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조두순 집 주변 '안심 귀갓길' 가보니..."비상벨 먹통"

[취재N팩트] 조두순 집 주변 '안심 귀갓길' 가보니..."비상벨 먹통"

2020.11.17. 오후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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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13년부터 경찰과 지자체는 여성 안심 귀갓길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귀갓길 여성을 노리는 범죄를 막기 위한 대표적인 예방책인데, 올해로 7년째인데도 관리실태는 엉망이었습니다.

특히, 조두순이 출소해서 거주하게 될 집 인근에 있는 여성 안심 귀갓길 비상벨은 작동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취재 기자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김우준 기자!

조두순 주거지 인근 여성 안심 귀갓길부터 살펴보죠.

조두순이 다음 달이면 출소하게 되는데, 인근 여성 안심 귀갓길 시설 설비가 엉망이라고요?

[기자]
조두순이 거주하게 될 안산 단원구에만 여성 안심 귀갓길은 10개가 지정돼 있습니다.

YTN 취재진이 직접 여성 안심 귀갓길을 찾아 실태 점검을 해보았는데요.

점검 결과, 시설 관리 실태는 엉망이었습니다.

녹슨 CCTV와 스피커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고, 여성 안심 귀갓길에 설치된 일부 비상벨은 망가진 상태였습니다.

비상벨을 눌러도, 비상경고음이 울린 뒤 찢어지는 기계음만 들릴 뿐 가장 중요한 통합관제센터와 연결은 되지 않았습니다.

비상벨 위에 달린 스피커가 노후화되면서 고장 난 건데요.

아예 작동을 멈춘 비상벨도 있었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생명줄이 돼야 할 비상벨이 망가져 있다는 사실에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인근 주민 : 무섭죠. 불안하죠. 아무래도…. 이런 거는 진짜 개선이 돼야죠.]

[앵커]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방범 설비에 대해 대대적으로 정비한다는 기사가 앞서 많이 나왔었는데, 고장 난 비상벨에 대해 관리주체는 뭐라고 해명하던가요?

[기자]
제가 확인한 여성 안심 귀갓길 비상벨과 CCTV는 지자체에서 설치와 운영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비상벨을 눌러보고, 작동을 안 하는 부분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지적하자 안산시는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안산시는 운영 중인 비상벨과 CCTV가 10년 전인 2010년도 설치한 장비이기 때문에 노후화를 막을 수 없다고 설명했는데요.

유지관리 보수팀을 따로 꾸려 운영하고 있지만, 수많은 비상벨과 CCTV를 완벽히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문제가 발생하는 비상벨은 대부분 아날로그식 구형 비상벨이었습니다.

안산시도 이런 민원을 많이 받아 스피커를 통해 소통하는 아날로그식 구형 비상벨에서 비상벨 자체에서 바로 통화가 가능한 IP 비상벨로 교체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교체율은 아직 미비한 상황입니다.

확인해보니 안산 단원구에 설치된 700여 개 비상벨 가운데, IP 비상벨은 200여 개고 나머지 500여 개는 여전히 구형 비상벨을 쓰고 있었습니다.

안산시는 이듬해 상반기 안으로 500개를 모두 IP 비상벨로 바꿀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비상벨 먹통도 문제지만, CCTV와 비상벨이 설치되지 않은 여성 안심 귀갓길도 있었다고요?

[기자]
조두순 거주지에서 2km 안팎 떨어진 여성 안심 귀갓길도 저희가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여성 안심 귀갓길이라는 노면 안내 표시만 있고, 정작 중요한 CCTV와 비상벨은 없었는데요.

안심 귀갓길로 지정된 길을 따라 500m 정도 걸어보았지만, 관련 설비 시설은 찾지 못했습니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달 진행된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도 나왔습니다.

[앵커]
여성 안심 귀갓길, 경찰청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대표적인 여성 범죄 예방책인데요.

관련 설비시설이 부족한 게 경기도 안산뿐만 아니라고요?

[기자]
조두순이 거주하게 될 안산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여성 주거 침입 범죄가 가장 높은 서울 역시 여성 안심 귀갓길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는데요.

저희 취재진이 은평구를 둘러봤는데, 비상벨이 없거나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경찰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전국에 지정된 여성 안심 귀갓길은 1천9백여 개입니다.

이 가운데, 노면에 안내 표시가 없는 귀갓길은 928개소입니다.

방범시설 현황을 살펴보면, 비상벨이 없는 귀갓길은 781개소, CCTV가 없는 귀갓길은 34개소나 되고, 둘 다 모두 없는 귀갓길은 28개소에 달합니다.

지난 2013년부터 시행해 7년째 운영하는 것 치고는 초라한 성적표일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여성 안심 귀갓길 관리 실태에 대해 YTN도 한두 번 지적한 게 아닌데, 거듭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관리가 허술한 건가요?

[기자]
핵심은 명확한 책임 소재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성 안심 귀갓길의 지정은 보통 경찰에서 담당합니다.

경찰이 범죄율과 치안 상황, 주민 민원 등을 고려해서 여성 안심 귀갓길을 지정하는데요.

이후 시설 관리와 운영과 설치 등은 정작 지자체가 담당합니다.

지정은 경찰에서 하고, 운영은 지자체가 하다 보니까 역할이 분산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를 정확히 따지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취재진이 직접 확인한 안산 단원구 역시, 엉성한 관리 실태에 대해 지적하니 경찰과 지자체는 서로에게 책임을 묻기 바빴습니다.

[안산단원경찰서 관계자 : 비상벨 설치 자체는 우리 경찰에서 관리하는 게 아니고, 안산시에서 관리해요.]

[안산시청 관계자 : 경찰에서 설치해서 관제하고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에요. 하지만 경찰에서 돈과 인력이 없다고, 지자체에서 지금 운영을 하다 보니까 우리가 직접 출동을 할 수는 없잖아요.]

또한, 관리 운영 역시 지역마다 제각각인 점도 문제입니다.

어떤 곳은 골목 구석구석에 CCTV를 설치한 반면, 다른 곳은 아예 CCTV와 비상벨이 없었는데요.

주먹구구식으로 지정만 하다 보니 통일된 최소 기준점조차 없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르고, 통일된 최소 기준을 마련해야, 안심 귀갓길로 지정만 하고 방치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건수 /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 : 통합된 법률 없이 부서마다 따로따로 운영된다는 이런 문제점은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통합된 시설, 통합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앞서 감사원도 지난해 5월, 경찰에게 여성 안심 귀갓길에 대해 실효성 있는 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김우준 [kimwj022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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