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접종 기준도 아직인데…"백신, 먼저 맞게 해달라" 요청한 정부기관들

우선 접종 기준도 아직인데…"백신, 먼저 맞게 해달라" 요청한 정부기관들

2021.01.13. 오후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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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접종 기준도 아직인데…"백신, 먼저 맞게 해달라" 요청한 정부기관들
ⓒYTN 뉴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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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우선 접종 대상자 범위 등 세부 접종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정부 산하 기관 및 협회가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이 입수한 '코로나 백신 우선 접종 대상 요청 현황'에 따르면 정부 산하 기관 및 협회가 질병관리청에 "우리가 백신을 먼저 맞아야 한다"며 총 19건(2021년 1월 8일 기준)의 민원을 제기했다.

우선 접종을 희망한 기관 및 협회는 국가보훈처, 국민연금공단, 대한치과의사협회, 법무부, 병무청, 도로교통공단,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해양경찰청 등이다. 조 의원은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불안감 때문에 기관들까지 나서서 물밑 경쟁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은 지난해 12월 질병관리청에 '백신 우선 접종'을 요청하며 국가 수출입 물자 수송에 필수 인력이라는 이유를 댔다. 노조 조합원은 항만 1만2076명, 창고 물류 4019명, 시장 물류 3726명, 철도 339명 등 총 2만160명이다.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는 지난 7일 전국 원자력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운전원, 정비원, 의료지원팀 등 최대 약 5000명에 대한 우선 접종을 요청하면서 "이들은 국내 전력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필수 인력으로, 블랙아웃(blackout·대정전) 등 재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우선 접종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경찰청 산하 도로교통공단은 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장 등 전국 27곳 시험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총 1165명에 대한 우선 접종을 요구했다. 도로교통공단은 지난해만 총 573만1973건의 대면 업무(운전면허시험, 면허발급, 면허갱신 등)를 처리했다며 "근무자들이 항상 코로나 감염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우선 접종 대상자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치과에선 비말(침방울) 발생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치과의사 등은 감염 고위험군"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해양수산부 역시 항만 근로자 6만7560명, 선원 7021명에 대한 우선 접종을 언급하며 "외국인 선원과 접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아직 백신 우선 접종 기준이 세워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각 기관이 저마다 먼저 맞겠다고 주장해 난감하다"며 "우선 접종 권장 대상과 관련해서는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칠 예정이다. 민원에 따라 그 결과가 좌지우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조 의원은 "백신 수량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백신 우선 접종 순서에 대한 문제는 국민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일 수 있다"며 "정부는 객관적·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국민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우선 순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YTN PLUS 이은비 기자
(eunbi@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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