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면제' 놓고 엇갈린 1·2차 판결...혼란 불가피

'국가면제' 놓고 엇갈린 1·2차 판결...혼란 불가피

2021.04.21. 오후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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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1·2차 손해배상 소송은 국가의 주권 행위를 다른 나라가 재판할 수 없다는 '국가면제'가 인정되는지에 대해 전혀 다르게 해석했습니다.

같은 법원이 같은 사안에 대해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된 근거는 무엇인지 나혜인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 1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제기한 1차 손해배상 소송 재판부는 '국가면제론'이 일본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위안부 강제 동원은 반인도적 범죄행위고 피해자가 불법 식민지배를 받던 우리 국민이라면 일본의 주권 행위도 예외적으로 우리 법원에서 재판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이진희 /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공보판사 (지난 1월) : 국제 강행규범을 어겨 다른 나라의 개인에게 큰 손해를 입힌 국가가 국가면제 이론에 근거해 배상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해 주려고 (국가면제 이론이) 형성된 건 아니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석 달 만에 같은 법원에서 나온 판단은 전혀 달랐습니다.

2차 소송 재판부는 국가의 주권 행위가 심각한 인권침해에 해당하더라도 그건 위법한 주권 행사일 뿐 주권적 성격이 없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국가면제의 예외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미국·영국처럼 불법 행위에 국가면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법률도 없고, 대법원 판례도 여전히 국제관습법으로 인정하는 만큼 국가면제를 부정하는 건 국제법을 존중하는 우리 헌법에도 어긋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2차 세계대전 후 유럽 여러 나라 피해자들이 독일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각하된 사례 등을 언급하면서, 국가면제 예외를 인정하면 외교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적 한계도 설명했습니다.

두 재판부는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도 전혀 다르게 평가했습니다.

1차 소송 재판부는 당시 한일 합의가 개인에 대한 배상을 포괄하지 못해 민사소송이 아니면 피해자가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고 봤지만,

2차 소송 재판부는 당시 합의가 국가 간 외교적 교섭을 거쳤고 화해·치유재단을 통해 피해자 상당수가 현금을 지원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대체 구제 수단이 마련된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박혜림 / 서울중앙지방법원 공보판사 : 설령 2015년 12월 28일 한일합의에 일부 문제점이 있다 하더라도 / 이런 사정이 피고에 대한 대외적 관계가 문제 된 이 사건에서 국가면제를 부정할 만한 사유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1차 소송에선 위안부 피해자의 승소 판결이 확정됐지만, 실제 일본에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더욱 불투명해졌습니다.

법원 정기 인사로 바뀐 1차 소송 재판부가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피해자들이 우리 정부에서 지원받은 소송 비용을 일본 정부에서 강제집행할 수는 없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김광삼 / 변호사 (YTN 출연) : 원래 완전 승소판결을 선고했던 재판부와 소송비용과 관련해 (강제집행을) 허락하지 않은 재판부는 재판부 이름은 같지만 구성원이 다르고, / 법리적인 데서 다른 의견을 갖고 있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거죠.]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확정된 뒤 석 달 만에 정반대 결론의 판결이 나오면서 위안부 피해 배상을 둘러싼 혼란은 한동안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YTN 나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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