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키즈카페, 정말 위험할까? 키즈카페서 보낸 반나절

[반나절] 키즈카페, 정말 위험할까? 키즈카페서 보낸 반나절

2020.01.18.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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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PLUS가 기획한 '반나절' 시리즈는 우리 삶을 둘러싼 공간에서 반나절을 머물며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기획 기사입니다. 반나절 시리즈 12회에서는 매년 수가 늘어나고 있는 키즈카페를 찾아 안전을 점검하고 이곳을 찾는 아이들과 보호자를 관찰했습니다.

지난해 말, 경기도 파주의 한 키즈카페에서 만 세 살 아이가 천장과 통로 난간 사이에 목이 끼어 목 경추부 관절이 어긋나는 부상을 입었다.

아이를 지켜보고 있던 보호자가 곧바로 구조해 중상은 면했지만, 당시 키즈카페 직원들이 모두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전 관리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반대로 이 사건을 두고 '아이를 제대로 보지 못한 부모 잘못'이라며 부모를 비난하는 일부 시선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키즈카페에서 총 1,411건의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건수는 2015년 230건, 2016년 234건, 2017년 351건, 2018년 387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키즈카페 수와 이용객 숫자가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키즈카페는 지난 한 해만 400여 곳 가까이 문을 열으며 성업 중이다. 합계 출산율이 1명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임에도 키즈카페가 늘어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동반하고 방문할 만한 공간이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자는 자녀가 없는 사람들에게 낯선 공간인 키즈카페들을 직접 찾아 실제로 어떠한 위험 요소가 있고, 안전 문제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반나절 동안 관찰했다.

주말, 평일에 각각 키즈카페를 찾아보니 주말, 평일 오후, 평일 오전 순으로 사람이 붐볐다. 그에 따라 주말에 직원을 추가 배치하는 업체도 있었다. 카페 내부는 크게 트램펄린과 미끄럼틀을 중심으로 한 체육형 놀이공간과 부엌놀이, 모래놀이, 블럭 등을 가지고 노는 장난감 공간으로 분리돼 있었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위험성 탓에 주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경우가 많았고 , 약 5세 이상 돼 보이는 아이들이 트램펄린이나 미끄럼틀을 많이 이용했다.

최근 키즈카페 내 안전 이슈를 의식한듯 업체들은 일일 안전점검표를 게시해 매일 시설을 관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점검표에는 기초부 주위 침몰과 토사유출 여부, 매트 파손과 사이 틈 확인, 안전그물망 파손여부, 금속과 목재 부식 등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키즈카페는 일반적인 놀이시설과는 반대로 어린이 입장료가 성인 입장료보다 약 3~4배 비싸다. 대신 성인은 키즈카페 내 카페를 이용하거나 음료를 구매하게 해 수익을 내는 구조였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가 음료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나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유아를 데려온 부모는 이 공간을 이용할 여유조차 없었다. 한시도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기 때문. 키즈카페를 찾은 한 부모는 "보통 7세 이상 되는 아이를 데려온 부모만 여유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상과는 달리 별도의 안전요원을 관리하고 있는 키즈카페는 거의 없었고, 부모도 이 점을 인지하고 키즈카페를 찾는 것으로 보였다.

'스릴 없이는 재미도 없다'...위험과 동반하는 재미

키즈카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아이들의 사고 유형은 집안에서 일어나는 사고 유형과 매우 흡사하다. 성인 기준으로는 전혀 위험하지 않은 공간이지만 어린아이는 이같은 공간에서조차 다칠 수 있다. 매트를 깔았다고 해서 모든 사고를 예방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들이 '미로 놀이'를 하는 공간 안에 있는 회전봉은 스펀지로 충격을 흡수하게 조치했지만 아이의 몸이 낄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키즈카페에서 놀던 아이 한 명이 돌아가는 스펀지형 놀이기구에서 장난을 치다가 몸이 끼면서 눈물을 터트리기도 했다.

키즈카페를 찾은 한 어머니는 "가장 자주 일어나는 사고는 미끄럼틀을 타는 아이와 미끄럼틀을 거슬러 올라가려는 아이의 충돌"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종류의 사고는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는 탓에 예방하기도 쉽지 않다.

작은 레고 블럭, '편백나무 존'도 위험 요소

편백나무 존은 모래 놀이를 대신해 잘게 자른 편백나무 조각으로 모래 놀이의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놀이 공간이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간혹 편백나무 조각을 입이나 얼굴 주위에 가져다 대곤 했고, 보호자는 그럴 때마다 아이를 제지해야 했다. 일부 놀이 공간에는 편백나무보다 작은 레고 조각도 있었다. 만약 보호자가 잠시라도 눈을 뗄 경우 조각을 삼켜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었다.
이름표와 칩으로 아이들의 출입을 관리하는 키즈카페(좌)

'출입 관리 직원' 출입구에 배치 필요

일부 키즈카페의 경우 출입문 쪽에 직원이 배치되지 않아 아이가 밖으로 나가도 알 수 없는 구조였다. 지난 2016년, 송파구 올림픽 공원의 한 키즈카페에서 맨발로 나왔다 길을 잃은 5살 아동이 실종 하루 만에 인근 호수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사건 이후에도 인건비를 이유로 여전히 출입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카페도 있다.

부천의 한 키즈카페는 입장하는 아이에게 내장 칩을 부착해 아이가 카페 밖으로 나갈 경우 경보음이 울리게 하는 대책을 내어놓았는데, 이에 대한 보호자들의 반응은 매우 좋은 편이다.
YTN

최근 5년간 키즈카페에서 발생한 사고 가운데 대부분은 낙상·충돌 등 '물리적 충격'으로 1,303건, 전체의 92.3%를 차지했으며 이어 '전기 및 화학물질 관련'이 18건, '식품 및 이물질' 16건, '제품 관련' 15건, '화재·발연·과열·가스' 5건 순이었다. 동물에 의한 상해나 위해 원인을 알 수 없는 기타 사례도 54건에 달했다.

키즈카페 측도 할 말이 있다는 입장이다. '충돌 사고'나 아이들끼리의 다툼과 같은 사고는 전혀 예방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한 키즈카페 종업원은 "수많은 아이를 다 지켜보며 모든 사고를 예방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놀이공원에서 넘어져 다친다고 해도 놀이공원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키즈카페 관련 사건 사고가 잇따르면서 일부 카페는 '보호자 이용 수칙'을 만들어 배포했다. 대부분 "키즈 카페는 탁아 시설 아닌 놀이 장소를 제공하는 공간"이라며 보호자와 아이가 함께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안전 요원이 한두 명 늘어난다고 해서 모든 사고를 예방할 수는 없다. 사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다치는 공간은 '집'이다. 아직 몸의 발달이나 사회화가 덜 이루어진 탓에 예측할 수 없는 사고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키즈카페에서 일어난 모두 사고를 모두 업주에게 책임지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시설 점검 미비로 인한 사고와 전기 및 화학물질 관련 사고, 식품 위생 사고, 화재 발연 과열 가스 사고, 아이의 탈출 사고 등은 반드시 업주가 예방하고 책임져야 하는 사고 유형이다. 특히 소방의무 안전관리를 받지 않은 시설의 경우 강제적으로라도 관리를 받게 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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