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도 힘들다' 민주당 청년대변인 '82년생 김지영' 논평 논란

'남성도 힘들다' 민주당 청년대변인 '82년생 김지영' 논평 논란

2019.11.03. 오후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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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도 힘들다' 민주당 청년대변인 '82년생 김지영' 논평 논란
사진 출처 =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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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장종화 청년대변인이 낸 영화 '82년생 김지영' 논평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논평은 남성도 여성처럼 힘들기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로 적혔다.

지난달 31일 장 대변인은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논평을 내고 "영화 자체가 소위 '페미니즘'의 상징이 되고 공격의 대상이 되었지만, 들여다보아야 할 문제는 그 지점이 아니다"라고 했다.

장 대변인은 "김지영이 겪는 일들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이 사회의 모든 여성이, 82년생 여성이 모두 김지영의 경험을 '전부' 공유한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불법 촬영 적발 뉴스는 오늘도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온다. 육아는 여전히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김지영이 겪은 일 중 한 두 가지는 봤거나 들었거나 겪었다"라고 적었다.

특히 장 대변인은 "이는 거꾸로 '82년생 장종화'를 영화로 만들어도 똑같을 것"이라며 "초등학교 시절 단순히 숙제 하나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풀스윙 따귀를 맞고, 스물둘 청춘에 입대해 갖은 고생 끝에 배치된 자대에서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듣고, 키 180cm 이하는 루저가 되는 것과 같이 여러 맥락을 알 수 없는 '남자다움'이 요구된 삶을 살았다"라고 주장했다.

또 "(남성도) 함께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대출, 교육비 걱정과 직장에서 육아휴직 빈자리에 대한 부담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처지"라며 "육아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라지만 들어갈 책상은 사라져있다. 그렇게 과로한 노동을 강요해왔다"라고 밝혔다.

이에 장 대변인은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성별과 상관없이 서로의 입장과 생각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으며 살아왔다"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김지영 같은 '세상 차별은 혼자 다 겪는' 일이 없도록 우리 주변의 차별을 하나하나 없애가야 한다"라며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일이다. 당신과 나는 서로 죽도록 미워하자고 태어난 것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논평을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 인권에 관한 영화를 두고 여당 대변인이 낸 논평이 고작, 남자도 힘들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라니. 청년 세대의 젠더갈등을 향한 민주당의 정치적 스탠스가 이런 거라면 너무 암울하다"라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가부장제는 남성에게도 해로운 게 맞다"라며 "그렇다고 '남자도 차별받는다', '여자나 남자나 똑같이 힘들다'는 말이 맞는 말이 되는 건 아니다. 여성을 차별하고 착취함으로써 남성이 기득권을 누리는 세상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관악갑 대학생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권 여당 대변인의 논평이라기엔 처참한 수준이다. 같은 정당의 청년당원이라 하기 창피하다"라며 장 대변인의 논평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국내와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 것은 여성이 마주하는 각종 차별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서술했기 때문"이라며 "여성이 마주한 차별을 직시한 페미니즘 작품이고, 그렇기에 이해받지 못해온 차별을 그려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페미니즘은 성별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며, 젠더에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82년생 장종화' 운운은 가소롭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형성된 남자다움에 대한 문제의식 역시 페미니즘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주요한 문제다. 그럼에도 논평은 페미니즘의 효용을 언급하는 대신 매우 피상적으로 '여자도 힘들지만 남자도 힘들어' 수준 이상의 논의를 발전시키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뿐 아니라 국회 사무처 소속 여성 페미니스트 모임 '국회페미'는 "'세상 차별을 혼자 다 겪는 김지영', 장종화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의 논평"이라며 "민주당 홈페이지에 공적인 자격으로 성 평등에 대한 일그러진 사견을 게재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처분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온라인에서도 "명백히 존재하는 여성 차별의 문제를 은폐한다", "지겹게 반복된 남성중심의 논리", "민주당의 젠더 감수성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보여준다"와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남주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동료이자 엄마로 살아가는 한국의 평범한 여성 김지영의 삶을 들여다 본 작품이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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