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물폭탄'...반복되는 피해 막으려면?

전국 곳곳 '물폭탄'...반복되는 피해 막으려면?

2020.08.09. 오후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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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철 /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앵커]
40일 넘게 이어지는 긴 장마에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앞서 전해 드린 것처럼 각종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워낙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린 탓도 있지만 인명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전 국립방재연구소장인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와 함께 관련 내용들 짚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조원철]
수고 많습니다.

[앵커]
지금 유례 없이 긴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달 들어서만 600건이 넘는 산사태도 발생했습니다. 지금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사태 경보 최고 단계인 심각이 내려져 있는데요. 산사태가 주로 일어나는 곳 어떤 특성이 있을까요?

[조원철]
우선 알다시피 경사가 급한 곳이고 또 수목이 우거진 곳에서 많이 일어날 수 있죠.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것은 이번에 오랫동안에 비가 많이 왔기 때문에 이미 산에 있는 흙이 물 먹을 수 있는 만큼 다 먹은 겁니다. 즉 함수율이 100% 정도에 이르도록 물을 다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다 조금만 더 세게 비가 내리면 산사태가 일어나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흙의 두께, 표토라고 그래요.

표면에 있는 흙의 두께가 평균 1m 조금 넘을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장기간의 강우로 인해서 흙이 완전히 물에 젖어있기 때문에 무너질 수 있는 곳이 전국 다, 모든 곳이 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을 하시고 산 가까이에 사시는 분들은 특히 경사지 가까이에 사시는 분들은 주의 깊게 지켜봐야겠습니다.

[앵커]
흙의 두께를 말씀해 주셨는데 이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건가요?

[조원철]
흙 두께가 깊으면 깊을수록 표면에 내린 빗물이 깊게 들어갈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게 표토가 얇으면 그 밑은 암석이나 아니면 단단한 흙이 들어 있거든요. 그러면 땅속으로 물이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옆으로 흐르게 됩니다. 옆으로 흐르면 우리가 아이스크림을 여러 층으로 쌓아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위가 무너져버리고 밑에는 암석이 있으니까 그 사이에 물 흐름층이 생겨버리면 위에 있는 흙이 전부 다 무너지게 되는 거죠.

[앵커]
그렇군요. 요즘에 보면 경치 좋은 펜션이나 전원주택을 만들겠다고 해서 산을 깎거나 절벽 밑에 짓는 경우들도 종종 있거든요.

[조원철]
많이 있죠.

[앵커]
이런 곳은 또 산사태에 특별히 더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조원철]
그럼요. 왜냐하면 경관이 좋게 보여야 되기 때문에 산 밑에 내지 아니면 산을 깎아가지고 토지공간이 좁다 보니까 산을 깎아가지고 거기에 펜션 같은 위락시설을 많이 짓거든요. 짓는데 그 가까이에서 바로 급경사면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이 산을 잘라서 집을 지었다고 하면 그 뒷면은 아주 급한 경사면이 돼 버리거든요. 그러니까 이번에 산사태 피해가 펜션 같은 데서 많이 일어나고 있죠.

[앵커]
이런 곳은 안전점검이라든지 이런 시스템은 따로 없습니까?

[조원철]
그건 우리가 상식선에서 이야기해야 돼요. 거기 물론 안전점검을 해서 산사태 위협을 판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산림청 연구원들도 전국의 모든 곳을 단계적으로, 이건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무슨 국립기관, 국가에서 관리하는 공간부터 안전점검을 하고 그다음에 사설 공간도 차례대로 해나갈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 가까이에 사시는 분들은 이럴 때는 아주 주의를 해야 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전남 곡성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서 집 5채를 덮치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까 주민들이 대피를 하지 못해서 인명피해가 상당히 많이 났거든요. 그런데 이게 산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알아차릴 수 있는 징후 같은 것들이 있을까요?

[조원철]
분명히 있습니다. 우선 첫째 징후보다도 비가 장기간, 지난 5일 동안 비가 얼마나 왔느냐. 폭우가 계속 쏟아졌다고 하면 흙이 100% 물을 먹고 있는 겁니다. 그럴 때는 산 밑에 사는 사람들은 일단 경계를 해야 되고 또 그런 상태라고 하면 산비탈을 보면, 경사면을 보면 표면에 물이 흘러나올 수가 있어요, 지표면에. 물이 흘러나오면 산사태가 일어날 확률이 굉장히 높아집니다.

그리고 경사면에 서 있는 나무들 있죠. 특히 소나무 같은 침엽수들이 약간 기울어지고 흔들립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이럴 때는 얼른 대피해야 되죠. 그리고 야간의 경우에 조용할 경우에는 땅 울림이 흔히 산울림이라고 하는데 이런 소리도 들을 수 있거든요. 멀리서 들리는 쿵쿵 하는 울림소리가 들리면 얼른 자기 집에서 나와서 대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평소에도 이런 산사태 같은 것들 조심해야겠지만 지금 이번처럼 이렇게 집중적으로 비가 많이 쏟아지는 경우에는 더욱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군요.

