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법정에 선 조국...'형소법 148조'만 300차례 반복

정경심 법정에 선 조국...'형소법 148조'만 300차례 반복

2020.09.04. 오후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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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어제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부부가 같은 법정에 선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조 전 장관은 검찰의 모든 질문에 답을 거부하고 오직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다'는 답변만 3백여 차례 반복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어제 재판 내용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나혜인 기자!

어제 부부가 같은 법정에 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원 안팎에서도 재판 전부터 관심이 뜨거웠을 것 같은데요.

부부가 함께 법원에 출석하지는 않았죠?

[기자]
각각 피고인과 증인 신분으로 같은 재판을 받으러 오게 된 만큼 부부가 함께 법원에 등장할지부터 관심이 쏠렸습니다.

먼저 정경심 교수가 오전 9시 40분쯤 차를 타고 통상 출석하던 방식대로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남편 조국 전 장관이 함께 차에서 내리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는데요.

당시 상황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정경심 / 동양대 교수 : (조국 전 장관님 증인으로 나오는데 어떠세요?) …….]

당시 조국 전 장관은 이미 증인지원 절차를 신청한 상태여서 비공개 통로로 출석할 것으로 예상되긴 했는데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취재진은 계속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이미 비공개 통로로 먼저 법정에 나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취재진과 지지자들 모두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앵커]
법정 안에서는 부부가 처음으로 만난 건데,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요?

[기자]
증인지원 절차를 신청하면 법정 안에 따로 증인이 들어오는 문이 있습니다.

조 전 장관도 그 문으로 들어왔는데요.

법정 구조를 보면 재판부를 바라봤을 때 기준으로 오른쪽 피고인석에 정경심 교수가 앉아 있었습니다.

재판부와 마주 보는 자리에 증인석이 있는데 그 자리에 조 전 장관이 앉았고요.

조 전 장관이 문에서 들어올 땐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치거나 인사를 주고받지 않았고, 모두 덤덤한 표정이었습니다.

조 전 장관은 방청석에서 바라볼 때 뒷모습만 보이기 때문에 시선을 확인할 수는 없었는데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이 자리에 앉은 이후부터 여러 차례 남편을 바라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증인신문을 하면 보통 증인 선서를 먼저 하는데, 조국 전 장관이 갑자기 준비해온 입장문을 읽고 싶다, 이런 말을 했다고요?

[기자]
증인이 출석하면 먼저 재판부가 증인 선서를 하라고 합니다.

위증하면 처벌받겠다는 내용이죠.

그런데 조 전 장관은 증언 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이라면서 미리 준비해온 한 장 반짜리 입장문을 증인선서 후에 읽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라 재판부가 입장문을 읽어본 뒤에 판단하겠다고 하면서 조 전 장관이 증인 선서를 먼저 진행했고요.

내용을 확인한 재판부는 대부분이 증언 거부권과 무관한 내용이라며 마지막 일부분 외에는 발언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조 전 장관은 재판부가 허용한 짧은 부분만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증언 거부권을 행사하려는 이유였는데요.

피고인이 배우자인 데다가 자식 이름이 공소장에 적혀 있고 본인도 별도로 기소돼 있다면서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찰 신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검찰이 굉장히 많은 신문 내용을 준비해왔을 텐데, 검찰 반응은 어땠나요?

[기자]
검찰은 예상대로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수사 과정 내내 진술을 거부하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고, SNS에선 검찰을 비난하는 등 꾸준히 입장을 표명해 왔는데 왜 법정에선 증언을 하지 않느냐는 취지입니다.

조 전 장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발언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는데요.

재판부는 증인이 질문에 답하는 사람이지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제지해 따로 반박할 기회는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정 교수 변호인단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는데요.

증인이 법적 권리를 행사하려는데 정당성을 설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고 왜 비난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반박했습니다.

계속해서 공방이 오간 끝에 오전 10시에 시작한 재판은 30분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증인신문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조 전 장관이 증언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는데 검찰은 신문을 예정대로 진행했던 거죠?

[기자]
여기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형사소송법 148조'가 등장합니다.

검찰은 주신문에서 준비해온 질문을 했고, 조 전 장관은 모든 질문에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다"라고만 답했습니다.

검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질문을 계속 이어가고, 조 전 장관은 같은 답변만 계속 반복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형사소송법 148조는 자신 또는 친족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한 조항으로,

조 전 장관이 앞서 증언 거부 사유에서 언급했던 내용입니다.

점심시간과 휴정 시간을 포함해 오후 5시쯤까지 주신문이 이어졌는데, 세어 보니 조 전 장관이 3백 차례나 같은 답변을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목이 멘 듯 말을 더듬다가 기침하고 물을 마신 뒤 같은 답변을 또 하기도 했고요.

딸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 의혹 관련 질문이 나올 땐 크게 한숨을 내쉰 뒤 같은 답변을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변호인 측이 반대신문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주신문과 함께 재판은 곧바로 끝났고, 나갈 때는 조 전 장관이 먼저 법정을 떠났습니다.

[앵커]
변호인 측은 어제 재판 진행 방식에 계속 이의를 제기해 잠시 휴정하기도 했다는데 재판이 끝난 뒤 어떤 입장을 밝혔나요?

[기자]
변호인 측은 검찰이 가족 사이에 벌어진 일을 법정에서 계속 언급하고 유도신문까지 한다며 재판 내내 반발했습니다.

망신주려는 의도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그러자 검찰은 진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으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변호인 측 입장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김칠준 / 정경심 교수 측 변호인 : 자신이 기소된 사실과 가족 관련 사실에 대해서 당연히 법적으로 형사소송법에 증언 거부할 수 있는 규정이 돼 있고, 실제로 법정에서 가족 간 행위에 대해서 일일이 진술한다는 거 자체가 증언하기에 아주 부적절하다….]

결국, 조 전 장관 부부의 첫 법정 대면은 진실 규명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은 채 검찰과 변호인이 치열한 신경전만 남기고 끝났습니다.

어제 정 교수 재판 말고도 조 전 장관 부부가 함께 기소된 사건에 대해서도 별도로 재판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요.

지금은 조 전 장관만 연루된 '감찰 무마 사건' 먼저 심리가 진행되고 있어서, 정 교수는 출석하지 않고 있습니다.

연말쯤이면 가족 비리 의혹 심리도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땐 부부가 피고인과 증인석에서 마주 보는 대신 피고인석에 나란히 서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YTN 나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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