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망원인 1위 '자살' 막으려면

청소년 사망원인 1위 '자살' 막으려면

2019.12.02. 오전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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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사망원인 1위 '자살'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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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19년 12월 1일 (일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홍현주 한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청소년 사망원인 1위 '자살' 막으려면

- 한국 청소년 사망원인 1위, 10년간 '자살'
- 자살 시도자의 10% 결국 자살로 사망, 80%는 1년이내 자살 재시도
- 우울, 무기력, 짜증, 불안, 수면장애 등 이상징후 보이면 전문가 상담해야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가수 구하라 씨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 구하라 씨는 앞서 절친했던 설리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갑작스레 자살 사별자가 됐는데요. 유가족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사람을 잃게 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험은 무려 8배 이상에 달한다고 합니다. 연이은 걸그룹 멤버들의 자살로 연예계는 자살 위기경보가 울리고 있는데요. 튻히 10대 청소년들에게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를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열린라디오 YTN에서 연속으로 다루고 있는 시간이죠. 생명살리기, 오늘은 이 내용 이야기해볼 텐데요. 한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의 홍현주 교수님, 전화 연결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홍현주 한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하 홍현주)> 네, 안녕하세요. 홍현주입니다.

◇ 김양원> 교수님, 또 한 생명의 안타까운 소식, 가수 구하라 씨가 사망했습니다.

◆ 홍현주> 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 정말 마음이 아프고요. 앞으로는 이런 아픔을 반복하지 않도록 힘을 다같이 모아야 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 김양원> 설리 씨에 이어서 구하라 씨까지 이렇게 대중들한테 큰 인기를 끌었던 걸그룹 출신 가수들이어서 더 충격이 크고요. 또 연예인들을 추종하는 10대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데요. 최근에 설리 씨 사망 이후에 10대 등 사망 건수에 대한 자료가 나온 게 있나요?

◆ 홍현주> 아직 공식적인 분석이 나오지는 않았고요. 그렇지만 설리 씨 사망 이후에 예년에 비해서는 학생 자살자 숫자가 매우 증가했다는 것은 저희가 확인할 수 있었고, 작년 가수 종현의 사망 이후 한두 달 사이에 10대 자살은 예년에 비해서 급증하였습니다.

◇ 김양원> 그래서 저희가 그해에 자살자 수 통계를 보니까 그 사건 때문에 자살 사망자 수가 급증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요. 구하라 씨도 이번 극단적인 선택에 앞서서 지난 5월에 한 번 자살시도를 했었어요.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사전 징후라고 해야 할까요? 안타까운 선택을 할 것 같다, 이런 행동을 한다고요?

◆ 홍현주> 자살시도라고 하는 것은 자살의 가장 잘 알려진 위험분자입니다. 자살시도를 한 사람들의 약 10%는 결국, 자살로 사망한다는 연구도 있고요. 특히 자살시도한 사람의 80%는 1년 이내에 재시도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살시도자들이 적절한 서비스를 받도록 시작하는 것, 이것이 자살예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 김양원> 자살시도를 한 사람의 10%는 결국에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망에 이르고, 또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한 번 시도한 사람의 80%, 엄청난 숫자인데요. 이 사람들은 1년 이내에 또 다시 재시도를 한다. 심각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자살위기 경보예요. 특히 연예인처럼 유명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어린 청소년들이 더 걱정인데요. 우리나라의 청소년 자살률은 어떻습니까? 어느 정도인가요?

◆ 홍현주> 저희도 우려되는 상황이고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사망원인 1위가 최근 10년 이상 자살입니다.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얘기고요.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8년도의 경우에는 10대 자살률은 10만 명 당 5.8명 정도인 것 같은데, 우려스러운 점은 작년 이후에 10대 자살률이 다른 연령에 비해서 매우 증가했죠.

◇ 김양원> 아까 말씀하신 그 사건 때문이죠?

◆ 홍현주> 아마도. 특히 여성 청소년의 자살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을 바라보면 전체 자살 절대 숫자보다는 여성 자살률이 높다고 하는 게 다른 나라보다는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양원> 아무래도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이고, 주변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다 보니까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보는데요. 혹시 원인에 대한 분석을 해보신 경우가 있나요?

◆ 홍현주> 자살은 워낙 복합적인 요인이다 보니까 어느 하나의 요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렵고요. 우울증과 같은 정신병리가 많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나라 청소년의 경우에는 가정 스트레스라든지, 학업 스트레스라든지, 대인관계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 김양원> 그렇군요. 이렇게 자살을 선택한 청소년들도 사전에 어떤 징후를 보이나요?

