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 작업은 시작했지만..."도저히 살 수 없는 마을"

복구 작업은 시작했지만..."도저히 살 수 없는 마을"

2020.08.13. 오후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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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장마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전국 각지에서 복구 작업이 한창입니다.

700mm가 넘는 집중 호우가 쏟아진 철원군 이길리 마을은 물이 빠진 지 일주일 넘게 지났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는 마을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현장에 취재기자 나가 있습니다. 김우준 기자!

집중호우 피해당시에도 김 기자가 나가 있던 곳이죠, 일주일 뒤에 다시 찾은 건데 상황 어떻습니까?

[기자]
이곳 마을은 주민 130여 명, 80여 가구가 살았던 마을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을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그야말로 황폐하게 변해버렸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집은 며칠 전만 하더라도 주민이 살았던 집인데 지금은 마치 유령의 집을 연상을 시키게 됩니다.

마을 집 앞에 있는 마당은 하나도 정리가 되지 않았도 집안을 보더라도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완전히 어두컴컴한 상황입니다.

물이 집 안으로 들이닥쳤기 때문에 도배와 장판도 다 걷어내고 현재 말리는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마을은 수해 문제뿐만이 아닙니다.

당시 지난 5일에 물이 들이닥쳤을 때 물이 빠져나가고 난 다음에 지뢰까지 발견된 건데요.

YTN이 취재를 해 보니 발견된 지뢰는 북한군 목함지뢰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물폭탄에 이어 이렇게 지뢰까지 발견되자 주민들은 정말 살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그 옆에 있는 집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일단 지금은 비가 내리지 않는 상황이라서 각종 가재도구들을 마당에 내놓고 말리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제 뒤로는 이렇게 가전제품도 있는데 한 번 흙탕물을 뒤집어쓴 가전제품이기 때문에 세척을 한 뒤에 말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다시 쓸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정확하지 않습니다. 이곳 마을에 물이 들이닥친 건 지난 5일입니다.

그야말로 700mm가 넘는 집중폭우가 쏟아지면서 옆에 있는 한탄강이 들이넘친 건데요.

제 뒤로 보이는 곳이 파란색 천막 보일 텐데 그곳이 제방이 넘어졌던 지역입니다.

제방이 무너진 곳인데 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제방이 넘어지면서 한탄강이 이 마을 안으로 들이닥친 겁니다.

문제는 간신히 임시복구만 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다시 폭우가 쏟아진다면 언제든지 물이 넘칠 상황은 상존해있는 상황입니다.

이곳 마을이 수해 피해를 겪은 건 지난 96년과 99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앵커]
상습 침수 구역인 데다, 지뢰까지 발견되면서 주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닐 거 같습니다.

그래서 마을 이전을 검토해달라는 이야기도 나온다면서요?

[기자]
이곳 마을 주민분들이 한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건 이 마을 전체를 통째로 이전해 달라는 겁니다.

이곳 마을은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자그마한 농촌마을인데 지난 1979년 마을이 지어졌을 때는 정부의 전략촌 전략으로 이 마을이 지어졌습니다.

북한에 보여주기 위한 선전마을용이었던 건데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북한에서 잘 보이기 위한 지역에 지어졌기 때문에 하천보다 좀 더 낮은 지대에 지어진 마을입니다.

따라서 이 마을에 들어올 당시에도 주민분들은 물이 넘칠 것을 항상 우려하기도 했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96년과 99년에 이어 다시 물난리를 겪은 겁니다.

현재 이곳에서 2km 떨어진 오덕초등학교에 대피해 있는 주민들은 하나같이 마을 이전을 요구하고 있고 주민 90% 이상이 마을 이전에 찬성했습니다.

주민의 애달픈 목소리직접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송금 / 강원도 철원군 이길리 주민 : 정부에서 컨테이너 하나라도 지어주면 나가지. 여기서 아주 살고 싶지 않아 나는 너무 진절머리가 나서, 이제 둑이 다 터져서 더 힘들어 이제….]

하지만 주민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인만큼 정부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마을 이전은 불가능합니다.

우선 이에 대해 정부의 답변은 긍정적입니다.

최문순 도지사는 군과 협의해 주민들을 이주시킬 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혔고 마을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마을 이전에 공감의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 마을은 지난 2011년 24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배수 펌프장까지 설치하고 교량 정비를 마쳤지만, 이번 에 700mm가 넘는 집중 호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강원도 철원군 이길리 마을 안에서 YTN 김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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