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의 '창지개명'...인사동부터 인천 송도까지

치욕의 '창지개명'...인사동부터 인천 송도까지

2019.08.13. 오전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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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지역명이나 유명 관광지 이름이 알고 보면 일제 식민지의 잔재라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민족말살 목적으로 일본이 진행한 '창씨개명'처럼 지역 이름도 이른바 '창지개명'이라고 해서 강제로 바꾸도록 한 건데요.

최근 일본 경제 보복과 맞물려 이런 치욕이 서린 지역명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김다연 기자!

창씨개명은 잘 알고 있지만 창지개명은 좀 낯선 데, 어떤 의미죠?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창지개명은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는 개념인데요.

일제강점기, 우리 식으로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한 창씨개명과 비슷하게 우리 땅의 고유 명칭을 일본식으로 바꾸는 창지개명도 시행됐습니다.

일본은 지난 1914년 '행정구역 폐합 정리'라는 명목 아래 우리 땅 이름을 멋대로 바꾸고 일본식 지명을 갖다 붙였습니다.

사실상 민족정신을 말살하고 일본과 동화시키기 위한 식민 정책이었던 겁니다.

그 결과, 우리 민족의 삶과 지혜가 녹아있던 토박이 지명은 사라지고, 본래의 뜻과는 전혀 다른 이름만 남게 됐습니다.

[앵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지역명들도 실은 이런 창지개명의 결과물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어디가 있을까요?

[기자]
우선 전통문화의 거리로 유명한 '인사동'도 일제가 지은 이름입니다.

인사동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을 만큼 우리 고유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널리 알려졌는데요.

원래는 부근에 큰 절이 있어서 '절골'이나 대사동이라고 불렸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근처 지명인 관인방의 '인'자와 대사동의 '사'자를 합쳐 이름을 바꿔버렸습니다.

인사동뿐만 아니라 인천 송도도 창지개명의 희생양입니다.

송도의 일본식 발음은 '마츠시마(松島)'인데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참전했던 일본 군함의 이름입니다.

한반도에 대한 일본 지배를 노골화한 치욕적인 지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송도가 일본 군함 이름을 땄다는 건 정말 충격적인데, 이외에도 일제잔재가 많죠?

[기자]
많은 토박이 지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유래를 짐작할 수 없는 이름만 남게 된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예를 살펴보면, 넓은 들이란 뜻의 '너더리'라고 불렸던 곳은 '관수동'으로, 탑이 있는 동네라는 의미를 지닌 탑골은 '낙원동'으로, 잣나무가 있었던 잣골은 '동숭동'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종로만 따져봐도 전체 지명의 62% 정도가 일본식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서울은 32%가량, 전국적으론 50% 정도가 일본식 지명을 쓰고 있지만 국민 혼선을 이유로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실정입니다.

[앵커]
예상외로 정말 많은데, 시민들 반응은 어땠나요?

[기자]
네, 제가 인사동과 송도에 직접 나가봤는데요,

시민들은 당연히 놀라우면서도 불쾌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또, 지인들도 잘 모르고 있을 것 같다며 이런 사실을 널리 알리고 고쳐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광복절을 이틀 앞두고, 일본의 경제 보복 조처까지 맞물린 지금 일제 강점기의 잔재로 남아있는 지명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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