셈"

2021.07.01. 오후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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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박광렬 앵커
■ 출연 : 박희재 / 사회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YTN이 공군 감찰실에서 10년 동안 근무해왔던 전직 군인을 만났습니다. 이번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 등 군내 성추행은 물론이고 범행 축소, 은폐, 또 미진한 초동 조사 등이 잇따르는 데 대한 많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이 내용 취재한 사회부 박희재 기자와 함께 더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박 기자, 어서 오세요. 공군 감찰실에서 10년 동안 근무한 근무한 간부라고 했는데 이렇게 내부 실상 알린 사례, 기존에도 있었습니까?

[기자]
군대에 이런 감찰실이라는 존재는 기존에는 베일에 감춰져 있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증언을 하게 된 건데요. 그래서 군내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감찰실이라는 곳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무슨 조치를 해왔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많았는데요.

특히 누군가 군 실상을 외부에 발설하거나 폭로하게 되면 폭로한 대상을 찾는 일도 일부 맡아온 것이 감찰실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이번에 이곳 소속이던 전직 군인이 YTN에 제보해오면서 직접 만날 수 있게 됐는데요.

해당 군인은 이번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을 보고 어떤 상황에서 이 같은 비극적인 선택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 처리 과정에 군의 대처 과정을 보고 자신이 속했던 감찰실의 일상에 대해서 알리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했습니다.

[앵커]
일단 용기를 내주신 제보자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부대 내에서 감찰실, 시청자분들은 생소한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역할을 주로 하는 겁니까?

[기자]
기본적으로 경찰 등 타 기관에 존재하는 감찰실과 기본적인 역할은 비슷한데요. 부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지 감시하고 또 소속 집단에 있는 최고책임자를 보좌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군본부 감찰실이면 공군참모총장 그리고 전투비행단이면 단장, 이런 식인데요. 그래서 군기 문제부터 업무 소홀 등도 다루지만 특이하게도 군 감찰실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수사가 들어갔을 때 이 수사가 잘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그 조치 내용이 적절했는지도 감시하는 그런 기관입니다.

그래서 피해 내용이 심각한데 수사 결과가 미진하면 또한 감시 대상이 되는 겁니다. 감찰실은 사건이 종료되고 조치가 이뤄진 뒤 마지막으로 이를 들여다보고 문제가 없는지를 살피는 최종 관문이라고 제보자는 설명했습니다.

[앵커]
최종 관문이다. 그만큼 책임이 막중할 텐데 그렇다면 10년 동안 감찰실에서 근무했던 간부가 볼 때 이번 이 중사 사건, 가장 큰 문제점, 어떤 점이라고 얘기했습니까?

[기자]
방금 말씀드린 감찰실의 역할이 최종 관문이라는 설명을 드렸는데 이 같은 부실 조사, 부실 대처에 대해서 방관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이 제보자는 지적을 했습니다. 어제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고 이 중사 관련 사건 공군 경찰의 보고서들을 함께 살펴봤는데요.

해당 보고서를 보면 지난 3월 첫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 피해자인 고 이 중사는 본인 희망으로 타 부대로 전출되고 가해자인 장 모 중사는 파견 조치됐다고 해당 문건에는 나와 있었습니다.

이 조치 또한 감찰실이 최종 확인을 했을 거라는 건데 지금 저희가 확인된 것으로만 봐도 다른 부대로 전출된 건 이 중사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해당 부대의 조치 자체를 부실 감찰한 셈인데요. 대대장의 판단과는 별개로 감찰실에서는 해당 성추행 피해 전모를 조사하고 또 부대 내에서 그와 같은 조치가 취해지면 그 조치가 적절했는지를 감찰실이 판단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 압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같이 확인해야 하는데 해당 제보자는 해당 문제를 감찰실이 전부 인지하고서도 은폐했을 가능성을 함께 제기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후속 조치를 잘했는지 감찰 업무가 그게 중요한데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런 부분 지적을 해 주셨고 그런데 상급 감찰실로부터 벌써부터 성 문제 은폐하려 한다, 이런 지시까지 받았다. 이건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저도 이 내용을 생각하면서 특이한 구조라고 생각했던 부분인데요. 군대 내 사건사고 중에 성범죄라는 사건이 가장 주의도가 높은 단계로 일반적으로 분류가 되는데 그만큼 제보자가 소속됐던 부대 차원에서 성범죄 사건이 무마되는 비중도 컸다는 말이었습니다.

성범죄가 무거운 만큼 저희와 같은 언론에 알려지는 게 가장 두려워한다는 게 제보자가 속했던 감찰실 내부 분위기였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성범죄가 발생한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성범죄로 인해서 외부에 알려지는 일을 문제로 인식하는 게 감찰실의 문제라고 제보자는 지적했습니다.

