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도입 후 악플 감소"...부작용은?

"실명제 도입 후 악플 감소"...부작용은?

2019.10.18. 오후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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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광연 앵커, 김경수 앵커
■ 출연 : 한동오 / 사회부 이슈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연예인 설리 씨의 죽음으로 이른바 손가락 살인으로까지 불리는 인터넷 악성 댓글, 악플의 심각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실명제를 다시 도입하고 악플을 유발하는 기자의 자격 정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왔는데요. 가능한 얘기인지 한동오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참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련 기사에 악성댓글, 악플이 달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억 못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실명제가 있었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가물가물하신 분들도 아직 많으실 텐데. 2007년에 인터넷실명제가 도입이 됐었습니다. 하루 30만 명이 넘는 사이트의 경우에는 운영자가 게시판 이용자 본인의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요. 2년 뒤에는 하루 10만 명 이상의 사이트까지 확대가 됐습니다. 악의적 댓글과 허위사실 유포를 막겠다는 취지였는데요.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을 했고요. 폐지가 됐습니다. 당시의 결정 들어보겠습니다.

[전상현 /당시 헌법재판소 연구관 (2012년) : 인터넷 이용자에게 본인 확인을 강제하는 것은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는 것입니다.]

[앵커]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건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도 설명해 주시죠.

[기자]
예를 들어서 저희가 인터넷실명제가 도입이 됐다고 치면 인터넷 글이나 댓글을 쓸 때 한 번 더 생각을 하고 더 많은 고심을 할 거잖아요. 그런데 이런 것들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다라는 판단인 겁니다. 그래서 아예 게시물도 안 남기고 댓글도 달지 않는다는 거죠. 물론 자기가 한 말을 자기가 책임지는 게 당연한 원리니까요. 지금까지 안 그래왔던 게 이상한 거다라는 반박도 있습니다. 하지만 악플은 현행법에서 모욕, 그리고 명예훼손으로 충분히 제재를 할 수가 있습니다. 현재 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실명제까지 도입을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건데요. 특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해외 사이트는 실명제를 도입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요. 또 사이트가 해킹되면 막대한 개인정보가 바깥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앵커]
현재는 법으로 처벌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실명제 도입을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거지만 이건 어떻습니까? 실명제를 시행하면 악플이 줄기는 주는 겁니까?

[기자]
실제 이거를 연구한 조사 결과가 있었는데요. 실제로 악플이 줄었습니다. 이것도 한번 그래픽으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이 영상을 한번 보시면 2009년 11월에 발표된 연구 결과인데요. 실명제가 2007년 7월 27일에 시행이 됐어요. 각각 전후로 열흘씩 모두 20일을 비교를 했는데 비교를 해 보니까 실명제를 시행하기 전에는 전체 게시물의 26%가 비방글이 있었고 그리고 5.1%가 욕설 댓글이 있었는데 실명제를 시행하고 나니까 비방 내용의 댓글이 23%로 줄었고 욕설 댓글도 2.1%로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실명제를 시행하면 저렇게 악플이 감소할 여지가 있다는 건데 어떻습니까?

[기자]
그렇죠. 과거의 사례를 보면 확실히 이렇게 실명제를 시행하고 난 후에 악플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니까요. 지금 시행을 해도 악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추측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장점도 있지만 다른 여러 가지 단점도 제기가 되고 있으니까 이런 것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 상황이고요. 앞서 연구를 했을 때 게시물의 양도 비교를 했었어요. 그런데 인터넷실명제를 시행하고 나니까 게시글의 양이 70%가 급감을 했고요. 댓글 수는 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니까 헌법재판소 판단처럼 실명제라는 부담 때문에 자기 검열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인데요. 그것도 전문가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임규철 /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 : 타인의 권리인 법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한 넓게 말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현대 헌법에 있어서 주요 내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시대 상황이 많이 변하고 또 많은 국민들이 요구를 한다면 과거 헌재의 판단을 뒤집고 실명제를 도입할 수도 있어 보이는데 실제로도 그런 움직임이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2년 전에 장제원 의원이 인터넷 실명제 내용이 담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제출을 했었습니다. 발의를 했었는데요. 사실상 이건 관련 기관의 이견이 있었고 국회의원들 간에도 의견이 합의가 안 돼서 사실상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많은 사람이 원하면 언제라도 국회에서 다시 논의할 수가 있는 부분이고요. 또 악플 감소라는 장점만큼이나 표현의 자유의 위축 그리고 또 외국 사이트와의 형평성 등 부작용도 있어서 다시 실명제를 현실에서 시행하려면 넘어야 될 산이 많습니다.

[앵커]
악플 자체도 문제지만 이렇게 악플을 달게끔 유도를 하는 그런 기사를 쓰는 기자도 문제가 있다 이런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기자 자격을 정지시키자는 청원이 올라왔다는데 이게 실현이 가능한 겁니까?

[기자]
실현은 불가능합니다. 사실 변호사 같은 경우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현행법에 따라서 변호사의 자격을 부여를 하고 있는데 사실 기자는 그런 자격 단체가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기자협회가 있긴 하지만 기자의 자격을 부여하는 권한이 법적으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이렇게 악플을 유발하는 보도는 시민들이 하나하나씩 봐서 어떤 게 팩트가 아니다 그리고 어떤 게 선정적이다 이렇게 많이 지적을 해야 되고요. 특히 팩트가 틀린 기사의 경우에는 언론중재위원회가 있고 형사, 민사 소송으로 꼭 책임을 물어야겠고요. 특히 공론장에서 해당 기사와 기자 그리고 언론사에 시민들이 끊임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한동오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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