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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Y] '아기할매' 피해 사례 한둘이 아닌데도...버젓이 영업한 조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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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Y] '아기할매' 피해 사례 한둘이 아닌데도...버젓이 영업한 조산원

2021년 06월 14일 05시 05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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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서울의 한 조산원에서 응급처치를 제때 하지 않아 신생아가 심각한 뇌 손상을 입게 됐다는 보도 전해드렸는데요.

문제는 피해 사례가 한둘이 아니라는 겁니다.

13년 전 같은 조산원에서 태어난 한 아이는 뇌 병변 1급 장애를 진단받았는데, 중1이 된 지금은 눈뜨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입니다.

김다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4살 나은 양은 태어나고 반년 만에 뇌 병변 1급 장애를 진단받았습니다.

부모 도움 없이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하루 대부분은 휠체어에 앉아있거나 누워있습니다.

밥은 배에 연결된 관을 통해 먹습니다.

[이상헌 / 이나은 양 아버지 : 일반 학교는 다닐 수가 없어요. 잠밖에 안 자는 애라…. 가서 물리치료도 하고 교육이 있어요. 있는데, 얘는 사실 (거기서) 자극을 받는 거죠. 시각·청각적 자극들….]

딸을 볼 때마다 부모는 13년 전 조산원 출산 당시가 떠오릅니다.

검붉은 몸을 축 늘어뜨린 채 나온 딸.

울음소리마저 내지 못할 정도였는데, 원장은 엉뚱하게도 아기 발가락을 바늘로 찌르거나 몸을 접었다 폈다 했을 뿐입니다.

한 시간 만에 겨우 옮겨진 병원에선 뇌 손상이 심각해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부모는 원장에게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지만, 운이 안 좋았을 뿐이라며 지금은 10원 한 장 없으니 나중에 주겠다는 무책임한 답만 들었습니다.

[이상헌 / 이나은 양 아버지 : '10원 한 장 없다. 다음에 오면 뭐 얼마씩 줄게' 이런 식인 거예요. 너무 어이가 없잖아요.]

이후 부모는 법정 다툼을 시작했고 원장에게는 무면허 의료행위와 업무상 과실이 인정돼 벌금 7백만 원형이 내려졌습니다.

사건 발생 5년 만에 내려진 법원의 판결.

딸에게 평생 장애를 안긴 대가가 고작 벌금 몇백만 원이라는 현실에 부모는 울고 또 울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에서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비슷한 피해 사례를 수집해 관련 내용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상헌 / 이나은 양 아버지 : 벌금형으로 끝나버리니까 너무 허무한 거예요. (주위에서) 다 징역형 된다고 했는데. 자괴감이 매우 컸어요. 저는 끝나지 않은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보시다시피 조산원은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아이 부모는 또 다른 피해 사례가 나오진 않을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나은 양 말고도 해당 조산원의 잘못된 처치로 피해를 입은 부모님은 많습니다.

반복된 의료사고와 법원의 유죄 판결에도 원장은 버젓이 영업을 해왔는데요.

어떤 제도적 문제점이 있는지, 계속해서 김다연 기자입니다.

[기자]
이른바 '아기 할매'로 불리며 수십 년 동안 조산원을 운영해 온 서 모 원장.

여러 차례 신생아 의료 사고로 유죄판결을 받은 적도 있지만, 처벌 수위는 벌금형이었습니다.

이후 영업을 이어가면서 지난 3월, 또 다른 피해 사례가 나온 겁니다.

느슨한 법망이 문제로 꼽힙니다.

현행법상 의료인의 면허는 의료법 위반과 형법상 사기, 허위진단서 작성, 업무상비밀누설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을 때 취소됩니다.

하지만 의료사고의 경우 대부분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만 처벌을 받아왔습니다.

면허 취소는 흔치 않습니다.

[이정민 / 의료전문 변호사 : 중대한 과실로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사람 생명을 침해하는 경우는 면허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인 국민의 생각일 텐데….]

제도적 허점은 또 있습니다.

의료법을 보면 조산원을 개설할 때 '지도 의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조산사가 경험에 의존해 무차별 처치를 남발해도 사전에 막을 방법이 딱히 없습니다.

[이필량 /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 조산사들이 산부인과 의사의 감독이나 조언을 받지 않고 본인이 단독으로 분만을 경험해 의존해서 한다는 것은 의학적 측면에서 본인이 하지 말아야 하는 거예요.]

조산원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돼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반면, 당국의 관리·감독은 허술합니다.

[강태언 /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 : 조산원이 운영되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는데 개설이 쉽지만 운영에 따르는 관리 시스템이 (다른) 의료기관처럼 완벽하게 갖추고 있질 못하다…. 지도·감독에 대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의료개입 최소화로 산모의 정서적 안정을 꾀한다는 조산원.

현재 전국에 10여 곳이 운영 중인 것으로 추산되는데, 의료 사고를 막고 책임 의식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해 보입니다.

YTN 김다연[kimdy081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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