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못 쉬어요"...택배 없는 날에도 일하는 배송 기사들

"우리는 못 쉬어요"...택배 없는 날에도 일하는 배송 기사들

2020.08.14. 오후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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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8년 만에 처음으로 택배 기사들에게 평일 휴가가 주어졌지만, 모두 쉬는 건 아니었습니다.

대형 물류업체 4곳만 '택배 없는 날'에 동참했기 때문입니다.

택배 없는 날에도 택배를 나른 기사들, 김지환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2년째 쿠팡에서 배송기사로 일하는 조찬호 씨.

'택배 없는 날'은 남의 이야기입니다.

개인사업자인 다른 택배 기사들과 달리 회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주5일제도 한다는 이유로 쿠팡 직원들은 평소처럼 일터로 나간 겁니다.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배송해야 하는 물품은 모두 210여 개.

종종걸음으로 승강기를 타고, 문이 닫히기 전에 물건을 내려놓은 뒤 고객 전송용 인증사진까지 찍고 쏜살같이 돌아옵니다.

18층짜리 아파트 한 라인에 택배 10개를 배송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5분 남짓.

오후 2시 쿠팡 자체 의무 휴식시간이 돼서야 간신히 한숨 돌립니다.

[조찬호 / 쿠팡 배송기사 : 쿠팡에서 특별휴가를 응원한다고 광고를 하고 있더라고요. 단순히 이미지 광고가 아닌 기사들 위해서 내년에는 쿠팡도 좀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노조가 없는 소규모 택배사 소속 박상복 씨도 쉬지 못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 분류작업을 하고 할당받은 물량은 90개 정도.

대형사보다 개수는 적지만, 담당 구역이 넓은 탓에 하루 평균 무려 80km를 돌아다닙니다.

요즘 같은 날씨엔 커다란 상자 1~2개만 배달해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릅니다.

고된 일과 속에 택배 없는 날 소식이 들려온 어느 날, 설레는 마음에 여행계획까지 짰지만,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박상복 / ○○택배사 배송기사 : (회사는) 거래 물건도 있다고 하고 조삼모사 격으로 14일 일하고 17일(임시공휴일)에 쉬라고…. 만들어준 날인데도 하루를 사실상 뺏어간 느낌이니까 (실망스럽죠)]

고용부는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하고 참여도 더 넓히겠다는 방침이지만, 기사들은 이 정도론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대부분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어 노동자 권리를 인정 못 받는 데다 심야 배송에 주6일 근무까지 하는 경우가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택배 없는 날이 지정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과로사 위기에 내몰린 현장을 근본부터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단 희망에서입니다.

YTN 김지환[kimjh070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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