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홀로 주사...소아 당뇨 환자 '방치'

학교서 홀로 주사...소아 당뇨 환자 '방치'

2019.08.19. 오전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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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갓난아기나 어릴 때부터 면역 체계 이상 등으로 당뇨병에 걸린 소아 청소년 환자가 전국에 4천 명이 있습니다.

혈당 조절을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학교에 가선 어떻게 할까요?

아무도 챙겨주지 않아 화장실에서 혼자 주사를 놓는 경우까지 있다고 합니다.

[Y가 간다], 나혜인 기자입니다.

[기자]
초등학교 6학년인 A 군은 태어난 지 18개월 만에 당뇨 판정을 받았습니다.

팔에는 혈당 측정기를, 배에는 인슐린 투약을 위한 펌프를 차고 있습니다.

[A 군 / 소아 당뇨 환자 : 옛날에 CGM(혈당 측정기)을 차기 전에는 혈당 수치가 자주 안 들어오니까 계속 가서 검사하고, 주사 놓고 하는데 시간이 되게 오래 걸렸는데 혈당 측정기를 차면 바로바로 (수치가) 들어오고….]

지금은 그나마 기기가 알아서 해주니 편한 편입니다.

하루에 몇 번씩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했을 땐 엄마가 매일 학교를 찾아왔습니다.

[A 군 어머니 : 감기가 걸린다든지, 혈당 조절이 안 되거나 성장호르몬이 나와서 혈당을 막 올린다든지 이런 경우에는 하루에 열 번, 열두 번… 혈당 잡힐 때까지 주사를 놔야 하는 거죠.]

초등학교 1학년인 B양네 집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애초에 학교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걸 알고 기기로 인슐린 투약량을 조절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소아 당뇨 환자 B양 아버지 : 이게 항상 혈당이 완벽하게 체크가 되는 건 아니거든요. 학교에서 이걸 관리해주지 못하니까…. 답답한 부분이죠.]

어린이 당뇨병 환자 가족의 공통된 고민입니다.

19세 이하 소아 청소년 당뇨 환자 260명에게 설문 조사했더니, 66%인 171명이 스스로 인슐린 주사를 놓는다고 답했습니다.

자가 주사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 가운데 담임이나 보건교사의 처치를 받은 건 15명에 불과했습니다.

선생님이나 친구들 눈치를 보느라 화장실에 숨어 주사를 놓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소아 당뇨 환자 어머니 : 양호실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가 없는 상황이었던 거예요. 화장실에 가서 주사를 맞았다고 하더라고요. 맨 처음에 (병을) 공개했을 때 다가왔던 그 반응들 때문에 아이가 (마음에) 장벽이 크게 생기더라고요.]

보건교사들은 학교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크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차미향 / 전국보건교사회장 : 현행법상 우리가 인슐린을 놔야 한다, 보건교사가 놔줘라, 이런 것은 명확하게 나와 있지가 않습니다. 부작용이 생겼을 때 저희 보건교사들한테 책임이 다 오는 거죠.]

교육부는 지난 6월 보건복지부와 함께 '당뇨병 학생 지원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보건교사의 주사 처치에 대한 내용은 전혀 다루지 않았습니다.

[교육부 관계자 : 구체적으로 (주사 처치를) 해라 말아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요. 주사를 몸에다 놓지 않습니까? 그것도 제삼자가 놓는 것이기 때문에….]

부모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미영 / 한국1형 당뇨병환우회 대표 : 교육부 지침에 아직도 인슐린 주사와 관련된 부분이 빠져 있어서, 스스로 주사할 수 없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호의 사각지대가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영유아 보육법 적용을 받는 어린이집에선 간호조무사 이상의 자격증이 있는 교사라면 주사 처치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보건법의 대상인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선 관련 조항이 없어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전국의 소아 당뇨 환자는 4천 명 남짓.

책임을 두려워하는 교사와 허술한 제도가 아픈 아이들을 '건강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습니다.

YTN 나혜인[nahi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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