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시설' 있으면 산사태 관리 못한다?...구멍 뚫린 법망

'인공시설' 있으면 산사태 관리 못한다?...구멍 뚫린 법망

2020.08.15. 오전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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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집중호우 때 산사태로 16명이 숨졌지만, 대부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은 곳에서 일어났습니다.

사고 이후에도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산사태 위험지역 관리가 엉망인지 살펴보니 구멍 뚫린 법망이 문제였습니다.

박희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일, 충북 충주 야산에서 산사태가 나 축사가 무너지면서 가스가 폭발해 50대 여성이 숨졌습니다.

지난 8일엔 담양에서 산사태로 전봇대가 넘어지면서 불이 나 인근 주택에 있던 70대 여성이 숨졌습니다.

사고가 난 두 곳 모두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돼있지 않았고, 사후관리 대상에서도 제외됐습니다.

이유가 뭘까.

산림청 방침상 축사나 전봇대가 무너져 인명 피해가 난 경우는 산사태 피해로 분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토사나 나무가 쓸려가 발생하는 자연적 피해일 경우만 '산사태'로 보고 사후관리도 한다는 설명입니다.

[산림청 관계자 : 산림보호법상 자연 산지에 대해서 산림청에서 관할하고 있는 법상에서 저희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가 있기 때문에….]

개발이 이뤄져 펜션이나 축대 같은 인공 시설물이 생기면 산림청 관리 대상에서 빠집니다.

개발한 주체나 지자체가 책임지고 산사태 지역을 관리해야 한다는 설명인데, 이런 관리 의무를 규정한 법은 따로 없습니다.

경사가 심해 붕괴위험이 있는 지역을 행정안전부가 지정하는 급경사지법도 있지만, 기준이 엄격해 산사태 위험 지역까지 포괄하긴 어렵습니다.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 : 옹벽을 공사하고 나서 등록을 했다. 만약에 등록했는데 규모가 급경사지가 우리 법에 맞는 거다. 그러면 이제 지자체에서 관리해야 하고 우리한테도 자료가 넘어와야 하는 거죠.]

실제로 지난 3일 평택 청북읍 공장은 야산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로 옹벽이 무너져 3명이 숨졌지만, 이 지역은 급경사지법에도, 산사태 취약지역에도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평택시청 관계자 : (급경사지는)경사도가 34도 이상이면서 높이가 5m 이상. 길이가 20m 이상. 인공(비탈면)이. 거기는 높이가 5m가 안 되잖아요.]

전문가들은 한 기관을 중심으로 통합 대응하도록 제도를 정비하지 않으면 같은 피해가 반복될 거라고 꼬집습니다.

[이수곤 /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인명피해가 나는 건 사람이 만든 산사태예요. 이걸 소관부처를 나누겠다는 게 난센스라니까요. 통합관리를 해야 한다 이건. 따로따로 하지 말고. 홍콩처럼.]

최근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산사태는 천 건이 넘었고, 16명이 숨졌습니다.

그런데도 구멍 뚫린 법망 때문에 산사태 위험에 노출된 곳들이 여전히 방치되고 있습니다.

YTN 박희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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