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영웅을 만나다③] 도로 위 슈퍼맨이 나타났다?…맨몸으로 2차사고 막은 '보령 의인'

[시민영웅을 만나다③] 도로 위 슈퍼맨이 나타났다?…맨몸으로 2차사고 막은 '보령 의인'

2019.10.25. 오후 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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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제보로 세상에 알려져 우리 가슴을 따뜻하게 했던 '시민영웅'들을 차례로 되짚어보는 YTN PLUS '시민영웅을 만나다' 시리즈 세 번째 주인공은 바로 ‘보령의인’ 손호진 씨다.

지난 해 6월, 충남 보령시 동대사거리에서 한 승합차가 측면에서 오던 승용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났다.

그 충격으로 운전자 A씨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제어 잃은 차량은 정처 없이 굴러가던 상황.

어디선가 나타난 남성이 차량으로 달려갔다. 운전석으로 다가가 문을 열려던 남성은 문이 잠겨있자 조수석 쪽으로 재빨리 옮겨갔다. 그가 깨진 창문 틈으로 몸을 던지길 반복하자 마침내 차량이 멈춰 섰다.

이 같은 모습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이 퍼지면서 손호진 씨의 선행은 세상에 알려졌다. 마치 슈퍼맨처럼 나타나 사고 차량에 맨 몸을 던진 손 씨의 모습은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충남 보령시에서 기아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손호진 씨를 만났다.


불과 몇 미터 앞 하천…“더 큰 사고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쫓아가”
[사진설명: 당시 상황을 설명 중인 손호진 씨]

토요일 아침 출근길에 뒤에서 사고가 난 걸 목격했던 손 씨는 당시 사고 차량이 멈추지 않고 주행하기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손 씨는 "차가 제 옆을 지나갈 때 보니 차에 아무도 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면서 "차량이 굴러가는 방향에 하천과 다리가 있었고, 그 차가 사고 차량인 걸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냥 두면 큰일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로지 차를 멈춰야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든 손 씨는 문이 열리지 않자 잠시 당황했다.

손 씨는 "직접 운전석에 타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주행 중에는 차문이 저절로 잠기게 돼있어 문을 열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씨는 곧장 반대편 조수석으로 달려갔고, 조수석 쪽으로 쓰러져 있는 운전자를 발견했다. 그가 차를 세우기 위해 깨진 창문 틈으로 몸을 던지길 반복하는 사이 운전자가 잠깐 의식을 되찾았다.

손 씨는 "운전자 분에게 차키를 돌려 시동을 꺼야 한다고 소리쳤는데, 다행히 행동을 취하셨고, 차가 멈췄다"며 "운전자 분도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으셨고, 지금은 완쾌하셔서 잘 지내고 계신다"고 말했다.


쏟아진 칭찬의 댓글과 LG의인상까지 “부끄럽고 감사해”
[사진설명: 사고 차량을 향해 달려가는 손호진 씨 모습이 블랙박스에 찍혔다.]

손 씨의 선행이 세상에 알려진 건 이 일을 알게 된 지인 이 씨가 손 씨의 행동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YTN에 제보하게 되면서다.

해당 영상은 손 씨의 활약상은 뉴스로 보도될 뿐 아니라 각종 SNS 게시글로 퍼져나갔고, 누리꾼들은 손 씨를 '보령 의인', '보령 슈퍼맨' 등으로 칭하며 칭찬을 쏟아냈다.

또, 손 씨는 보령시 모범시민상과 LG의인상 등을 받기도 했다.

제보자 이 씨는 "친구(손 씨)가 사고 원인에 대한 경찰 조사에 도움이 될까 싶어 옮겨둔 블랙박스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고,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에 YTN에 제보했다”며 "영상이 기사로 나간 이후 시민들의 반응과 제보의 파급력에 대해 한편으론 놀랐지만 좋은 일을 나눌 수 있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손 씨 역시 “영상이 보도된 이후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고, 온라인상에 달린 좋은 말씀도 많이 봤다”면서 “굉장히 감사하면서도 부끄러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순간적으로 나온 행동,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것"
[사진설명: YTN PLUS와 인터뷰중인 손호진 씨]

덕분에 2차사고가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손 씨는 계속해서 자신을 낮췄다.

손 씨는 "이성적으로 생각할 겨를이 없는 상황이었고, 뭔가 의도하고 뛰어든 일이 아니었다"면서 "아마 누구나 그런 상황이라면 비슷한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달려가는 차량을 따라잡아 차를 세우겠다고 선뜻 나서는 게 과연 그의 말처럼 누구에게나 쉬운 일일까?

그와 같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원천은 무엇일냐는 물음에 손 씨는 "자동차 업계 종사자로서 차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바로 뛰어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답하며 또 한 번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주변에서 많이들 물어본다. 똑같은 일이 일어나면 똑같이 행동할 것인지. 당시에도 이성적으로 생각할 겨를 없이 순간적으로 나온 행동이었기 때문에 또 그렇게 행동할 거다. 어쨌든 내가 한 일에 비해 너무 큰 상을 받은 것 같아 감사하고, 앞으로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연출 : 서정호 PD(hoseo@ytn.co.kr)
제작 : 강재연 PD(jaeyeon91@ytnplus.co.kr)
취재 : 강승민 기자(happyjournalist@ytnplus.co.kr)



※ 당시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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