[조원철]
그렇죠, 아까 말씀드린 대로 오랫동안 많은 비가 왔기 때문에 모든 흙이 산사태 경사지뿐만 아니라 지반 평지도 다 물을 먹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경사면이 붕괴될, 즉 산사태가 일어날 확률이 굉장히 커지고 평지라고 하더라도 땅 속에 물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가다 보면 푹 꺼져버릴 수 있어요. 그래서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대피할 때도 상당히 조심스럽게 대피해야 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경기도 가평의 펜션에서는 3명이 안타깝게 숨졌고 평택 공장에서도 3명 그리고 안성 양계장에서도 1명이 산사태 때문에 안타깝게 목숨을 잃으셨습니다. 그런데 이들 지역 같은 경우에는 산사태 취약지역 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이게 지자체도 그렇고 산림청도 그렇고 소관 때문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런 부분에 문제가 없을까요?

[조원철]
문제가 있죠. 제가 판단컨대는 그건 산림청 소관은 아니고 지자체에서 관리를 해 줘야 됩니다. 산림청은 우리나라 임야 부분을 관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예를 들어서 양계장, 양돈장, 양축장을 만든다든지 보면 대개 보면 평면을 만들기 위해서 산을 많이 자르거든요. 깎아내기 때문에 경사가 급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흙을 건드리기 때문에 단단하던 흙이 흐트러져 있거든요.

거기에 물을 먹으면 꺼지거나 산사태가 일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걸 허가해 줄 때 조심스럽게 해야 되고 대피시설도 해야 됩니다. 특히 물빠짐 배수시설을 잘 해서 물이 산비탈에서 내려오는 물이 그런 시설 쪽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옆으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도랑을 잘 만들어줘야 되죠.

[앵커]
사실 이런 사고들이 발생하고 난 뒤에 뒤늦게 책임소재를 따져봤자 안타까운 뒤늦은 감이 있습니다마는. 그래도 이게 천재지변에다 또 재난대응 역량이 부족하다라는 그런 비판들도 겹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혹시 중대본에서 정부의 대응이 전반적으로 늦거나 미흡한 게 아니냐 이런 지적들도 있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조원철]
저는 그렇게까지는 보지 않는데. 저는 40년 전 78년부터 재난을 공부했고 그동안 국립방재연구소도 설립해서 제가 초대 소장을 했고 수해대책본부 본부장을 하면서 계획을 해 봤기 때문에 우리가 90년대, 2000년대에 많은 발전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안전은 내가 지켜야 됩니다. 우리 시민 한 분, 한 분이 내 안전은 내가 지켜야지 이번에도 물난리가 난 곳에 제가 가봤습니다마는 보면 이 물난리가 났는데도 물 속에서 자전거를 타요. 그리고 러닝을 해요, 마라톤을. 그리고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더라고요. 이건 굉장히 위험한 거거든요.

이건 안전의식이 몰라서 모르는 게 아니라 정보가 없어서 모르는 게 아니라 나는 과시하고 싶은 욕망이 지나쳐서 의도적인 불감증입니다. 그래서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께서는 제발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고 하는 생각을 가지시고 물론 정부도 더 많은 시설에 투자하고 정보관리를 해야 합니다.

특히 제가 꼭 지적하고 싶은 게 이번에 코로나 사태도 그렇습니다마는 안전문자가 굉장히 많이 보급돼 있거든요, 전 국민들에게. 이런 정보가 많아지면 오히려 정보에 둔감해집니다.

[앵커]
그러니까 정부나 지자체의 시스템도 물론 필요하겠습니다마는 개개인이 좀 더 안전에 유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조원철]
그렇죠.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고 하는 근본 생각을 가져야 됩니다. 지금 우리 앵커께서 앉아계신데 거기 문제 생기면 대통령께서 가실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거기에서는 거기에 계신 분들이 안전문제를 해결해야 되거든요. 마찬가지로 내 안전은 내가 지키고 내 가족의 안전도 내가 지킨다는 근본 생각을 가지고 주의해야 됩니다. 제발 겁을 내주세요. 겁이 없어요.

[앵커]
이번 집중호우 때문에 침수된 지역도 많고요. 그리고 둑이 무너지고 제방이 무너지는 곳들도 있는데 내일부터는 태풍까지 온다고 해서 더 걱정이거든요. 지금 이 시점에서 살펴봐야 될 부분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조원철]
특히 내륙에 비 오는 건 근본적으로 비가 많이 왔기 때문에 산사태나 침수에 굉장히 민감하게 우리가 반응을 해야 되겠고 태풍이 오면 태풍은 세 가지 재난요소가 있습니다. 첫째, 비가 많이 와요. 두 번째, 중심기압이 낮기 때문에 강풍이 붑니다. 그리고 중심기압이 낮기 때문에 해수면이 상승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닷가 특히 이번에는 경남 바다 쪽 해수면이 정상적인 조석활동 외에도 태풍으로 인해서 해수면이 상승됩니다.

그러면 바닷물이 하천물을 막아버려요. 하천이 높아지면 다시 우리 시가지 물도 하천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침수가 생기고 역류가 생기기 때문에 이번에 태풍 오는 걸 예의주시하면서 특히 침수하고 하천 범람 이것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해야 되고 특히 관리들은 제발 현장에 나가서 자기 관할구역 현장에 나가서 그걸 관측하고 주민들하고 긴밀한 연락체계를 갖도록 해야 되겠습니다. 책상에 앉아 하지 마시고 제발 현장 좀 나가주세요.

[앵커]
늘 현장 점검을 나가더라도 안전을 일단 우선으로 생각하고 현장에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전 국립방재연구소장인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누어봤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조원철]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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