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민주주의' 언급한 윤석열...정부·與 작심 비판?

'진짜 민주주의' 언급한 윤석열...정부·與 작심 비판?

2020.08.04. 오후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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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검사 역할’ 당부
’검언유착’ 지휘 배제 한 달여 만에 첫 공식 입장
윤석열 ’헌법 가치’·’엄정한 법 집행’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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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 검찰총장이 어제(3일) '진짜 민주주의'를 언급하면서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것이라고 말한 게 여러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서 배제된 뒤 한 달여 만에 처음 공식입장을 내놓은 건데요.

자세한 발언 내용과 배경 등을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조성호 기자!

윤석열 총장이 추미애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 이후 처음 입을 뗐습니다.

어떤 자리였죠?

[기자]
네, 윤석열 총장이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새로 부임한 검사 26명의 신고식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선 통상 검찰총장이 신임 검사들에게 검사의 역할과 자세 등을 당부하는 발언을 하는데요.

윤 총장도 지난달 2일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에서 배제된 지 한 달여 만에 공식 입장을 밝히는 자리가 마련된 겁니다.

다만,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돼 저를 포함한 취재진은 대검이 공개한 사진과 윤 총장의 발언 자료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윤 총장은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 이후 사실상 '식물총장'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침묵을 깬 건데,

구체적인 발언 내용은 어땠습니까?

[기자]
네, 키워드를 꼽자면, '헌법 가치'와 '엄정한 법 집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윤석열 총장은 자유민주주의와 공정한 경쟁,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헌법 정신을 언제나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게 아니라면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만들어진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모든 국민이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며 국민이 위임한 법 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신임 검사들에게 하는 주문이지만, 정치적인 의미가 포함된 것으로 읽히는 게 사실입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기자]
네, 헌법 가치는 윤석열 총장이 취임 이후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해 온 말입니다.

하지만 어제 발언은 상당히 강경한 '작심 발언'으로 들렸습니다.

특히, 독재와 전체주의를 언급한 건 총선 압승 이후에 검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정부와 여당을 겨냥한 비판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또, 권력형 비리에 대한 법 집행이 가로막힌 검찰의 현재 상황이 '가짜 민주주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으로도 보입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현 정부에 날을 세우면서 사실상 정치적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어제 추미애 장관도 윤석열 총장보다 먼저 신임 검사들을 만났습니다.

추 장관은 어떤 부분을 강조했나요?

[기자]
네, 추미애 장관은 인권보호관으로서 검사의 역할과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강조했습니다.

지기추상 대인춘풍, 다시 말해 스스로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대하라면서 사회적 약자의 권익에 침해가 없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권력기관 개혁은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민주적 형사사법제도의 초석을 다지는 거라고 말했는데요.

일부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추미애 / 법무부 장관 : 외부로부터 견제와 통제를 받지 않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 필연적으로 권한남용과 인권침해의 문제가 발생하겠죠.]

검찰개혁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검찰에 대한 장관 지휘권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도 풀이됩니다.

[앵커]
어제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 두 사람 사이에 엇갈린 메시지가 잇달아 나오면서,

둘 사이의 긴장이 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가능해 보이는데요?

[기자]
일단 확전은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미애 장관은 그동안 검찰 이슈와 관련해 SNS와 입장문 등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 왔습니다.

하지만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달 24일 '검언유착' 의혹사건 수사와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압도적으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한 뒤로는 공개 발언이나 비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윤 총장 역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침묵을 지켜왔는데요.

어제도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총장 지휘 배제 권고안 등 현안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은 피해 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앵커]
하지만 추미애 장관이 단행하는 세 번째 검찰 고위직 인사를 앞둔 만큼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습니다.

인사위원회 날짜가 정해졌죠?

[기자]
검사장급 고위간부 인사를 논의하는 검찰인사위원회가 모레, 그러니까 오는 6일 열립니다.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인사위를 열기로 했다가 하루 전에 취소했는데, 1주일 만에 다시 열기로 한 겁니다.

이르면 인사위 당일에 검찰 고위간부의 승진·전보 인사가 단행될 예정입니다.

인사 대상에는 윤석열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참모진과 주요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남부지검장 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인사 폭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추미애 장관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윤석열 총장의 의견을 아직 듣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검찰 의견 청취 방식이나 과정을 놓고 법무부와 검찰이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지난 인사 때와 마찬가지로 법무부가 인사 발표 직전 대검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검찰이 반발한다면 묵은 갈등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검찰청에서 YTN 조성호[cho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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