◆ 홍현주> 사실 이게 당시에는 이 친구가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든지, 힘들다든지, 이런 것을 알기가 쉽지는 않아요. 사춘기라고 보기가 쉽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되짚어서 보면 90% 이상은 사전징후라고 얘기하는 것이 보였다고 봅니다. 기분이라든지, 행동이라든지, 신체적인 증상이라든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요. 우울하거나 무기력해보이기도 하고요. 짜증을 내거나 불안해하거나 잠자는 습관이 변화가 나타나기도 하고요. 먹는 것도 변화가 일어나기도 하고, 죽음이나 자살에 대해서 말로라든지, 글이라든지, 다양하게 표현하기도 하고요. 자해행동, 학교 적응의 문제들, 뭔가 이전과는 다른 행동들. 굉장히 넓은 범위로 변화가 나타납니다.

◇ 김양원> 특히 오늘은 1분 1초가 아깝습니다. 자살위기 경보이기 때문인데요. 아까운 우리 아이들, 이 생명들을 살려야 하는데, 이런 징후나 평소와 다른 행동들, 증상을 봤을 때 부모님들이나 주변에서는 일단 어떻게 해야 합니까?

◆ 홍현주> 많은 경우 청소년의 경우에 사춘기라서 그러려니, 아니면 그러다 말겠지, 이러고 넘어가기 쉬워요. 이럴 때 그냥 넘어가지 말고 직접적으로 다가가서 말을 건네고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 죽고 싶은 생각이나 자살 생각이나 행동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해요. 그리고 어떻게 도와주면 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직설적으로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 어른들은 조금 불편해해요. 이런 주제에 대해서. 그런데 오히려 많은 청소년들은 이렇게 물어봐주면 굉장히 솔직하게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 김양원> 그렇다면 예를 들어 너, 죽고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어? 이렇게 물어봐야 합니까?

◆ 홍현주> 너무 직접적이라고 생각이 드시면 최근에 보이는 어떤 변화들, 예를 들어서 너 조금 표정이 어두운데 혹시 이럴 때 어떤 친구들은 죽는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니? 이렇게 물어본다든지, 관찰한 것들을 바탕으로 해서 먼저 말을 꺼내면서 혹시 이런 변화가 있는데 걱정이 되는구나, 무슨 일이 있었니? 혹시 기분은 어떠니? 괜찮니? 한 마디라도 물어봐주시면 아이들은 말을 꺼냅니다.

◇ 김양원> 괜찮니, 하고 먼저 물어봐라. 특히 청소년들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저녁에나 돼야 집에 돌아오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또래들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고요. 오히려 부모님이나 이런 보호자들과의 관계는 사실 많이 단절된 경우를 보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가 아이들한테 괜찮니, 하고 물어보기 위해서는 사실은 그전에 서로 소통하고 있어야 하는데요. 혹시 이렇게 학교에서나 병원에서 이런 친구들, 직접 보시면서 이렇게 괜찮니, 하고 물어보고 싶은데 정작 걸림돌이 되는 것, 이런 것들은 혹시 어떤 게 있을까요?

◆ 홍현주> 말씀하셨다시피 아이들은 학교에 가 있고, 그리고 부모님하고 현실적으로 많이 단절되다 보니까 애들이 본인의 말을 표현할 통로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직접 말을 하거나 전화를 하거나 이런 것보다는 요새 아이들은 문자라든지, 다양한 방법의 접근을 원하고 있거든요. SNS라든지, 핸드폰을 통해서 한다든지, 전통적인 치료의 접근방법은 직접 대면이나 병원에 가라, 상담을 가라, 이거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접근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고요. 또 하나는 죽음을 생각하는 아이들은 단순한 상담이나 조언만으로는 어려워요. 조금 더 전문적인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의학적인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동의가 필수적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자가 우리 아이는 괜찮다, 내지는 정신과적인 치료 자체가 이거는 나중에 아이를 망치는 게 아닌가, 이런 거부감 때문에 못 가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아요. 이런 보호자 동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위험이 감지됐을 때는 아이들한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을 수 있는 그런 체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 김양원> 부모와 함께 살지 않거나 아니면 집을 나와서 따로 생활하고 있는 청소년들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 예를 들어, 내가 죽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정신적, 혹은 심리적인 문제를 겪고 있어서 전문가의 상담을 필요로 할 때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그것을 받을 수 없다, 이런 말씀이신 거죠?

◆ 홍현주> 일차적으로는 그렇습니다.

◇ 김양원>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에 1위라고 벌써 수년 전부터 그런 이야기들이 계속 사회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워낙 경제적 문제나 사회적인 문제, 이런 것들이 이슈가 되다 보니까 사실 10대 청소년들의 자살 자체는 크게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청소년 자살 문제가 이게 정말 심각하다고 우리 사회에 한 번 더 외치려면 어떤 부분이 조금 더 보완이 되어야 할까요?

◆ 홍현주> 청소년 자살은 이렇게 사건이 터지면 언론의 주목을 받는데, 실제 예방을 위한 예산이나 인력 투자는 사실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대부분은 노인 자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한 번씩 목소리만 나오고 지속 가능한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문제는 우리의 미래라는 생각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예산과 지원을 위해서 계속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김양원> 네, 그렇습니다. 오늘 교수님 전화연결 감사합니다.

◆ 홍현주>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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