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문객 주민등록번호 13자리 요구하는 병원들...위법 소지

단독 방문객 주민등록번호 13자리 요구하는 병원들...위법 소지

2021.03.06. 오전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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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입구에 개인 정보 입력 무인 기계 설치
이름·휴대전화 번호·주민등록번호 13자리 요구
"해외 방문 이력 조회로 필요"…"외부 노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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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부 병원에서 출입자 관리에 필요하다며 무인 기계를 통해 환자뿐 아니라 방문객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하지만,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는 위법 소지가 있는 데, 또 다른 문제는 외부 노출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 장치도 없다는 겁니다.

YTN 취재가 시작되자 관계 당국이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엄윤주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

지난해 9월부터 출입자 관리를 위해 입구에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무인기계 4대를 설치했습니다.

기재해야 하는 정보는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그리고 주민등록번호 13자리입니다.

"(진료 받으러 온 거 아닌데 그래도 전체 기입해야해요?) 들어가시려면 모든 분이 다 하셔야 돼요."

무인 기계가 설치된 다른 병원을 가봤습니다.

역시 해외 방문 이력 조회를 위해 주민등록번호 전체를 입력하라고 안내합니다.

문제는 마음만 먹으면 앞사람의 개인 정보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요게 해외를 갔다 왔는지 안 왔는지 심평원에서 확인을 하거든요."

보호 장치 없이 무작정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는 불평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지영 / 서울 내발산동 : 제 신상이 다 노출이 되면 스팸 문자라든지 그런 게 가끔 오더라고요, 저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것들이. 그런 게 약간 불편해요.]

병원과 무인기계업체는 어떤 법적 근거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있을까.

이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꼽았습니다.

감염병 차단을 위해 필요한 경우 개인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는 건데, 애초 이 법을 이행할 수 있는 주체는 질병관리청장 혹은 시·도지사이지 병원은 아닙니다.

질병관리청은 이들에게 해당 권한을 넘긴 적도, 관련 지침을 내린 적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 : 우리가 권한을 주거나 안 주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고 그 기관에서 그런 법 집행을 할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없는 거죠. (이 법적 근거로 정보를 수집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네요?) 말이 안 되죠.]

두 번째 이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침에 따라 모든 내원객의 해외 방문 이력을 조회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해당 시스템을 관리하는 심평원은 조회 대상은 오직 환자뿐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 : 진료받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외 병문안을 오거나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지침을 내리지도 않았고, 그런 권한도 없어요. 사실 저희 DUR 쪽에서도 약간 황당해 하더라고요.]

세 번째 이유로 일부 병원은 법의 예외 사항에 있듯이, 공공의 안전을 위해 긴급히 필요해 개인정보를 수집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민등록번호 수집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뿐 아니라 방문객 관리가 위급 사항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보라미 / 변호사 : 해당 조항은 아주 긴급하게 일시적으로 필요한 경우, 최소한도로 적용할 수 있는 법률 조항이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해야 하는 정말 긴급한 경우로 보기가 상당히 어렵고.]

방역 당국이 안심 번호까지 만들며 개인정보 유출에 신경 쓰고 있는 만큼, 병원이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권헌영 /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최근에는 안심 번호로 전화번호를 쓰게 하는 별도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는 과도한 정보 수집은 법적 근거도 불분명하고 위법의 소지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YTN 취재가 시작되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해당 사안에 대해 위법 소지가 있다며 정확한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YTN 엄윤주[eomy101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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