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연말을 맞는 사람들..."새해에는 봄이 오길"

거리에서 연말을 맞는 사람들..."새해에는 봄이 오길"

2019.12.28. 오후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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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지나온 한해를 돌아보는 연말이지만 외롭게 거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새해엔 따뜻한 봄이 오길 바라며 연말을 차가운 길 위에서 보내는 이들을 송재인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강남역 사거리, 25m 높이 철탑에 김용희 씨가 올라간 지도 200일이 넘었습니다.

28년 전 삼성에서 노조를 설립하다 해고된 김 씨는 이곳에서 새해를 맞게 됐습니다.

삼성 측이 최근 노조 와해 기획에 대해 사과했지만, 김 씨처럼 노조 설립 문제로 해고된 사람들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김 씨가 칼바람 부는 철탑 위에서 연말을 보내며 명예 복직을 외치는 이유입니다.

[김용희 / 해고 노동자 : 가족들한텐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죠. 제가 달리 해줄 수 있는 게 없잖아요. 미안하단 말도 한두 번이지 이젠 말조차도 사실상 꺼내기가….]

하지만 마냥 외롭지만은 않습니다.

철탑 아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상 농성장입니다.

성탄절 장식에는 김 씨의 투쟁에 함께하겠다는 응원의 메모도 달려 있습니다.

형제복지원 사건 생존자 최승우 씨도 연말이지만 국회 앞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 폭력의 진상 규명을 담은 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며 노숙 농성에 나선 것도 어언 2년째.

지난달 단식을 하다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돌아왔습니다.

새해에 바라는 건 단 하나, 5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겁니다.

[최승우 / 형제복지원 사건 생존자 : 제일 힘들 때는 법이 통과 안 되고…. 국가 폭력이라는 게 명실히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계속해서 외면하고….]

지난여름 서울 요금소 위에 올라갔던 도로공사 요금수납원들은 광화문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해고된 수납원 천5백여 명의 직접 고용과 함께, 사측의 손해배상 고소 취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연말이라 가족들 생각이 더욱 간절하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며 겨우 힘을 내봅니다.

[이명금 / 민주노총 톨게이트지부 부지회장 : 투쟁을 24시간 같이, 6개월 동안 동고동락하다 보니까 형제보다, 가족보다 끈끈한 정이 많이 생기고….]

가족이나 연인 등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돌아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요즘,

차가운 거리를 지키는 사람들은 새해에는 집과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의 봄을 꿈꾸고 있습니다.

YTN 송재인[songji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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