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린 경술국치일...기억해야 할 치욕의 역사

잊어버린 경술국치일...기억해야 할 치욕의 역사

2019.08.10. 오후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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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음 주면 74주년 광복절입니다.

일제로부터 독립한 8월 15일은 다들 아는데, 정작 나라를 빼앗긴 날은 언제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의 흔적이 남아 있는 현장에 나혜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서울 남산 한 자락, 조선 통감이 살던 관저 옛터입니다.

1910년 8월 22일 한일강제병합 조약이 맺어진 곳으로, 조선은 이곳에서 나라의 주권을 일제에 완전히 빼앗겼습니다.

일제는 일주일 뒤인 8월 29일, 마치 우리 민족이 식민 통치에 동의한 것처럼 포장해 공포했습니다.

[방학진 /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 22일 날 (조인)했는데 발표는 일주일 후에 해요, 29일 날. 바로 발표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니까….]

그 앞에 세워진 비석.

1899년부터 7년 동안 주한 일본 공사였던 하야시 곤스케의 동상 잔해를 서울시가 모아 놓은 겁니다.

[방학진 /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 하야시 곤스케는 1910년 경술국치 조약에 앞서 을사늑약 체결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식민지배의 초석을 닦은 인물로서….]

일제는 1936년 그가 살아있는데도 통감관저 앞에 동상을 세워 공을 기렸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남작 하야시 곤스케 군상'이라는 글자가 거꾸로 새겨져 있습니다. 109년 전 나라를 빼앗겼던 치욕을 잊지 말자는 다짐입니다.

이런 다짐이 무색하게도, 경술국치일은 우리의 기억에서 희미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 경술국치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는 국회 결의안이 제출됐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한길수 / 서울 효창동 : (경술국치가 며칟날 일어난 건지 들어본 적 없으세요?) 네. 여긴 그냥 구경만 해서….]

[최지영 / 서울 제기동 : 전 잘 몰랐어요. (학교에서) 장소 같은 건 잘 안 알려줘서….]

다행인 건 최근 역사를 다시 알고 공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경술국치일에 맞춰 문을 연 식민지역사박물관의 방문객은 최근 한 달 사이 2배 늘었습니다.

[한필용 / 충북 청주시 : 아직 강제 징용이나 일본군 성 노예제에 대한 공식 사죄나 법적 배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어떤 역사를 거쳐서 (한일 관계가) 이렇게까지 됐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

서점에도 역사서를 찾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곽보람 / 교보문고 사원 : '국화와 칼'이라는 책이랑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라는 책이 있는데 시국이 조금 맞물려서 찾으시는 분이 많아서 추가로 진열했고요.]

일제강점기 일본인에게 8월 29일은 엽서까지 만들 정도로 경사스러운 날이었습니다.

반면 나라를 빼앗겼던 우리 선조들에게는 치욕의 하루였습니다.

[김승은 / 식민지역사박물관 학예실장 : 여성 독립운동가 지복영 선생님의 일기를 보면 매년 8월 29일 조선인 마을에는 어느 집도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았다, 모두가 국치일을 되새기고….]

그동안 외면당한 가슴 아픈 역사.

최근 불붙은 역사에 대한 관심이 치욕의 기억까지 비출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방학진 /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 백 년 전 우리 독립운동가들은 항상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서 경술국치 기념식을 해왔습니다. 나라를 찾은 뒤에는 오히려 그날을 잊고 있다는 게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고….]

YTN 나혜인[nahi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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