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view] 우리는 이미 함께 살고 있다

[人터view] 우리는 이미 함께 살고 있다

2021.03.06. 오후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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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변희수 하사를 비롯해, 한 달 새 세 명의 성소수자가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여전히 적지 않은 차별과 혐오 앞에 놓이게 된다는 의미일 텐데요.

성소수자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면, 이들의 기본권은 침해받아도 되는 걸까요.

사람, 공간, 시선을 전하는 인터뷰에서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영상리포트 내레이션]

함께 살고 싶었지만,

[정예준 / 동성애자 : 제가 게이인 걸 깨달은 건 중학교 때였거든요. 그런데 그 뒤로도 뭔가 본능적으로 내가 이 사실을 타인들에게 알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1살 때까지는 정말 그냥 비밀로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모두에게.]

[이한결 / 트랜스젠더 : (제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남들에게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은 본능적으로 들었어요. 남들에게 들키면 이게 약점이나 혹은 핑곗거리가 되어서 폭력을 경험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직감적으로 온 거예요.]

그런데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이번 이야기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성소수자를 이해하려면 우선 심리적 성별(gender)과 생물학적 성별(sex)을 구분하고 성정체성과 성지향성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성정체성은 자신이 인식하는 성적 자아를 뜻하는 것으로 심리적 성과 생물학적 성이 일치하는 시스젠더와 일치하지 않는 트랜스젠더 등으로 나누고, 어떤 상대에게 끌리는지를 의미하는 성지향성은 이성애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무성애자, 범성애자 등으로 구분한다.

이처럼 성정체성과 성지향성은 무지개처럼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그런데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소수자 포용지수는 29%에 불과해 평균(53%)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보다 낮은 국가는 터키와 일본뿐이다.

이런 와중에,

[안철수 /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2월 18일 TV 토론회) : 차별에 대해서 반대하는 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각 개인의 인권은, 저는 존중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또 자기의 인권뿐만 아니라 타인의 인권들도 굉장히 소중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것들(서울광장에서의 퀴어 축제)을 거부할 수 있는 그런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 그와 부딪치는 권리는 어떻게 된다는 말일까?

[정예준 / 동성애자 : 성소수자는 어떤 외부의 사람들이고 서울 시민은 따로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성소수자들도 서울 시민들 중의 일부분이거든요.]

[이한결 / 트랜스젠더 : 만약 내가 속한 집단이 (거부되는 집단에) 들어간다면, 예를 들어서 노동자는 노동자의 존재, 노동자의 긍지 이런 걸 '내가 보기 싫으니 내 눈앞에서 치워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한다면 꽤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느낄 텐데, 여기에 들어가는 단어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그래도 된다고 받아들인다는 건 성소수자를 차별해도 되는 대상쯤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청소년 응답자 절반 가까이가 놀림을 받거나 모욕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직장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성지향성이나 성정체성으로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각각 44.8%와 64%에 달했다.

그럼에도 함께 살아야 한다.

더는 숨거나 피하지 않고,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이들이 있다.

[김진이 / 게이 아들을 둔 엄마·성소수자 부모모임 운영위원 : 퀴어 축제에 가서는 혐오 단체들이 와서 상처 주는 말을 마구 내뱉는 모습을 보면서 '내 자식은 앞으로 성인이 되고 평생 죽을 때까지 저런 얘기를 들으면서 살지도 모르겠구나. 이건 뭔가 잘못됐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죠.]

[정은애 /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엄마·성소수자 부모모임 운영위원 : 제 자식이 만약에 죄를 지었다고 해도 남들이 돌을 던지면 같이 던지면 안 되잖아요. 같이 맞아줘야죠. 하물며 이건 죄지은 것도 아닌데 부당하게 이렇게 차별을 당할 때 부모가 옆에서 같이 있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자식은 정말 살 힘을 얻습니다.]

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은 14년째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홍성수 /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 (과거에) 성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이 됐고, 또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또 제정된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법이 제정됐다고 해서 '성희롱할 자유가 제한됐다', '장애인을 차별할 자유가 제한됐다' 이렇게 얘기하는 건 사실 어불성설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자유가 공평하게 누려지기 위해서라도 차별이 금지돼야 하고, 이것이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린 누군가에게 자유와 평등을 누려도 되는지 묻지 않는다.

따라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묻는 것은 맞지 않다.

[정예준 / 동성애자 : (성소수자가) 주변에 있는 너무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강선화 / 게이 아들을 둔 엄마·성소수자 부모모임 운영위원 : 성소수자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거나 차별하지 말아 주세요.]

[정은애 /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엄마·성소수자 부모모임 운영위원 : 성소수자는 여러분들 곁에 언제나 있습니다.]

[이한결 / 트랜스젠더 : 저희는 여러분을 만나고 생활하고 있어 왔으니, 저희를 이제 만날 준비를 해 주세요.]

이처럼 우리는 이미 함께 살고 있다.

제보/ buttoner@ytn.co.kr

버트너/ 홍성노, 류석규, 장승대, 나연수

도움/ 성소수자 부모모임,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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