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 누명' 윤 씨 글 못 쓰는데...자필 진술서의 실체는?

'화성 8차 누명' 윤 씨 글 못 쓰는데...자필 진술서의 실체는?

2019.11.04. 오전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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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씨 자술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부정확
"윤 씨가 평소 쓰지 않는 한자어·표현들 가득해"
"누군가 불러주고 받아썼다는 의심 지울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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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0년 만에 다시 진범 논란에 휩싸인 화성 8차 살인 사건은 당시 윤 모 씨의 '자필 진술서'가 결정적 증거로 채택되며 결국, 유죄가 선고됐습니다.

하지만 윤 씨는 검거 전까진 글을 거의 쓸 수 없어 '대필'을 해야 할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과거 경찰이 윤 씨로부터 받아낸 자필 진술서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안윤학 기자!

먼저, 윤 씨 자필 진술서에 어떤 내용이 어떤 식으로 담겨 있는지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말씀하신 대로 과연 윤 씨가 직접 쓴 글이 맞는지가 가장 큰 의문입니다.

총 3건, 10장 분량의 자필 진술서에는 범행 동기에서부터 구체적인 범행 수법, 그리고 도주 경로까지 상세히 기록이 돼 있습니다.

하지만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정확하지 않고 이해하기 힘든 문장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주거지나 후문 방향, 피해자 등 보통 사람이 평소 많이 쓰지 않는 한자어나 표현들이 속출합니다.

누군가가 불러준 대로 쓴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윤 씨의 최종학력은 초등학교 3학년 중퇴입니다.

집안 형편이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에 10~11살 때부터 기술을 배우며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앵커]
그래서 대필 자술서 의혹도 제기됐는데, 이건 대체 무슨 내용입니까?

[기자]
먼저 아셔야 할 것은, 의혹이 제기된 '대필 자술서'는 윤 씨가 검거되기 8개월 전인 1988년 11월에 쓰인 겁니다.

경찰에 붙잡힌 뒤 작성된 게 아니란 뜻입니다.

당시 경찰이 윤 씨가 아닌, 윤 씨 지인 A 씨를 탐문하는 과정에서 윤 씨에게 "A 씨를 언제 알게 됐느냐" 등을 묻습니다.

이때 윤 씨가 이러저러한 답을 하는데, 윤 씨가 글을 쓸 줄 모르니 경찰이 윤 씨를 대신해 자술서를 써준 겁니다.

이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이 대필 자술서의 존재가 강압·위조 수사의 명백한 증거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역설적으로 "윤 씨가 글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글을 쓰지 못해 대필할 정도였는데, 8개월 뒤 경찰에 붙잡히고 나서는 자필 진술서를 써내려갔다?

이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죠.

그래서 윤 씨 측 박준영 변호사는 "윤 씨가 검거된 이후 경찰이 불러주는 대로 진술서를 썼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 근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결국, 이러한 의혹이 부실 수사, 나아가 고문 수사 의혹으로 이어지게 되는 건데요

그런 윤 씨가 오늘은 특별한 조사를 받는다고요?

[기자]
조금 전인 오전 10시쯤 4차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윤 모 씨와 박준영 변호사가 경찰에 출석했습니다.

오늘은 법최면 조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30년 전 일이라 윤 씨도 1989년 7월 경찰 수사 당시와 앞서 8차 사건이 발생한 1988년 9월 상세한 알리바이에 대한 기억은 없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결백을 호소해온 윤 씨 측이 당시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법최면 조사를 강력히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무죄를 입증할 가능한 모든 조사를 다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윤 씨는 출석 전 취재진에게, 당시 자신을 수사한 경찰도 법최면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경찰은 윤 씨를 상대로 사건 발생 당일 행적과 경찰 수사 과정에서 폭행 등 강압수사기 있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입니다.

오늘 참고인 조사는 윤 씨에 대한 사실상 마지막 조사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윤 씨 측은 다음 주 중에 재심 청구를 할 예정이고, 그 전에 기자간담회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준영 변호사는 경찰이 재심 전에 의미 있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그런가 하면, 이춘재의 자백으로 살인사건으로 밝혀진 '실종 초등학생'의 유골 수색 작업도 계속 이어지고 있죠.

성과는 있다고 합니까?

[기자]
오늘이 나흘째인데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것도 경찰이 걱정하는 대목입니다.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려 시작을 했다고는 하지만, 막상 성과가 없으면 유가족이 느낄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경찰은 지난 1일 지표투과레이더로 찾아낸 특이 지점 150여 곳에 대한 1차 발굴 수색작업을 어제까지 마무리했습니다.

오늘부터는 의심되는 지점을 더 추려, 110여 곳 정도를 더 깊이 파 분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정밀 점검을 한다는 차원인데, 어제까지는 10cm 정도만 파냈다면 오늘부터는 50cm가량을 파낸다고 합니다.

이춘재의 자백으로 또 다른 화성 피해자로 드러난 9살 김 모 양은 지난 1989년 7월 하굣길에 실종됐습니다.

실종 5개월 만에, 지금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공원에서 치마와 책가방 등 유류품 10여 점이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춘재 살인 자백 전까지 김 양을 '가출인'으로 분류해 왔습니다.

계속해서 드러나는 과거 부실수사 정황을, 경찰이 어떤 식으로 수사를 해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YTN 안윤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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