그 핵심에는 진급 문제가 깔려있다고 제보자가 얘기했는데요. 결국 감찰실 소속 군인들도 진급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성범죄 사고가 발생했다는 일만으로 소속 지휘자의 경력에 흠이 된다는 이런 시스템도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래서 성범죄 가해자를 엄정 처벌하도록 조치하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성범죄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 실무적으로는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졌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감찰실 하면 조치가 제대로 피해자 중심적으로 이루어졌는지 명명백백하게 알려졌는지 감찰하고, 안 됐으면 더 되게 하고 해야 되는 건데 사실상 이를 좋게좋게 무마하고 이런 식의 역할을 많이 했다는 얘기인데. 문제가 또 있어요.

소속 대대장에게 알리는 게 감찰의 역할이었다, 이해가 안 가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말씀드린 맥락에서 부대 안에서 성범죄 문제를 조치한다, 이렇게 표현한다는 걸 지적을 했는데요. 성 문제라면 해당 감찰실에서 피해 정도를 직접 따져본 뒤 상급 부대로 보고하기보다는 대부분의 사건을 소속 부대 대대장에게 알리는 역할이 바로 부대 내 조치라는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피해자나 가해자의 상급 부대에 알리는 일을 대부분 했다는 말씀이시죠?

[기자]
그렇습니다. 소속 대대장이라면 피해자가 소속된 부대 그리고 가해자도 마찬가지로 소속된 부대 대대장일 텐데 그런 대대장에게 알리는 역할이 감찰실의 주요 업무 중의 하나라고 얘기를 했고요.

선의를 가지고 면담에 나선 대대장도 물론 많았겠지만 그보다는 상급 부대로 보고되기 전, 그리고 언론과 같은 외부로 알려지기 전에 최대한의 조치를 해야 하는 역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거라고 해당 군인은 얘기했습니다.

이번에 확인된 공군군사경찰단장이 국방부의 성 문제를 축소, 왜곡한 맥락도 여기에 있다고 제보자는 해석했습니다.

[앵커]
그리고 이 부분 볼게요. 물론 가해자, 피해자 분리라는 게 우리가 명시돼 있고 한데 보통 성범죄 피해자가 전출 조치, 그러니까 다른 부대로 옮겨지는 경우가 많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렇게 대대장과 면담을 하면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요구사항을 질의를 하기도 하는데요. 성범죄 피해자가 타 부대로 옮겨지는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건 소속 감찰실에서 이 과정을 성범죄 피해자를 담당하는 직원에 관련해서 폭발물 처리라는 말도 실제로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범죄 피해자를 담당하는 부대 담당자 등을 폭발물 처리반, 군대 용어로 EOD라는 별명도 이야기했다고 증언을 했는데요.

당연히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다른 부대로 옮겨지는 군인들은 그곳에서 관심병사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기수 열외가 되는 상황까지 생기는 겁니다.

[앵커]
저희들이 상황으로 얘기하자면 어디 부대로 갈래, 이렇게 해서 거의 다른 부대로 전출을 시키고 그쪽도 부서장에게 연락해서 이번에 이렇게 가는데 이런 일로 갔으니까 그냥 큰 문제 없이 잘해 봐라, 이런 식으로 하면 이미 첫날 그 부대 갔을 때부터 사실 공기가 다를 거거든요.

그러면 직원들 사이에서도 수군대는 것도 보일 수 있고 굉장히 큰 상처를 입고 업무에도 지장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사실 군 관련해서 취재가 쉽지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얘기하면 다 보안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앞으로 후속 취지는 어떤 방향으로 예정돼 있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저희 취재 과정에 관련해서 간략하게 먼저 말씀드리면 지금 송출되고 있는 이런 화면들만 봐도 저희 제보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 신경을 쓰고 있고요.

실상을 알리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희는 그만큼 제보자 신원 보호가 중요하기 때문에 육성 고백 형식으로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군대라는 조직에서 발생하는 일이 국가 안보라는 명목으로 감춰지고, 그래서 군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를 구체적으로 제보하면 할수록 기밀을 말한다는 공격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취재진이 직접 군 조직에 사실관계 확인 요청을 해도 답변받기가 힘든 게 현 상황인데요. 그렇다 해도 저희는 이런 환경 속에서 계속해서 공군과 관련한 실상을 알리는 보도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오늘까지는 육성 고백 형식의 분위기를 전달했다면 앞으로 보도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실제 사례와 함께 또 성 문제를 다루는 공군과 또 국방부 사이의 구조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춰 보도를 할 예정입니다.

[앵커]
앞으로 후속 취재도 기대를 하겠고 혹시 시청자분들 중에서도 더 제보하실 부분이 있다, 피해를 봤다. 아니면 관련 기관에 근무를 했건 더 연락을 주시면 저희가 충실히 취재를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 박희재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YTN 박희재 (parkhj02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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