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살인 누명' 피해자, 국가 배상 소송 승소...16억 원 배상 판결

'약촌오거리 살인 누명' 피해자, 국가 배상 소송 승소...16억 원 배상 판결

2021.01.13. 오후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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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1년 전 전북 익산에서 이른바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의 누명을 썼던 피해자가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겼습니다.

재판부는 국가의 불법행위로 피해자가 평생 씻을 수 없는 피해를 봤다며,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나혜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00년 8월 전북 익산에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숨진 약촌 오거리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재심'.

당시 15살이었던 신고자 최 모 씨는 범인으로 몰려 10년 동안 옥살이했는데, 뒤늦게 누명을 썼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수사 초기 경찰의 불법 감금과 폭행 등 가혹 행위로 허위자백을 한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최 씨가 감옥에 있는 동안 택시기사의 금품을 노리고 범행한 진범이 붙잡혔지만, 검찰은 구속영장을 수차례 반려하는 등 부실한 수사 지휘로 진상을 덮었습니다.

결국, 형기를 모두 채우고 석방된 뒤에야 재심을 청구한 최 씨는 사건 발생 16년 만인 지난 2016년에야 무죄 판결로 누명을 벗었습니다.

[문무일 / 당시 검찰총장 (지난 2017년) :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다시 5년이 지난 뒤, 최 씨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통해 국가와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 검사의 법적 배상 책임이 인정됐습니다.

법원은 당시 경찰이 사회적 약자로서 무고한 최 씨를 상대로 불법 감금과 가혹 행위 등 위법한 수사를 했고, 검찰도 불합리한 수사 지휘로 진범을 풀어줬다며 국가가 최 씨 가족에게 모두 합쳐 16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또 배상금 가운데 20%는 당시 담당 경찰과 검사가 함께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최 씨가 평생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씻을 수 없는 피해를 봤고, 국가기관이 다시는 이런 불법행위를 저질러선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갖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최 씨가 무엇보다 바라는 건 가해자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입니다.

[박준영 / 최 씨 법률대리인 : 사과한다면 이들을 상대로 한 소송을 취하하겠다, 국가만 상대로 소송하겠다는 제안을 사실 했습니다. (담당 경찰이) 여전히 진범이 최 군이라는 안하무인 격의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재심 뒤에야 붙잡힌 진범 김 모 씨는 지난 2018년 대법원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입니다.

1심 배상 판결이 이대로 확정되더라도 최 씨에게 가혹 행위를 했던 경찰이나 사건 진상을 은폐했던 검사들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게 됐습니다.

YTN 나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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